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거점으로 유럽서 활동하는 예술가들 작품세계 ‘한눈에’
김신성 2023. 8. 10. 20:17
재불 작가 5인전 ‘표피, 하나 혹은 다섯’
훈모로·홍일화·박인혁·최현주·박우정
소나무회 소속 40∼50대 중견 작가 기획전
마음의 눈으로 본 껍질 안쪽 ‘숨겨진 겹’
번뇌 속 탄생한 그림·조형물 등 선보여
11일부터 여의도 아트살롱드아씨서 전시
훈모로·홍일화·박인혁·최현주·박우정
소나무회 소속 40∼50대 중견 작가 기획전
마음의 눈으로 본 껍질 안쪽 ‘숨겨진 겹’
번뇌 속 탄생한 그림·조형물 등 선보여
11일부터 여의도 아트살롱드아씨서 전시
“예술가의 작품은 여러 겹의 껍질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눈이나 카메라는 단순하게 제일 위의 껍질만 보지만, 마음의 눈, 감각의 눈은 저 껍질 안쪽 수많은 번뇌 가운데, 그리고 지우고 다시 그리기를 반복한 숨겨진 겹들을 볼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과거 예술가들의 작품들을 지금의 엑스레이 기술로 찍어보면 그 안에 수많은 이미지들 혹은 겹쳐진 선들이 드러나는데, 고흐, 다빈치, 렘브란트 등 거장들의 걸작들은 이런 과정을 거쳐 나온 것입니다.”
재불 작가 5인의 작품세계를 들여다보는 기획전이 ‘표피, 하나 혹은 다섯’이란 주제를 내걸고 11일부터 9월27일까지 서울 여의도 Art Salon de H(아트살롱드아씨) 갤러리에서 열린다. 훈모로, 홍일화, 박인혁, 최현주, 박우정. 이들은 재불한국작가연합 소나무회 소속 40~50대 중견 작가들로 프랑스를 거점 삼아 유럽에서 예술활동을 펼치고 있다.
훈모로는 자연, 인간, 공간을 심오하게 결합해 일상 안에 조화시키는 조형예술가로 평가받는다. “인간은 뿌리이자 근원인 자연을 떠날 수 없으며 무한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말하는 그는 조각을 전공하고 건축가, 디자이너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2014년부터 조각과 기능성을 내밀하게 결합한 작품들을 세상에 내놓으며, 예술과 우리의 관계를 새롭게 규정하는 과감한 도전에 나섰다.
자연의 숨결을 담은 기능 조각을 통해 예술과 일상이 하나 되길 바라는 그는 획일화되어 가는 현대인의 삶에 긍정의 빛을 선사한다. 이번 전시에는 ‘지구와 우주’시리즈 작품 중 벽 조각품 두 점과 ‘새로운 지평선’시리즈 가운데 크로키 두 점을 선보인다.
박인혁은 회색 톤의 오일 파스텔이나 에어브러시로 무명의 추상 풍경과 감각 풍경을 재현한다. 풍경(Landscape)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작가들이 일상적으로 다뤄온 보편적인 주제이지만 그의 최근 작품들은 몸짓(신체) 또는 행위의 풍경을 보여준다. 이는 수많은 선들의 겹쳐짐으로 표현되기도 하고 물감과 물감(색과 색)이 액체 상태에서 흐르는 듯 겹쳐져 나타나기도 한다. 이들은 어느 순간 리듬과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패션 포토그래퍼 박우정은 자연의 다양한 형태를 소재 삼기도 한다. 꽃을 담아낸 그의 정물 사진은 본연의 모습에서 점차 추상적인 형태로 바뀌어간다. 꽃이 피고 질 때까지의 변화를 지켜보면서, 죽어가는 것일까 아니면 다른 형태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라는 고민과 함께 생명과 죽음의 경계를 탐구하는 여정이 시작됐다. 그의 정물작업은 공간에 다양한 꽃들의 미묘한 변화를 담아냄으로써 우리의 삶에 빗대어 태어나고 사라지는 순간들을 감각적으로 전달한다. 그의 예술가로서 여정은 꽃들을 통해 발견한 삶과 죽음의 흐름을 아름답게 투영하는 독특한 시각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최현주는 격자형의 철망 큐브 조각으로 투과성을 실험하고 그것을 가시적인 세계로 구현한다. 관객의 시야를 흐리게 하는 철망 조형물이 눈길을 끈다. 작가에게 큐브는 ‘독자적인 세계이며 안정감을 주고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이상적인 공간’이다. 그는 예술에서 본질 단계로 여겨지는 ‘물질성’에 관심을 가져왔다. 그가 갈망하는 것은 본질의 영원성이다. 그는 설치물의 미학을 영구화하기 위해 컬러 모눈종이 위에 원근법을 사용, 설치 큐브를 세밀하게 데생했다.
최근의 드로잉 작업에선 우연히 발견한 도로 지도 위에 지난 기억의 상자들을 중첩시킨다. 기억에 대한 관심은 이렇게 공간성과 시간성이 함께 어울려 형성되는 기억의 생태계를 만들어냈고, 이를 통해 위로와 치유를 시도한다.
홍일화는 자연의 섭리 혹은 인간의 인위적인 파괴로 생명력을 잃은 땅에서 매일 스스로를 복원하는 숲을 그려낸다. 그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진화하는 자연 풍경을 주목한다. 인간은 이분법적 방식으로 분리되고 갈등하지만 자연은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고 있음을 강조한다. 제주 원시림 곶자왈에서 생활하면서 숲의 생태를 관찰하기도 했다. 작가는 “모든 생명이 존엄한 이유를 가지고 있으며 존재가치가 없는 생명은 없다”고 말한다. 자연과 지구 생태계 회복을 위해 작업하는 그는 자연과 사람이 공존해야만 지구의 미래가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김신성 선임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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