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장재의 에르메스’ 알칸타라 CEO “재활용 명품 섬유가 30% 더 비싸다”

곽창렬 기자 2023. 8. 10. 21: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WEEKLY BIZ] 안드레아 보라뇨 알칸타라 회장 인터뷰

WEEKLY BIZ 뉴스레터 구독하기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146096

포르셰, 람보르기니, 마세라티의 실내 공간은 공통점이 있다. 이들 럭셔리카 브랜드는 이탈리아산 최고급 내장재 기업 알칸타라가 만든 섬유 소재로 실내를 마감한다. 1972년 밀라노에서 설립된 알칸타라는 회사명과 같은 알칸타라라는 내장용 소재를 생산하고 있다. 고기능성 소재인 알칸타라는 가볍고 탄탄하며, 합성섬유라 물에 강하다는 특징이 있다. 동시에 천연 소재처럼 촉감이 부드러워 최고급 자동차 내장재로 통한다.

‘내장재의 에르메스’로 통하는 알칸타라는 럭셔리카뿐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MS)의 노트북 ‘서피스 랩톱’의 키보드 덮개 제작에도 사용된다. 최근에는 휴대전화 커버 제작에도 쓰이기 시작했다. 2004년부터 알칸타라를 이끄는 안드레아 보라뇨 회장은 WEEKLY BIZ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요즘은 재활용 소재가 인기를 끌고 있다”며 “우리가 재활용할 수 있는 공정을 개발하다 보니 글로벌 명품 업체들이 재활용 소재로 제작되는 알칸타라 주문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안드레아 보라뇨 알칸타라 회장은 WEEKLY BIZ 인터뷰에서 "한국 기업들은 디자인의 힘을 잘 알고 있다"며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세계적인 한국 기업들과 협업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알칸타라 제공

◇“재활용 소재가 30% 더 비싸”

지난달 13일 영국 최대 자동차 축제 ‘굿우드 페스티벌 오브 스피드’에서 현대자동차는 전기차 ‘아이오닉 5 N’을 처음 공개했다. 다양한 신기술이 관심을 끌었지만 차량 내부 검정 시트도 이목을 끌었다. 이 시트는 재활용 폴리에스테르를 활용한 알칸타라로 제작했기 때문이다. 자동차가 아닌 다른 산업군의 제품에서 수거된 폴리에스테르를 재활용해 시트를 제작한 것이다.

알칸타라는 전 세계에서 전기차 개발에 속도가 붙자 이런 흐름에 발맞춰 친환경 소재를 적극 개발하고 있다. 보라뇨 회장은 “4~5년 전부터 환경보호나 지속 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섬유 업계에도 재활용 폴리에스테르로 만든 제품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며 “특히 전기차는 친환경에 대해 관심을 가진 소비자들이 찾는 경우가 많다 보니 자동차 업체들도 친환경·재활용 소재를 이용하려는 추세에 있다”고 말했다.

알칸타라가 재활용 폴리에스테르로 제작한 소재의 최초 고객사는 페라리였다. 보라뇨 회장은 “전 세계 많은 업체가 우리가 재활용 소재로 만든 제품을 구매하려다 보니 해당 제품이 (재활용 소재를 사용하지 않은 제품보다) 오히려 30% 정도 더 비싸다”고 말했다. 그는 “알칸타라 제품의 70%는 폴리에스테르로 구성되고, 우리가 사용하는 폴리에스테르는 다시 한번 재활용이 가능하다”며 “최근에는 생산 공정에서 발생하는 폴리에스테르 조각 천들을 다시 한번 재생시킬 수 있는 공정까지 개발했다”고 말했다.

◇“재활용 소재에 대한 인식 확 달라졌다”

재활용 소재로 제작되는 섬유의 품질에 의문을 표시하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보라뇨 회장은 “요즘은 소비자들은 재활용 재료를 쓴다고 하더라도 품질에 전혀 이상이 없고 오히려 더 낫다고 생각한다”며 “과거에 중고라서 품질이 낮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과 인식이 확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재활용 폴리에스테르는 일부 구성 요소를 제거하는 등 정제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며 “알칸타라는 화학적·미학적 특성에 전혀 변화가 없도록 제작할 수 있는 생산 라인을 구축했으며 재활용 제품은 소재의 특성이나 촉각, 시각적인 미학성까지 기능적으로 (재활용 소재를 사용하지 않는 제품과) 완벽하게 동일하게 제작된다”고 말했다.

재활용 소재에 관심이 쏠리다 보니 친환경 섬유 시장 규모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포천비즈니스인사이트에 따르면, 올해 기준으로 전 세계 섬유 시장 규모는 1조747억달러(약 1405조원)에 이른다. 그중 재활용을 비롯한 친환경 섬유의 비율은 5.4%인데, 2030년이면 이 비율이 7.2%로 높아질 것으로 추산된다.

그래픽=김의균

◇“한국 소비자 수준 높고 까다로워”

알칸타라는 지난해 1억6326만유로(약 2360억원) 매출을 올렸다. 650여 직원이 이탈리아 밀라노 본사와 네라 몬토로 생산 공장·연구개발(R&D)센터 등지에서 일하고 있다.

보라뇨 회장은 과거와 달리 요즘에는 맞춤형 소재 공급에 심혈을 기울인다고 했다. 그는 “알칸타라는 (1970년대에) 처음 만들었을 때부터 다른 섬유 소재보다 가볍고 공기가 잘 통하는 소재 자체의 특성과 내구성에 거의 변함이 없다”며 “달라진 건 지금은 고객이 원하는 대로 수백가지 다양한 방식으로 소재를 만들어서 사용할 수 있도록 맞춤형 제품을 생산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양한 방식으로 맞춤 제작이 가능하다 보니 많은 디자이너나 예술가들이 우리와 제휴한다”고 했다.

실제로 명품 디자인 스튜디오인 이탈리아의 ‘디모레 스튜디오’나 세계적인 명성을 갖고 있는 실내 인테리어 디자이너 줄리오 카펠리니가 알칸타라의 소재를 가져다 쓴다. 또한 알칸타라는 랑방·야마모토·아디다스·스와로브스키 등 패션·보석 업체와 프랑스 명품 가구 리네 로제 등에도 소재를 공급하고 있다.

보라뇨 회장은 한국 시장에 대해 “소비자들의 지식 수준이 높고 까다로운 취향을 가지고 있다”며 “알칸타라는 까다로운 한국 소비자들의 요구를 충족할 수 있기 때문에 한국은 우리에게 잠재력이 큰 시장”이라고 말했다.

WEEKLY BIZ 뉴스레터 구독하기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146096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