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나도?”…서울 보건소서 ‘익명’으로 마약검사 해준다
서울 시내 보건소에서 마약검사를 익명으로 받을 수 있게 됐다. 학원가 ‘마약 음료’ 사건 이후 시민 불안감이 커졌고, ‘퐁당 마약’ 등 관련 범죄 노출 빈도가 증가하면서 중독 등의 문제를 조기에 찾아 피해 회복을 돕는다는 취지다.
서울시 등에 따르면 도봉·동작·동대문구는 10일부터 구청 보건소를 통해 마약류 노출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무료 익명검사를 시작한다. 신분을 밝히지 않아도 되고 검사 과정·결과도 비밀로 진행된다. 온라인 설문이나 안내문에 실린 QR코드로 질문지를 작성한 후 보건소 등 지정된 장소에서 소변검사를 받는 식으로 이뤄진다.
각 자치구 보건소 임상병리실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 인증을 받은 의료용 마약류 검사 키트를 이용해 마약 성분 검출 여부를 확인하는데, 결과는 검사 후 10~20분이면 나온다. 결과가 양성이고 피검사자가 원하면 서울시 은평병원에서 2차 검사로 재확인하게 된다.
도봉구 관계자는 “불법 마약류 문제가 일상을 파고들어 나도 모르게 마약에 노출되는 단순 피해에 대한 불안감을 줄이고 추가 피해·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해당 시스템을 신속하게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마약 익명검사는 서울시가 시비로 도입한 것이다. 이날 3개구를 시작으로 서울 모든 자치구에 순차적으로 적용할 예정이다.
익명검사는 국내 마약 피해가 공공의 개입·관리가 필요한 수준이라는 판단에서 시작됐다. 국내 마약류 밀반입이 늘어나는 데다 환각 효과와 중독성이 큰 신종 마약류가 등장하는 상황에서 자신이 알지 못하는 사이 섭취하거나 흡입할 수 있다는 우려가 늘어난 것이다.
이들 단순 피해자는 고의성이 없다는 점을 스스로 증명하기 어려워 신고뿐 아니라 자발적 검사를 꺼린다. 이에 중독 등 드러나지 않는 심각한 문제로 발전할 위험이 크다. 서울시와 자치구들은 익명검사로 복용 사실이 확인되면 조기에 치료와 재활을 연계해 피해 회복을 도울 방침이다.
검출 가능한 마약류는 모르핀, 코카인, 필로폰, 암페타민, 엑스터시, 대마초 총 6종이지만 향후 대상 마약류도 확대할 계획이다. 검사는 서울 시민이면 누구나 무료로 받을 수 있다. 다만 약물 범죄로 인한 법적 조치 희망자, 직무·자격취득 관련 증명서 발급 희망자, 기존 마약류 처벌·치료 유경험자 등 경찰이나 특정 기관에서 검사받아야 하는 대상자는 제외된다.
김보미 기자 bomi8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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