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덮친 하와이 마우이섬 “종말 온 듯”
허리케인 타고 해안까지 불길 번져 세계적 관광지 잿더미
최소 36명 사망…“화염이 도로 막아 바다에 뛰어들기도”
세계적 휴양지인 미국 하와이 마우이섬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해 최소 36명이 숨지고 관광명소들이 잿더미로 변했다. 8일(현지시간) 시작된 산불은 허리케인의 영향으로 이틀째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일부 주민들은 화마를 피해 바다로 뛰어들기도 했다.
하와이주 마우이 카운티는 9일 긴급 공지를 통해 전날 발생한 산불이 밤사이 빠르게 번지고 있다며 위험지대 주민들에게 대피명령을 내렸다. 산불은 전날 마우이섬 중부 쿨라와 서부 해안 마을인 라하이나 지역에서 각각 일어났다.
산불 피해는 19세기 하와이 왕국의 수도이자 고래잡이 어선의 근거지이기도 했던 인구 1만2000여명의 유서 깊은 관광지 라하이나에서 특히 컸다. 리처드 비센 주니어 마우이 시장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이 지역에서 발생한 화재로 최소 6명이 사망했다고 밝혔으나 이후 산불 진화 및 수색 과정에서 사망자가 추가로 발견돼 현재까지 사망자는 36명으로 늘었다. 그는 “라하이나 지역의 많은 주택과 상가건물이 전소됐다”며 현재 2100명 이상이 4개 대피소에 머물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이 지역의 전기가 끊기고 유선전화와 휴대전화 통신, 911 신고 시스템도 마비됐다.
일부 주민은 강풍을 타고 급속도로 번지는 불길을 피해 바다로 뛰어들기도 했다. 카운티 당국은 해안경비대가 바다에 뛰어든 어린이 2명을 포함해 14명을 구조했다고 밝혔다. 주민들은 화염이 번지는 속도가 ‘종말’을 연상케 했다고 전했다. 주민 대니얼 설리번은 CNN에 “화마가 점점 가까워지는 것을 봤다. 도로가 막혀 빠져나갈 방법을 찾기 힘들었다”며 “종말과 같은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초대형 산불로 마우이섬을 찾은 관광객 약 4000명은 발이 묶였다. 마우이 카훌루이 공항에는 전날부터 여행객 2000명이 머물고 있다. 허리케인과 산불로 인해 항공편이 취소됐거나, 섬에 막 도착했으나 공항 밖으로 나가지 못한 이들이 대부분이다. 마우이 당국은 관광객들에게 최대한 빨리 라하이나를 떠나는 것이 안전하다며 이들을 공항으로 이송시키는 버스 운영을 시작했다.
현재까지 마우이섬에 거주하는 한인과 한국인 관광객들의 피해는 영사관에 보고되지 않았다. 마우이섬은 연간 2만5000여명의 한국인 관광객이 찾는 지역이다.
하와이 기상당국은 하와이 인근에 자리한 허리케인 ‘도라’의 영향으로 불길이 강풍을 타고 삽시간에 번지면서 피해가 커졌다고 발표했다. 한때 최대시속 130㎞의 돌풍이 불면서 소방헬기도 뜨지 못했다. 9일 오전부터 기상조건이 개선되며 헬기 등을 통해 화재 진압이 이뤄지고 있다. 다만 현재까지도 불길은 완전히 잡히지 않은 상태다. 앞서 마우이 소방당국은 전날 오전에도 라하이나 지역의 산불이 100% 진압됐다고 선언했지만, 강풍을 타고 잔불이 살아나면서 산불이 다시 번졌다. 쿨라 지역 산불도 계속 확산해 중서부 해안지역까지 퍼졌다.
하와이는 습하고 무더운 열대 기후로 잘 알려져 있지만 최근 몇년 새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여름철 강우량이 크게 줄고 가뭄이 심화되면서 산불 피해가 늘어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미 국립가뭄완화센터에 따르면 하와이 전역의 60%에 해당하는 땅이 여름철에 “비정상적으로 건조한 상태”를 보이고 있다. 미 국립해양대기청도 올여름 하와이 일부 지역에서 가뭄이 심화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여기에 우기인 겨울에 내린 폭우가 불에 잘 타는 침입종 식물의 성장을 촉진시키면서 건조하고 무더운 여름 날씨가 찾아오면 산불이 빠르게 번지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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