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수호자’ 룰라의 모순...‘삼림 벌채 중단’ 외치며 '밀림 석유 개발'도 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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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까지 아마존 산림 벌채 종식."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최근 남미 8개국으로 구성된 아마존협력기구(ACTO) 정상회의에서 거듭 강조한 목표다.
지난 5월 브라질 환경부 산하 연구소가 "환경오염 영향 분석이 미흡하다"며 페트로 브라스의 아마존강 하구 일대 시추 요청을 기각하자 룰라 대통령은 기업을 감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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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영 에너지 회사 '아마존 내 석유 개발' 지지
환경단체 "화석연료 사용·환경 파괴 부추겨"
“2030년까지 아마존 산림 벌채 종식.”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최근 남미 8개국으로 구성된 아마존협력기구(ACTO) 정상회의에서 거듭 강조한 목표다. 룰라 대통령은 “무분별한 개발과 기후위기로부터 열대우림을 지키자”며 정상회의를 14년 만에 소집했다.
그런 룰라 대통령의 입에서 모순된 주장이 나오면서 진정성을 의심받고 있다. 그는 브라질 국영기업의 아마존 석유 개발을 통해 세계 최대 에너지 강국으로 거듭나겠다는 야심을 드러냈다.
'환경 대통령' 룰라 정부, 아마존 내 석유 개발은 지지?
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환경 대통령’으로 통하는 룰라 대통령은 '10년 안에 세계 4위의 석유 생산국 도약'을 목표로 국영 에너지 회사 ‘페트로 브라스’의 아마존 일대 원유 시추 사업 허가를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이는 '세계의 허파인 아마존의 수호자'로서의 행보와 정면 배치된다. 그는 마구잡이 벌채에 대한 감시·감독을 강화하고 아마존 보호 기금을 설립해 국제사회의 지원을 이끌어냈다. 2003~2010년 브라질령 아마존의 벌채 면적은 80% 이상 줄였고 지난해 11월 대통령에 다시 당선된 후 반년 만에 34%를 더 줄였다. 개발을 독려하며 나무 20억 그루 이상을 잘라낸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과 각을 세웠다.
룰라 대통령의 태도는 최근 들어 미세하게 바뀌었다. 지난 5월 브라질 환경부 산하 연구소가 "환경오염 영향 분석이 미흡하다"며 페트로 브라스의 아마존강 하구 일대 시추 요청을 기각하자 룰라 대통령은 기업을 감쌌다. 그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석유를 생산하면 빈곤층 4분의 3이 거주하는 아마존 북부 지역에서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며 지지를 보냈다. ACTO 정상회의에서도 그는 ‘탄소 배출 감축을 위해 석유 탐사를 멈추자’는 정상들의 제안을 거절했다.
"국가 경제 발전 위해" VS. "환경보호 도루묵"
룰라 대통령의 모순은 아마존을 지켜야 한다는 국제사회 여론과 국가 경제를 발전시키라는 국내 민심 사이에서 발생한다. 지난해 룰라 대통령의 당선 당시 브라질 경제 상황은 매우 열악했다. 고금리로 인한 불황이 지속됐고, 4분기 국내총생산(GDP) 정부 집계도 1년 만에 감소했다. ‘경제 살리기’가 그의 주요 과제가 된 셈이다.
아마존이 걸쳐 있는 적도 일대엔 미국 전역 매장량의 70%에 달하는 약 300억 배럴의 원유가 묻혀있다. 화석 연료 의존도가 높은 브라질로선 포기가 쉽지 않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브라질 경제의 발전 속도를 고려하면 향후 50년간 석유 의존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브라질 여론은 엇갈린다. 알렉상드르 실베이라 에너지부 장관은 ACTO 회의 직전 페트로 브라스의 석유 탐사를 전면 허락해야 한다며 “국민들은 브라질이 경제적 잠재력을 발휘하는 것을 볼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마리나 실바 브라질 환경부 장관은 “우리가 삼림 벌채를 100% 줄인다 해도 화석 연료 배출을 중단하지 않는다면 아마존은 똑같이 피해를 입을 것”이라며 비판했다. 환경단체들도 "아마존에서 석유를 추출해도 위험하지 않다"는 룰라 대통령의 주장을 반박했다.
외부의 시선도 싸늘하다. ACTO에 참석한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은 “국가 발전을 앞세웠던 보우소나루의 오류를 반복하지 말라”며 룰라 정부의 모순을 비판했다.
이유진 기자 iyz@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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