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차관 “해병대 사령관에 3번 전화, 법리 문제 지적”
“장관 지시 이행 확인 차원”…특정인 혐의 삭제 의혹은 부인
민주당 “국방부가 초동수사 간섭, 공수처에 수사 의뢰해야”
신범철 국방부 차관은 10일 채수근 상병 순직 사건에 대한 해병대 수사단 결과 보고서의 경찰 이첩 과정에 자신이 개입됐다는 의혹을 두고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에게 3차례 전화했다고 밝히며 “(보고서 내용이) 법리상 다툼이 있다는 이야기는 했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 이첩을 보류하라는 이종섭 국방부 장관의 지시를 사령관에게 전달했고, 보고서에서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 등의 과실치사 혐의 사실을 삭제하라는 지시는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앞서 해병대 전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 측은 신 차관이 보고서에서 혐의자와 혐의 사실을 모두 삭제할 것을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신 차관은 이날 서울 용산구 국방부 기자실에서 취재진과 만나 지난달 31일에서 지난 1일까지 김계환 사령관에게 총 3차례 전화했다고 밝혔다.
신 차관 주장에 따르면 이 장관은 지난달 30일 해병대 수사단의 보고서를 결재하고, 이튿날인 31일 ‘법리상 다툼’이 있을 수 있으니 경찰 이첩을 잠시 보류하라고 그에게 지시했다. 법리상 다툼은 보고서에 혐의자와 혐의 사실을 적시한 채 민간 경찰에 이첩하는 것이 적절한지를 가리킨다. 이 장관이 31일 오전 국방부 법무관리관에게 자문을 구해 ‘법리상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취지의 답변을 받자 같은 날 오후 이첩을 미루고 법적 검토를 더 진행하자고 말한 뒤 국외 출장을 떠났다는 것이다.
신 차관은 31일 오후부터 세 차례 김 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이 장관의 명령과 이행 상황을 확인했지만, 보고서를 수정해 다시 보고하라거나 보고서에서 혐의자와 혐의 사실은 빼라고 말한 사실이 “없다”고 했다. 다만 “그것(혐의 내용 등 삭제)과 관련해 법리상 다툼이 있다는 이야기는 했다. 법무관리관의 조언을 받아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신 차관은 ‘해병대는 왜 말을 하면 안 듣냐는 취지로 말했는가’라는 질의에는 “세 번째 전화는 약간 이행을 잘 안 하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에 장관 지시가 이행 안 된다는 느낌을 표현했을 수 있다”고 했다.
법무관리관실 관계자도 보고서에서 혐의 사실 등을 빼라고 지시했다는 박 대령 측 주장에 대해 “지시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다”며 “죄명을 빼고 사실관계만 적시해 이첩할 수도 있고 군사법원법상 이첩하는 방법은 다양하다고 말씀드린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해병대 수사단의 보고서대로 혐의 사실을 넣어 이첩하면 경찰 수사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본 이유에 대해 “관계자들을 다 혐의자들로 (경찰로) 보내 (경찰이) 다 입건할 경우 군인사법상 불이익을 받게 된다”면서 “군사경찰(해병대 수사단)이 1차 수사기관으로서 판단을 제대로 못한다면 그 책임에 대한 건 군사법기관에 있기 때문에 신뢰받는 군사법기관이 되기 위해 법리 검토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령 측은 차관과 법무관리관이 보고서에서 혐의자와 혐의 내용을 다 뺄 것을 수차례 지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집단항명 수괴’ 혐의로 입건된 박 대령은 11일 군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는다.
신 차관은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을 찾아 사건 처리 경과 등을 보고했다. 국방위 야당 간사인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신 차관의 보고를 들은 뒤 기자들과 만나 “오히려 국방부 장관과 차관, 법무관리관이 직권남용에 해당한다. 군경찰 지휘자는 공정성과 독립성을 보장받게 돼 있는데 (국방부가) 초동수사에 간섭한 모양새”라며 “국방위와 법제사법위원회 차원에서 조사하고 여러 혐의가 구체화되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를 의뢰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채 상병 유족은 이날 이 장관에게 손편지를 보내 최근 국방부와 해병대 수사단의 갈등이 사건을 축소·은폐하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한 우려 등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새슬 기자 yoos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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