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수습도 혼선·무능…여당선 ‘여가부 폐지’ 꺼내 책임 희석

김지환·조해람 기자 2023. 8. 10.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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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안부, 숙소 오류 뒤늦게 파악…“비상대피 역량” 강조 무색
K팝 콘서트엔 공공기관 1000여명·자원봉사 동원 ‘민폐’ 논란
K팝 콘서트 무대 설치 태풍 ‘카눈’이 북상 중인 10일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폐영식과 K팝 콘서트가 펼쳐질 무대가 설치되고 있다. 문재원 기자 mjw@kyunghyang.com

잼버리 대원들을 새만금에서 조기 철수시킨 정부가 비상대피 과정에서도 혼선을 빚어 빈축을 사고 있다. 뒷수습 과정에서도 무능함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위기 대응 시 민관의 자원을 사실상 징발해 잼버리가 ‘민폐’로 전락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상황이 이런데도 여당 일각에선 책임을 희석하기 위해 수면 아래에 있던 여성가족부 폐지론을 다시 꺼내들고 있다.

김현숙 여가부 장관은 지난 8일 새만금 프레스센터 브리핑에서 ‘조기 철수 사태’에 대해 “지금은 오히려 위기 대응을 통해 대한민국의 역량을 전 세계에 보여주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잼버리 초기엔 준비 부족으로 문제가 발생했지만 태풍 ‘카눈’으로 인해 비상대피하는 과정에선 대응 역량을 보여주고 있다는 취지다.

김 장관의 발언은 하루 만에 무색해졌다. 대회 조직위원회가 입국조차 하지 않은 예멘과 시리아 대원들의 숙소를 배정했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대회가 시작된 지 일주일이 지난 시점이었는데도 국가별 인원 통계조차 정확히 정리되지 않았던 셈이다. 홍문표 국민의힘 의원은 10일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조그마한 동네 행사도 이렇게는 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비상대책반 간사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비상대피 과정에서 발생한 혼선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장관은 지난 9일 브리핑에서 ‘여성 잼버리 대원이 경기 안양시 한양대 남성 기숙사에 잘못 배치돼 다시 호텔로 이동했다’는 질문에 “처음 듣는다. 사실 여부부터 확인한 후 빨리 알려드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홍콩 대표단 460여명 중 168명은 지난 9일 오전 자국으로 돌아갔지만 조직위는 이를 언론에 알리지 않았다.

정부가 ‘반전 카드’로 여기고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K팝 콘서트는 4만명에 가까운 대원들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돼 안전인력 등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 콘서트에 기획재정부는 공공기관 직원 1000여명을 사실상 동원하기로 하면서 논란을 일으켰다. 이뿐만 아니라 서울 마포구청은 지난 9일 녹색어머니회 등 6개 직능단체에 자원봉사자 모집까지 요청했다. 한국노총은 성명에서 “일만 터지면 애꿎은 공무원과 공공기관 노동자들을 강제동원하는 문화는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고 밝혔다.

여권은 잼버리 파행에 대한 사과 메시지를 내놓는 대신 여가부, 전라북도의 책임론을 부각하고 있다. 특히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 하태경 의원 등은 여가부 책임론을 넘어 폐지론까지 제기하고 있다. ‘잼버리 파행 책임이 윤석열 대통령 공약인 여가부 폐지를 가로막은 더불어민주당에도 있다’는 프레임이다.

잼버리 주무부처인 여가부에 책임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대회 파행을 이유로 폐지까지 언급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기자와 통화하며 “여가부 장관부터 부처 폐지에만 신경 쓰면서 부처가 힘을 잃다 보니 이런 상황까지 돼버린 것 아닌가”라며 “그러나 폐지론까지 말하는 것은 여당이 책임을 손쉽게 피하려는 차원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지환·조해람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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