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사회 부조리 끊을 수 있냐고?… “뭐든 해야 바뀌니까요”

이복진 2023. 8. 10.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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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D.P.’ 시즌2 이끄는 4인방
안준호 병사役 정해인
폭력 묵인 없애려면 누군가 용기내야
기술보다 감정 녹인 액션 연기 노력
한호열 병사役 구교환
조석봉 일병 사건으로 실어증 연기
안준호 미소에 ‘D.P.’ 주제 다 담겨
박범구 중사役 김성균
국가 손배 나선 내부 고발자 연기
“나라면 어땠을까” 물음 던진 작품
임지섭 대위役 손석구
내부 비리 함께 맞서는 인물로 변화
사회 시스템의 문제 제기 의미 있어
“D.P. 시즌1에서는 군대든, 사회든, 조직이든, 어디에서든 불합리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폭로했습니다. 시즌2에서는 반복되는 그런 것들을 개선하기 위해 뭐라도 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주는 것 같습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D.P.’는 103사단 헌병대 군무 이탈 체포조(D.P.)의 임무를 통해 군대 내 벌어지고 있는 불법행위와 이를 막기 위해 애쓰는 조직의 이야기를 다뤘다. 좁게는 군대, 넓게는 사회와 조직 모두에 경각심을 일깨우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시즌1과 2에서 드라마를 이끈 정해인, 구교환, 김성균, 손석구는 ‘D.P.’가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에 대해 “뭐라도 해야 한다는 물음을 던지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정해인 “어떤 것에 대한 행동을 이야기해”
“‘D.P.’ 시즌1에서는 ‘우리가 뭘 할 수 있는데?’라는 질문을 던졌다면, 시즌2에서는 ‘뭐라도 해야지’를 말하는 것 같아요. 어떤 것에 대한 행동인 거죠. 아무리 발버둥쳐도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해버리면 더 나쁜 방향으로 가버릴 것이라는,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D.P.’에서 103사단 헌병대 군무 이탈 체포조 안준호 병사를 연기한 정해인은 “시즌1에서는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와 관련된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라며 “이것은 공감, 긍정적인 공감이 아니라 부정적인 공감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시즌1은 그렇게 끝을 맺지요”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시즌2에서는 충격적인 사건 뒤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를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한 번 웃는 것조차 조심스러웠다고 할 정도로 안준호에 녹아들었던 정해인은 액션 연기에 대해서도 신경을 많이 썼다고 했다. 그는 ‘악에 받쳐서’ 했다며 “액션의 화려함이나 멋짐보다는 감정이 보이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연기했습니다”라고 촬영 당시를 떠올렸다.

기억에 남는 대사를 묻는 말에 ‘아무도 안 하면 그럼 누가 해야 합니까’를 언급했다. “이 질문에 아무도 답을 안 하고 (폭력을) 묵인하고 있다면 그 사회는 건강한 걸까요. 누군가 한 명쯤은 용기를 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D.P.’는 답을 내려주기보다는 시청자가 스스로 생각해 볼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구교환 “안준호의 미소가 모든 걸 설명해”
“‘D.P.’는 결국 안준호의 미소를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아요. 오프닝에 준호의 인생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다가 입대를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한 사람의 인생을 지켜보게 되는데, 그런 안준호가 한호열과 박범구, 임지섭 등을 만나면서 바뀌게 되죠. 오프닝에서 굳은 얼굴의 안준호가 엔딩에서 웃는 안준호로 바뀌는, 그것만으로도 ‘D.P.’가 해야 할 이야기는 다 했다고 생각합니다.”

구교환이 연기한 한호열은 103사단 헌병대 군무 이탈 체포조 병사로, 안준호의 선임이자 동료다. 무거운 분위기를 그나마 밝게 했던 한호열은 시즌2에서 위기를 겪는다. 조석봉 일병 사건으로 실어증에 걸린 것. 구교환은 “한호열의 가장 큰 능력은 말이라고 생각하는데, 말을 못 할 정도로 위기 상황에 부닥쳐 있다고 직관적으로 생각했어요”라면서 “어떻게 아픈지 의학 드라마처럼 분석하기보다는 정서적으로만 생각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구교환은 자신이 연출하고 주연을 맡은 단편영화 ‘플라이 투 더 스카이’(2015)의 대사 ‘육교는 흔들려야 부러지지 않는다’를 인용하며 “한호열은 중반부까지 너무 흔들림 없는 사람이었지만, 시즌1 후반부로 갈수록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라고 밝혔다.

◆김성균 “뭐라도 해야 하는 사람들의 고군분투”
“‘D.P.’ 시즌1에서는 ‘바꿀 수 있을까’나 ‘이렇게 하는 게 의미가 있나’를 이야기했다면, 시즌2에서는 ‘뭐라도 해야 하는 사람들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군대뿐만 아니라 사회에서의 내 모습을 돌아보게 되는,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물음을 던지게 하죠.”

‘D.P.’에서 103사단 헌병대 군무 이탈 체포조 박범구 중사를 연기한 김성균은 ‘D.P.’ 시리즈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박 중사는 103사단에서 병사로 군 생활을 시작, 부사관까지 지낸 인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보다 군대 내의 불합리를 잘 알고 있다.

“자기 신념이 있어서 조직(군대)에 들어가서 버티고 있지만 ‘늘 이것이 맞나’라는 회의감을 많이 느끼는 인물입니다. 그런 그가 조석봉 일병 사건 등을 겪으면서, 지켜야 할 병사에게 일이 생기니까 행동을 한 것 같습니다.” 김성균은 “시즌1에서 ‘그래도 되는 줄 알았다’라는 대사가 있는데 계속해 왔으니까 (폭력을) 당연한 것으로 알았던 것인데, 그게 문제라는 것을 D.P.가 말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손석구 “사람보다 시스템 자체의 문제”
“감독님과 극 중에서 오롯이 비난을 받아야 할 사람이 있냐는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어요. 시스템 안에서 자기 일을 하던 사람들이었을 뿐 누구의 잘못으로 말하기 힘들었죠. 다만 시즌2 마지막에서 국가가 가져야 하는 책임을 이야기하는데, 그게 감독님이 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요.”

손석구가 연기한 103사단 헌병대 임지섭 대위는 ‘D.P.’에서 가장 극적으로 바뀌는 인물이다. 시즌1에서는 안준호와 한호열의 대척점에 있던 인물이었다가 시즌2에서는 그들을 도와 군 내부 비리로 고민하는 인물로 변화한다. “시종일관 임지섭을 통해서 표현하고 싶었던 것은 끊임없이 흔들리는 사람이었어요. 시즌2에서도 사람에 대해 실망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게 된 것 같아요,”

손석구는 ‘시스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시즌1이 내무 생활에서 나오는 부조리가 주를 이뤄 공감대 형성이 크게 됐다면, 시즌2는 어떤 식으로 풀어가야 하는지 질문하는 드라마라고 생각해요. 시즌2를 성공한 시즌1을 답습한 것이 아니라 또 다른 무언가를 도전했다는 것으로 사람들이 받아주는 것 같아서 더욱 기분이 좋아요.”

이복진 기자 b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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