불법 계좌 개설·수백억 횡령·주식 부당이득…막 나가는 은행
대구은행·경남은행·국민은행 등
이달에만 대형 비리 세 차례 적발
당국, 내부통제 강화 강조에도
직원들 도덕적 해이 사태 되풀이
은행 직원들의 불법·비리 사실이 연일 드러나면서 은행에 대한 신뢰가 곤두박질치고 있다. 은행이 내부통제 제도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거나 금융당국에 이행 여부를 허위 보고한 사례도 있어 은행 직원들의 도덕적 불감증이 심각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향후 유사한 사건이 더 밝혀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열흘 동안 드러난 은행권의 대형 불법·횡령 사건이 3건에 이른다.
이날 DGB대구은행에서 불법 계좌 1000여건이 개설됐다는 의혹이 제기돼 금융감독원이 검사에 착수했다. 이 은행의 일부 직원들이 실적을 올리기 위해 고객에게 ‘증권계좌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한 뒤 해당 계좌 개설 신청서를 복사해 다른 계좌를 또 만들었다는 혐의다.
지난 2일에는 BNK경남은행에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담당한 직원이 PF 관련 자금 562억원을 횡령한 사실이 밝혀졌다. 지난 9일에는 KB국민은행의 증권대행부서 직원들이 고객사의 미공개 정보를 취득해 해당 기업 주식을 미리 사들이고 총 127억원 규모 매매 차익을 얻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사건들이 특히 심각한 문제인 것은 지난해 초 우리은행의 700억원 횡령 사건이 알려진 뒤 금융당국이 금융회사 내부통제 중요성을 강조했음에도 은행 직원들의 불법행위가 되풀이됐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지난해 7~10월 금융사고 예방 등을 위한 은행권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고 11월 ‘국내은행 내부통제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해당 안에는 동일 부서 장기 근무자의 비율을 제한하고, 명령휴가 대상자를 대폭 확대하며 PF 대출 영업 업무와 자금 송금 업무를 분리하는 등 내용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경남은행에서 자금을 횡령한 직원은 최근까지도 직무 분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채 15년간 부동산 PF 업무를 계속했다. 대구은행은 일부 직원들의 불법 계좌 개설 사실을 알고도 당국에 곧바로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날 “경남은행을 비롯한 은행 측에 지난해 하반기부터 특정 보직군에 대한 장기근속 점검이라든가 기본적인 것들에 관한 점검 사항을 요청하고 회신을 받았다”며 “그 과정에서 사실과 다른 내용이 일부 보고된 것들이 있다는 걸 최근에 파악했다”고 말했다.
은행원들의 불법행위가 드러나면서 신뢰 훼손이 불가피해졌다. 지방은행에서 시중은행으로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대구은행의 경우엔 이번 사건이 스스로 찬물을 끼얹은 격이 됐다.
대구은행은 입장문을 내고 “본 건은 검사부에서 인지한 후 바로 특별(테마) 감사에 착수해 정상적인 내부통제 절차에 따라 감사를 진행했고 의도적인 (금융당국) 보고 지연 및 은폐 등은 전혀 없었다”며 “정도경영에 위배되는 행위에 대해서는 향후 엄정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희진·박채영 기자 dai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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