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보고’ 해병대수사단 자료 “사단장, 실종자 수색 임무 뒤늦게 전파했다”

유새슬 기자 2023. 8. 10.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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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31일 발표 예정이었던 언론브리핑 자료
“예하 지휘관들, 사단장 지적에 부담 느껴 무리한 입수”
7월30일 대통령실 전달 뒤 31일 언론브리핑 돌연 취소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해병대 채수근 상병 실종 하루 뒤인 지난달 20일 경북 예천스타디움에 마련된 해병대 숙영지를 방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채수근 해병대 상병 순직 사건을 수사한 해병대 수사단은 임성근 해병대 제1사단장이 수색 임무를 뒤늦게 전파하는 등 과실이 크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10일 확인됐다. 수사단은 이 같은 내용의 언론브리핑 자료를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의 요청에 따라 지난달 30일 안보실에 전달했다. 이튿날인 지난달 31일 해병대 수사단의 언론브리핑이 예정돼 있었지만 이종섭 국방부 장관의 지시로 약 한 시간을 앞두고 전격 취소됐다.

해병대 수사단이 작성한 언론브리핑 자료 등에 따르면 임 사단장은 지난달 15일 경북 예천에서 집중호우로 인한 실종자 수색 작전 계획을 인지했는데 이 사실을 이틀 뒤에야 여단장에게 알렸다. 이날은 장병들이 예천으로 이동한 당일이자 수색 작전이 진행되기 하루 전이었다. 여단장은 이 때까지만 해도 물 속에 들어가기 보다는 하천변을 걸으면서 두 눈으로 수색하는 방식으로 알고 있었다고 한다. 그 때문에 구명조끼와 같은 안전 장구를 사전에 충분히 준비하지 못했다고 수사단은 주장했다.

수사단은 사단장과 여단장을 포함해 총 8명이 업무상 주의 의무를 소홀히 했다고 결론을 내렸는데 그 중에서도 사단장의 과실이 특히 엄중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수사단은 “현장부대에서 실종자 수색 임무를 뒤늦게 전파받아 현장 지휘관들이 안전대책(구명조끼·로프 등) 강구 등 작전 준비가 미흡한 상태로 수색 작전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또 “입수 계획이 없었으나 사단장의 복장, 경례 태도, 브리핑 상태 등에 대한 지적사항 등으로 예하지휘관이 지휘 부담을 느껴 무리하게 허리 아래 입수를 지시하게 돼서 채 상병이 수색작전 임무 수행 중 사망하게 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수사단은 자료에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정 수사했다”고 밝혔다.

해병대 수사단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언론 브리핑 자료를 지난달 31일 발표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지난달 30일 오후 수사단은 안보실 요청에 따라 자료를 송부했고, 31일 이 장관의 지시로 언론 브리핑이 취소됐다. 수사단장에서 보직해임된 박정훈 대령 측은 이를 외압의 근거라고 주장했다. 국방부는 안보실에 브리핑 자료를 보내는 것은 통상적인 일이라며 브리핑 취소와는 관계가 없다고 반박했다. 해병대 수사단은 임 사단장 등 8명의 과실치사 혐의사실이 기재된 수사보고서 등 순직 사건을 민간경찰에 이첩했지만 국방부는 이를 회수했고 국방부 조사본부가 재조사를 하고 있다.

유새슬 기자 yoos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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