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한인관광객들 여권도 불 탔다, 車기름 동나 길에 발 묶이기도”
세계적인 휴양지인 하와이 마우이 섬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해, 현지 시각 10일 오전 7시30분 기준으로 최소 53명이 사망했다고 미국 하와이주 마우이 소방당국이 밝혔다. 특히 마우이섬 유명 관광지인 라하이나 지역 피해가 컸다. 아직까지 한인 동포, 관광객들 피해는 보고되지 않았다. 외교부는 피해 상황 점검을 위해 대책 회의를 진행했다.
10일 주호놀룰루총영사관에 따르면 마우이 섬에는 연간 한국 관광객 2만5000명 정도가 방문한다. 마우이 섬에 거주하는 한인은 약 500명이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해안경비대 등을 투입해 긴급 대응에 나섰지만 하와이 일대를 뒤덮은 허리케인 ‘도라’의 강한 바람, 건조한 기후 등이 합쳐져 진화 및 구조가 모두 차질을 빚고 있다. 인명 피해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사람들은 미처 불을 피할 곳이 없어 바다로 뛰어들고 있다고 한다. 해안경비대는 라하이나 앞바다에서만 최소 14명을 구조했다고 밝혔다. CNN은 “라하이나 일대가 마치 전쟁 중에 폭격을 당한 것처럼 보인다”고 전했다. 긴급 대피소 4곳에 2000여명이 몰렸고 카훌루이 공항에는 관광객 약 2000명이 대피해 있다. 이날에만 1만1000명이 항공편으로 섬을 떠났다. 1만2000여 가구에 전기 공급도 끊겼다.
하와이 마우이 섬에서 택시 영업을 하는 한인 A씨는 10일 카카오톡을 통해 현지 상황을 본지에 전했다. A씨는 “교민들 중 라하이나 지역에서 거주하셨던 분들은 집, 가게가 다 타서 먼저 피하셨던 분들도 계신다”며 “아직도 라하이나에 발이 묶여 계신 분들도 많다”고 전했다.
A씨는 당시 긴박한 상황을 전했다. 그는 “라하이나에 숙소에 묶으셨던 분들은 여권이며 가방도 다 타서 경찰 도움을 받아 나가시는 분들도 계셨다”고 했다.
A씨는 택시 영업을 하며 주로 한인 관광객들을 태웠다고 한다. 그는 가족 단위 관광객들이 놀러왔다가 아찔 했던 순간이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70대 아버님께서 피곤해 하셔서 집에 쉬시게 하고 가족분들은 라하이나지역을 나오셨다가 오후 4시쯤 라하이나 지역에 들어갔는데 이미 불이 번진 상태에 길을 다 막은 상태에서 (숙소로) 들어가지 못했다”며 “아버님을 제외한 다른 가족분들은 공항 근처로 나오셨는데 혼자 계신 아버님과 전화 통화도 안되고 연락도 되지 않아 밤을 새면서 하루를 보냈다고 들었다”고 했다. “영어도 못하시고 몸도 편치 않으셔서 가족분들의 걱정이 많으셨다”며 “다행히 경찰이 직접 렌트카를 운전해 대피소까지 옮겨줬다”고 했다.
A씨는 “한국 관광객분들 중엔 차로 대피했다가 기름이 다 떨어져 주유소도 불이 난 상태여서 그냥 길에서 묶이신 분들도 많았다고 얘기 들었다”고 전했다.
현재 마우이 순복음 교회에서 한인 교회 임시 대피소를 만들어 운영 중이라고 한다. A씨는 “교회 관계자 등이 샌드위치를 직접 만드시고 장까지 보면서 현재 임시대피소에 도움을 주는 걸로 알고 있다”고 했다.
오영주 외교부 2차관은 이날 외교부 본부와 호놀룰루총영사관이 참여하는 합동 대책회의를 화상으로 주재하고 재외국민 보호 조치를 점검했다. 오 차관은 전기, 통신 등이 두절된 열악한 상황이지만 본부와 공관이 긴밀히 협력해 국민 피해 현황을 신속히 파악하고, 체류 국민이 조속히 안전한 곳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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