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수 해외 과학자가 답하다’ 기사, 문제의 본질 객관적·과학적 정리

권정혁 기자 2023. 8. 10.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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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독자위원회 8월 정기회의
차분하게 추적한 집중호우 보도, 현장 목소리 담으며 상황 잘 전달해
지하철 기관사 인터뷰 등 ‘사람과 사람’ 면 기사, 지친 삶의 쉼표 역할
이동관 인사청문회 ‘관전 포인트’ 표현은 수동적 인상 심어줘 부적절
QR코드로 인터랙티브 페이지 연동 긍정적…다른 기사로 확대 기대

경향신문 독자위원회가 지난 2일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에서 2023년 8월 정기회의를 열었다. 김춘식 위원장(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주재로 열린 회의에 김봉신(여론조사전문기업 조원씨앤아이 부대표), 김지원(단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박은정(녹색연합 자연생태팀장), 신지영(고려대 국문학과 교수), 조상식(동국대 교육학과 교수) 위원이 참석했다. 곽경란(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이승환(한국공인회계사회 선임) 위원은 서면으로 의견을 냈다. 경향신문에서는 김준기 뉴스콘텐츠부문장이 함께했다.

회의에서는 미국 핵물리학자 인터뷰를 통해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를 다룬 <괴담? 미신?… 후쿠시마 오염수 7가지 궁금증, 해외 과학자가 답하다>가 정파적 접근을 뛰어넘어 문제의 본질을 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 정리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보통 사람들의 감동적인 얘기들을 전하는 ‘사람과 사람’면이 지친 일상에 위안이 된다는 의견이 있었다. 외신 보도를 단순 전달하는 데 그치지 말고 경향신문의 시각과 해설을 덧붙였으면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신지영 = 7월31일자 <“안했다” “없었다” “몰랐다”로 버티나… 이동관 인사청문회 3가지 관전포인트>에서 ‘관전포인트’란 표현은 부적절해 보인다. 청문회라는 상황 자체가 대상화되고 수동적이게 되는 인상을 준다. ‘핵심 쟁점’이 맞지 않을까 한다. 같은 날 강제동원 피해자의 작고를 알리는 기사의 제목이 <‘미쓰비시 강제동원’ 피해자 김재림 할머니 별세>인데, 할머니라는 표현은 차별적이다. 그분을 할머니라고 부르면 강제동원 피해자라는 공적·역사적 의미보다 성별과 연령만 남게 될 우려가 있다. 7월11일 이후로 폭우 관련 재난 문자에 ‘극한’이라는 표현이 들어가고 기사에서도 이를 인용하고 있다. 극한이라는 표현이 붙음으로써 이렇게 많이 내리는 비는 대책이 없다는 식의 책임회피 의식을 심어줄 수 있어 문제다. 7월17일자와 20일자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 30년을 정리한 시리즈 기사는 최근 논란이 된 이른바 ‘킬러 문항’ 이슈를 계기로 수능 30년 역사를 되짚어본 기사로서 의미가 있었다. 다만 좀 더 깊이 있는 관점에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대안을 제시해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사회연대쉼터 ‘인드라망’ 10주년을 맞아 쓴 <세상을 바꾸겠다며 ‘나’를 괴롭히지는 말자… 우리는 강철이 아니니까>(7월31일자)는 암 투병 중인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의 특별기고까지 곁들여 더욱 빛났던 것 같다.

조상식 = 7월18일 서울 초등학교 교사의 극단적 선택 이후 교권 관련 많은 기사가 실렸다. 그중 7월25일자 <국민의힘, 지난해 ‘학부모 부당간섭 금지’ 교권보호조례 반대>는 서울시교육청이 학부모 부당간섭 금지를 교권보호조례로 제안했는데 서울시의회에서 국민의힘이 반대해 무산됐다는 내용이다. 경향신문이 단독으로 발굴한 의미 있는 기사다. 이번 사태 이후 학생인권조례와 교권을 대립시키는 주장이 보수 진영과 정치권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인권조례는 사실 선언적 내용이고 학교 현장에서 교사들이 문제 삼는 것은 ‘아동학대처벌법’이다. 이 법은 당초 가정 내 폭력을 제재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인데, 적발이 어렵다 보니 실제 처벌받는 부모들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처벌받는 이들 대부분이 교사다. 교사들은 벌금 500만원만 나와도 파면인데, 이 법으로 기소되면 학교나 교육청은 뒤로 빠지고 교사 개인이 모든 것을 감당해야 한다. 아동학대처벌법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기사가 나왔으면 한다. 백영경 제주대 교수가 쓴 7월25일자 <[정동칼럼] 배우지 않는 어른 사회와 학교의 죽음>, 7월24일자 채효정 오늘의교육 편집위원장의 <누가 교육을 죽이는가> 등 이번 문제를 다룬 칼럼들도 의미 있었다.

김지원 = 7월21일자 <[여적] 금쪽이>는 학생 인권과 교권은 제로섬 관계가 아니라는 좋은 시각을 제시했다. 그렇다면 누군가 이 관계를 망쳐놓고 있다는 것인데, 결국 부모가 남는다. 부모가 악당으로 비치면 학교 현장에서 긴장의 끈은 결코 풀어질 수 없다. 누군가를 악당으로 만들지 않는 새로운 해석의 틀이 필요하며, 모든 주체를 공론장으로 불러 모아 긴장 관계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모색해주기 바란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지명과 관련된 기사가 많이 나오고 있는데, 방통위원장직에 관한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방통위원장의 책임과 의무는 무엇이며, 권한은 어디까지인지, 왜 언론 장악 염려가 나오는지 등을 설명해주는 기사가 있었으면 좋겠다. 7월18일자 <[팩트체크] “그나마 피해 덜한 것”… 홍수 때마다 ‘4대강 논란’, 사실은> 기사는 홍수 피해와 4대강 사업의 연관성을 알기 쉽게 풀어준 좋은 기사다. 해외 뉴스를 단지 외신을 번역하는 데 그치지 말고 경향신문의 시각과 해설을 덧붙였으면 한다. 유네스코가 교실 내 소란 방지, 학습 능력 향상, 사이버 왕따 예방을 위해 학교에서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내놨다는 7월27일자 <‘도둑맞은’ 학습력 “범인은 스마트폰”>은 유네스코 해석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같이 보여줬으면 좋았을 것이다.

박은정 = 막대한 피해를 준 이번 집중호우에 대해 경향신문은 현장 목소리를 담으면서 차분하게 상황을 전달했다. 특히 피해가 집중된 경북지역 주재 기자들이 상황을 계속 추적하고 문제점을 짚어주면서 좋은 기사를 많이 생산했다. 7월18일자 <참사 난 궁평리 ‘100년에 한 번’ 침수 위험? 현실 밖 기후평가>는 과거 자료가 아니라 기후위기로 바뀐 조건을 고려해 기후영향평가를 해야 한다는 것을 지적한 의미 있는 기사다. 요즘 신문의 정치·사회·경제면을 보면 너무 지치는데 보통 사람들의 감동적인 얘기들이 소개되는 ‘사람과 사람’면을 넘길 때 한숨을 돌리게 돼서 좋다. 시민들에게 따뜻한 안내방송을 하는 지하철 기관사를 인터뷰한 7월12일자 <“오늘 ‘힘내!’ 못 들은 분… 제가 대신 응원해 드릴게요”>나 7월11일자 <래퍼·힙합 댄서로 변신한 칠곡할매들> 등은 지친 삶에 쉼표가 되어준 것 같다. 8월2일자 <“‘철근 누락’ LH 아파트, 안전보다 빨리빨리… 최저가 입찰·부실 감리의 결과물”>은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철근 누락 아파트의 발생 원인을 건설 현장 노동자들 목소리를 통해 분석한 의미 있는 기사다. 7월13일자 <‘제대로, 올바르게 쓰고 있나’ 시민 감시 제한하는 정치자금법> 기사는 QR코드를 통해 인터랙티브 웹페이지와 연동시켜 보다 입체적으로 내용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런 방식을 다른 기사들에도 확대했으면 좋겠다.

김봉신 = 7월7일자 <밤새 ‘릴레이 필리버스터’… 민주당의 “오염수 저지” 17시간>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더불어민주당의 필리버스터를 다뤘는데, 사실 용두사미로 끝났다는 지적이 많았다. 민주당이 오염수 방류를 저지하겠다고 말은 하면서 실제 활동에서는 소극적인 부분도 지적할 필요가 있다. 7월31일자 <괴담? 미신?… 후쿠시마 오염수 7가지 궁금증, 해외 과학자가 답하다>는 후쿠시마 과학자문단에 참여했던 미국 핵물리학자를 인터뷰해 문제 본질을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입장에서 잘 정리했다. 집중호우로 재난 관련 기사가 많았는데, 이번 사태에서 대통령실이 무책임했던 것에 관해 짚는 기사가 좀 더 있었어야 했다. 7월31일자 <제주 2공항, 여론조사 반대 여론 우세… ‘주민투표’는 압도적 찬성> 기사 제목을 보면 마치 투표 결과가 압도적 찬성인 것처럼 읽힌다. 하지만 내용은 주민투표 실시에 대한 찬성을 얘기한 것이다. 불분명한 제목이었다. 7월14일자 <윤 대통령 국정 지지율 6%P 내려 32%… 올해 최대 낙폭> 내용을 보면, 이번 대통령 지지율 낙폭이 올해 최대이기도 하지만 현 정부 들어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6%포인트 낙폭을 기록한 것이기도 하다. 지난해에는 어떤 상황에서 폭락했는지도 분석했으면 좀 더 입체적인 기사가 됐을 것 같다.

이승환 = 7월 경제면에 새마을금고 유동성 위기 관련 보도가 연속해서 나왔다. 거시경제 문제는 어려운 개념이 많아 매일 발생하는 뉴스를 통해 상세히 설명하기는 어렵다. 새마을금고가 왜 매번 논란에 휘말리는지, 정부의 예금자보호정책 외에는 대책이 없는지 등 새마을금고 문제를 심층적으로 조명하는 기획기사가 있으면 좋겠다. 주식 리딩방을 다룬 7월11일자 <수백명이 버젓이… ‘영업방’은 사기꾼들의 아지트였다>, 7월5일자 <한탕하고 감옥 갔다 오지 뭐… 주가조작 처벌의 사각지대> 등 경제 분야 흥미로운 기획기사들이 눈에 띄었다. 실제 주변에서 일어나는 경제 현상을 생생한 취재로 정리한 것이 돋보였다. 자본시장 공정성을 위해 강력한 처벌 등 정책이 필요하단 걸 독자가 인식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최근 들어 정부발 ‘카르텔’ 표현이 너무 늘어나고 있다. 경제 용어인 카르텔은 ‘경쟁을 제한하기 위해 협력하는 기업들의 집단’을 뜻한다. 그런데 지금 여기저기서 사용하는 걸 보면,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이다. 노동조합은 물론 대치동 학원가, KBS 수신료 문제까지 카르텔이라고 한다. 7월24일자 김만권 경희대 학술연구교수가 쓴 <진짜 ‘이권 카르텔’은 어디에 있을까> 칼럼은 카르텔의 정확한 의미와 현 권력이 정의하는 그것이 매우 다르고, 일반 대중을 현혹하고 있다는 것을 잘 밝혀주고 있다.

곽경란 = 관점이나 프레임이 지나치게 단순화돼 독자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지 못하는 기사들이 몇몇 눈에 띄었다. 7월12일자 <박대출 “요즘 젊은이 실업급여로 명품 선글라스 끼고 해외여행 간다더라”>에서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남성 실업자를 진정한 실업자로 규정하고 여성·청년 실업자를 실업급여 부정수급자로 일반화했다고 지적했다. 실업급여 제도는 사인이 보험료를 냈다가 실업 상황이 됐을 때 보험금을 받는 것이다. 수급자가 명품을 사든 말든 국가가 개입할 일이 아니다. 부정수급자 프레임 자체가 부당하지만 이를 지적하지 못하고 박 의장 프레임에 설득된 채 ‘왜 여성과 청년만 부정수급자라 하느냐’고 물었다. 박 의장 주장은 근거조차 없는데, 진술 검증이라는 기본은 도외시하고 여성과 청소년의 ‘진정한 실업자 인정투쟁’을 촉발한 것은 문제다. 초등 교사 사망 사건을 다룬 7월20일자 <선생님은 학부모들의 ‘을’이 아닙니다>도 교사 사망이 학부모 갑질 때문인지 취재 결과를 통해 밝히는 것이 먼저다. 그런데 일부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혀졌지만 상당수 교사가 공분하는 것은 민원으로 인한 다른 피해 사례가 실재하기 때문이라며 취재도 없이 교사 대 학부모라는 설익은 온라인상 프레임을 확대재생산했다. 언론이 여론을 공론으로 만드는 역할을 하려면 섣부른 갈라치기 프레임을 견제해야 한다.

김춘식 = 지난 한 달 동안 가장 인상 깊게 본 기사는 <괴담? 미신?… 후쿠시마 오염수 7가지 궁금증, 해외 과학자가 답하다>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에 대해 궁금할 만한 사항을 문답으로 풀어냈다. 과도한 정치적 주장이나 이분법적 접근이 이 문제 해결을 어렵게 한다는 취지가 담겨 있다. 이런 기사는 누구도 정파적이라고 주장할 수 없을 것이다. 질문을 잘했기 때문에 좋은 답변이 나온 인터뷰 기사다. 같은 날 나온 <[감사원, 누가 감사하는가] 전 정권 인물 감사에 ‘올인’… 이런 감사원은 없었다>도 인상적이었다. 현 정부가 합법적으로 민주주의를 전복하는 데 감사원을 활용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시의적절한 기사다. 현 정부가 워낙 우리 예상을 뛰어넘는 일탈적 행보를 많이 하다 보니 처음엔 놀라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무감각해지는 것 같다. 불문율에 대한 위반이 계속 일어나게 되면 그 사회는 일탈 범위를 축소하는, 즉 기준을 하향 조정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비정상적 행동이 정상으로 간주될 수 있는 것이다. 시행령을 통해, 감사원·검찰·국세청·경찰을 동원해 야당과 시민사회에 과도한 권력을 행사하는 현 정부 행보가 어떻게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는지 종합적으로 접근하는 기사가 필요하다. 아울러 이런 권력과 협업하는 언론의 문제도 비판적으로 짚어볼 필요가 있다.

정리 | 권정혁 기자 kjh05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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