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목 되기 전에 ‘쭉쭉’ 키도 덩달아 ‘쑥쑥’
서울 노원구보건소, 방학 기간 초등생 대상 자세 교정 특강
척추측만증·거북목 증후군 등 유소견 판정 학생 맞춤 진행
지난 8일 서울 노원구보건소 마들지소에 모인 초등학생들이 두 다리를 앞으로 쭉 뻗고 앉아 상체를 다리 위로 포갰다. 안간힘을 썼지만 뻣뻣한 몸이 마음처럼 펴지지는 않는 모습이었다. 이곳에선 이날 척추측만증이나 거북목 증후군 소견을 받은 관내 초등 5~6학년들이 자세를 교정하기 위해 노원구가 방학 기간 마련한 운동교실 특강에 참여 중이었다.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 사용이 일상화되면서 10대 초반부터 척추측만증이나 거북목 증후군으로 치료를 받는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척추측만증으로 진료를 받은 9만775명 중 10~19세는 4만339명으로 44%를 차지했다. 교육부가 발표하는 학생 건강검사 표본통계에서도 척추 이상 비율은 매해 증가하고 있다.
이에 노원구는 지난 3월부터 관내 초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척추측만증과 거북목 증후군 현황을 검사했다. 40개 초등학교 5학년생 3855명에 대해 척추측만증을 검사한 결과 192명이 유소견을 받았다. 거북목 증후군은 22개 학교 6학년 학생 2387명을 대상으로 검사해 479명이 교정 필요 진단을 받았다. 노원구는 ‘소견 있음’ 판정을 받은 학생들에게 운동특강을 안내했다.
학생 16명이 강사의 지도에 맞춰 1시간 동안 동작 10개를 따라 했다. 보건소 직원 4명이 학생들 사이를 수시로 돌아다니며 올바른 자세를 할 수 있게 도왔다. 평소 쓰지 않던 근육을 사용하느라 버둥거리는 학생들에게 “버텨라” “자세를 유지하라”는 호령이 떨어졌다. 고난도 동작을 마치고 주저앉거나 숨을 몰아쉬는 학생들도 보였다. 운동에는 미니짐볼, 밸런스쿠션, 스포밴드, 폼롤러, 스모비 등 여러 가지 도구가 활용됐다.
척추가 6도 정도 휘었다는 소견을 받아 특강을 듣게 됐다는 5학년 조나빈양(11)은 “운동을 하지 않으면 자세교정 의자에 앉아도 어차피 등이 구부러진다”며 “운동은 힘들지만 몸이 시원해 친구들에게도 추천하고 싶다”고 말했다. 조양의 친구 이재연양(11)도 “책상에 앉을 때 옆으로 비스듬히 기대거나 거의 누워서 공부했는데 열심히 운동하다 보면 좀 나아지지 않을까 기대된다”고 했다.
이응호군(11)은 척추 교정 운동이 키를 키우는 데도 도움이 됐다고 했다. 그는 “원래 삐딱하게 앉았고, 휴대폰을 할 때도 거북이처럼 목을 내밀고 있었는데 특강을 들은 이후로 똑바로 앉으려 노력하고 있다”며 “7월 말부터 다녔는데 키를 재보니까 0.5㎝ 정도는 컸다”고 전했다.
이날 모인 16명 중 여학생이 13명이었다. 심평원 데이터상으로도 지난해 척추측만증 진료를 받은 10~19세 4만339명 중 남자는 1만4259명, 여자는 2만6080명이었다. 김숙 노원구보건소 마들지소 주무관은 “일반적으로 여학생들이 척추측만증이 많고 남학생들은 거북목이 많다”며 “여학생들의 경우 다리를 꼬는 습관이 많고, 남학생들은 주로 휴대폰 게임을 해서 증상이 다르게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주무관은 일주일에 두 번의 정규 수업 외 수강생들에게 숙제도 내준다. 이날 내린 과제는 ‘롤업’(누워서 배의 힘만으로 일어나 앉는 동작) 20회다. 숙제를 하는 장면을 영상으로 찍어 밴드에 인증을 해야 한다.
아직 몸이 유연한 10대 초반인 만큼 운동을 통한 개선 속도가 빠르다. 김 주무관은 “처음에는 다리 스트레칭을 하지 못할 정도로 무릎 관절이 굳어 있던 아이들이었는데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며 “롤업 동작은 첫 시간에 1~2회 하는 게 고작이었는데 이제 30회씩 할 정도로 늘었다”고 전했다.
노원구는 하반기에도 관련 사업을 지속할 계획이다. 아직 척추측만증과 거북목 증후군 검진사업을 신청하지 않은 초등학교들에 신청을 독려하고, 방학특강 등을 통해 관리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유경선 기자 lights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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