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들 “경고 무시·준비 부족으로 망가져”
“한국에서 열린 세계스카우트잼버리는 어떻게 혼돈에 빠졌나.”
12일 폐영하는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를 놓고 주요 외신들이 실패 원인을 분석한 기사들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외신들은 새만금 잼버리가 사전 경고를 무시하고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아 실패로 끝났다면서 재난 관리에 비효율적인 한국 정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전했다.
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새만금 잼버리는 경고 무시와 준비 부족으로 망가졌다”고 지적했다. 로이터는 2018~2020년 새만금개발청과 전라북도 보고서에서 이미 그늘막과 쉼터 부족, 화장실 청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수차례 제기됐는데도 시정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로이터는 이번 잼버리 관련 논란은 부산이 2030년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를 준비하는 시점에 불거졌다면서 한국에서는 오는 11월 엑스포 개최국 선정을 앞두고 국가 이미지 훼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새만금 잼버리 조직위원회가 2018년 내부 보고서에서 폭염에 대비해 울창한 푸른 숲을 조성하겠다고 밝혔으나 “지난주 8월의 뜨거운 태양 아래 10대 스카우트 대원 수만명이 도착했을 때 그런 숲은 존재하지 않았다”고 짚었다. WP는 또 “스카우트의 모토는 ‘준비하라’ ”이지만 “(새만금) 잼버리는 너무나 준비가 불충분해 수백명의 대원들이 온열질환으로 쓰러졌다”고 지적했다. WP는 “갯벌을 메워 만든 야영지의 상황은 자연재해에 대비하겠다는 (조직위의) 애초 계획과 너무나 거리가 멀었고, 나무를 심겠다는 계획도 토양의 염분 농도가 높아 실패했다”면서 “야영지는 7월에 내린 폭우로 모기가 들끓는 습지로 변했다”고 지적했다. WP는 전 세계 학부모들이 온열질환자 속출, 샤워 시설과 화장실 미비, 열악한 위생 상태와 식단에 대해 불만을 쏟아내자 윤석열 대통령이 냉방버스 무제한 공급을 지시하고 군대까지 동원했으나 “너무 늦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잼버리를 구해내려는 막판 노력에도 세계스카우트연맹은 태풍이 근접함에 따라 월요일(7일)에 야영지 조기 철수를 발표했다”고 짚었다.
영국 가디언도 “부안에서 열린 세계스카우트잼버리에서 긍정적인 경험을 했다는 사람들도 많지만 이번 행사는 여러 문제들로 홍역을 치렀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취재 초기에 침수된 땅 위에 설치된 텐트, 배설물로 넘쳐나는 화장실, 비누나 화장지 부족 등의 상황을 담은 사진들을 입수했다”고 밝혔다.
가디언은 잼버리 예산 1171억원 중 대부분이 조직위원회 운영에 사용됐으며, 여기에는 스위스나 이탈리아처럼 잼버리 유치 경험이 전혀 없는 나라로 호화 출장을 다녀오는 데 사용된 경비도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가디언은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의 말을 인용해 2014년 세월호 참사, 지난해 이태원 참사, 이번 잼버리 파행 등 안전 관련 이슈에는 재난 관리를 책임지는 한국 정부의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고 전했다. 21세기 한국은 과거에 비해 관리 시스템이 개선됐으나 여전히 ‘권위주의적 리더’의 감정과 이미지가 다른 고려사항보다 우선시되는 경향이 있고 행정은 여전히 이의를 제기하기 어려운 상명하복의 위계질서 속에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전 교수는 “리더의 판단이나 명령, 성향에 따라 시스템이 무시되고 훼손될 수 있는 것이 현실인 것 같다”면서 “규정이 중요하고 시스템이 탄탄한 조직에서는 구성원들의 전문성이 강조되는 반면 규정이 간과되고 시스템이 취약한 조직에서는 구성원의 충성도가 중시된다”고 말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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