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 ‘핑퐁 규제’…한국은 또 ‘눈치 게임’
기업들 “당장 영향은 제한적”
중, 광물 수출 통제로 ‘보복’
비용 부담 늘며 리스크 확대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인공지능(AI)·양자컴퓨터 등 첨단 기술에 대한 투자를 전면 통제하고 나서면서, 그 파장에 국내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단 한국 정부와 국내 업계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반응이지만 ‘G2’의 핑퐁식 규제와 보복 상승작용이 글로벌 환경에 민감한 국내 기업들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0일 국내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등 관련 업체들은 이번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중국에서 128단 낸드플래시(시안 공장)를, SK하이닉스는 10나노 중후반대 D램(우시 공장)과 96·144단 낸드플래시(다롄 공장)를 생산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놓칠 수 없는 (메모리)시장이고, 미국의 눈에도 거슬리면 안 되므로 굉장히 민감한 상황인 것은 맞다”고 말했다. 게다가 지난해 미국이 발표한 대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 금지의 한시적 유예가 오는 10월로 만료되는데, 유예기간 연장을 놓고 한·미 정부가 협상하는 중인 만큼 업계는 조심스럽게 지켜보는 분위기다.
물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미국의 반도체 관련 제재로 중국 공장에 대한 추가 투자를 무기한 보류하고 있다. 하지만 현지 공정의 생산성을 유지하기 위한 기술적 업그레이드는 계속 필요한 상황이다.
미국이 한국 등 동맹국에 투자 제한에 동참하라며 압박할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에도 미국의 요청에 네덜란드와 일본이 중국에 대한 반도체 장비 수출 제한에 나선 바 있다. 정부는 이날 “(행정명령의) 적용 범위는 미국인 또는 미국 법인으로 한정된다”고 설명하면서도, 향후 미국이 공조 요청을 해올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다만, 이번 조처는 사모펀드 등 전문적 투자기관을 대상으로 한 제재여서 일반 제조기업의 공장 신·증설 같은 일상적인 투자활동과는 무관하다는 시각도 있다. 특히 첨단 기술의 군사적 활용을 차단하는 게 목표여서 민간 부문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도 있다.
산업계는 무엇보다도 양대 패권국이 규제와 보복조치를 주고받는 상황이 장기적으로 국내 기업의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중국은 미국의 첨단기술 제재에 맞서 이달부터 반도체 등의 핵심 소재로 쓰이는 갈륨·게르마늄 수출 통제에 나섰다. 해당 광물 가격은 한 달 만에 20% 이상 뛰는 등 기업의 비용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당장 중국 상무부도 이날 “중국도 조치를 취할 권리가 있다”며 맞대응을 예고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미·중의 규제 내용이 점차 강화되고 그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며 “두 나라의 마찰이 어느 방향으로 튈지 모르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미국, 대중국 반도체·AI·양자컴퓨터 투자 금지 행정명령
- 중 “과학기술 이용한 괴롭힘”
- 아프고 계속 커지는 켈로이드 흉터··· 구멍내고 얼리면 더 빨리 치료된다
- “남잔데 숙대 지원했다”···교수님이 재워주는 ‘숙면여대’ 대박 비결은
- [스경X이슈] 반성문 소용無, ‘3아웃’ 박상민도 집유인데 김호중은 실형··· ‘괘씸죄’ 통했다
- ‘해를 품은 달’ 배우 송재림 숨진 채 발견
- 윤 대통령 골프 라운딩 논란…“트럼프 외교 준비” 대 “그 시간에 공부를”
- ‘검찰개혁 선봉’ 박은정, 혁신당 탄핵추진위 사임···왜?
- 한동훈 대표와 가족 명의로 수백건…윤 대통령 부부 비판 글의 정체는?
- “그는 사실상 대통령이 아니다” 1인 시국선언한 장학사…교육청은 “법률 위반 검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