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입시 비리’ 조국 딸도 기소… “수혜자 아니라 주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 조민 씨가 지난 3월 16일 오후 부산 연제구 부산지방법원에서 열린 부산대 의전원(의학전문대학원) 입학허가 취소 관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뉴스1

검찰이 10일 조국 전 법무장관의 딸 조민(32)씨를 부산대·서울대 의학전문대학원 ‘입시 비리’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법조계에서는 “부모인 조 전 장관과 정경심씨가 모두 기소됐는데 조민씨까지 기소된 것은 이례적”이라는 말이 나왔다. 가족들이 한 범죄에 관여한 경우 부모나 자녀 중 한쪽만 기소하는 게 보통이기 때문이다.

이날 검찰 관계자는 “(조민씨와 공범인 정경심씨에 대해) 대법원에서 확정된 사실관계에 따르면 조민씨의 가담 정도가 가볍지 않고 단순 수혜자가 아니라 주도적 역할을 했다”면서 “(조민씨가) 수사 과정에서 진술이 일관되지 않고 현재도 일부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법과 원칙에 따라 조민씨를 기소해 유무죄 판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조민씨는 소셜미디어(SNS)에 “재판에 성실히 참석하고 책임질 부분이 있으면 겸허히 책임지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조 전 장관은 페이스북에 “차라리 옛날처럼 나를 남산이나 남영동에 끌고 가서 고문하길 바란다”고 썼다.

이날 서울중앙지검 공판5부(부장 김민아)는 조민씨에게 두 가지 혐의를 적용했다. 첫 혐의는 지난 2014년 6월 부산대 의전원에 위조된 동양대 총장 표창장 등을 제출해 최종 합격하면서 입학 사정 평가위원들의 업무를 방해했다는 것이다. 조민씨는 정경심씨와 공모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혐의는 먼저 기소된 정씨의 1심, 항소심 재판과 대법원 재판에서 모두 유죄로 인정됐다. 정씨는 다른 혐의도 유죄가 되면서 작년 1월 징역 4년을 확정받고 복역 중이다.

조민씨의 다른 혐의는 지난 2013년 6월 서울대 의전원에 허위로 작성된 서울대 법대 공익인권법센터장 명의 인턴십 확인서 등을 제출해 서류 전형을 통과하면서 입학 사정 업무를 방해했다는 내용이다. 이 혐의에서 조민씨는 조국 전 장관과 공범이라는 게 검찰 조사 결과다. 지난 1월 조 전 장관은 1심 재판에서 해당 혐의 등이 유죄로 인정되면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고 현재 항소심을 진행 중이다.

그동안 검찰은 조민씨의 공소시효 만료(오는 26일)를 앞두고 “조씨의 반성 태도 등을 검토해 기소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해왔다. 그러자 조민씨는 부산대 의전원과 고려대 입학 취소 처분에 대한 소송을 취하하며 “자신을 돌아보면서 오랜 시간 심사숙고해 결정한 일”이라고 말했다. 반면 조민씨는 지난달 14일 검찰에 출석해 피의자 조사를 받을 때는 혐의 중 일부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또 “공범인 조 전 장관 등의 입장 변화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했었다. 그러나 조 전 장관은 지난달 17일 자신의 항소심 첫 재판에서 변호인을 통해 ‘사회 활동을 하는 아버지로서 딸의 일거수일투족을 알기 어려웠다’는 취지로 입시 비리 혐의를 부인했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조 전 장관과 조민씨가 모두 진심으로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서 결국 검찰이 조민씨도 기소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조 전 장관의 아들 조원(26)씨의 연세대 대학원 입시 비리 혐의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다. 조원씨는 지난 2018년 1학기 입시에 지원하면서 허위로 작성된 서울대 인턴 확인서, 최강욱 민주당 의원이 발급한 허위 로펌 인턴 증명서 등을 제출해 입학 사정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 전 장관이 아들 입시 비리 혐의로도 재판을 받고 있어 대법원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조원씨의 공소시효는 정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