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엔비디아

김성민 논설위원·디지털기획팀장 2023. 8. 10. 20:0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일러스트=이철원

미 실리콘밸리에는 옷차림으로 상징되는 세 사람이 있다. 검은 터틀넥의 스티브 잡스, 검은색 가죽 재킷의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그리고 회색 티셔츠의 마크 저커버그다. 그중 젠슨 황은 여름에도 공식 석상에선 가죽 재킷을 벗지 않는다. 올 5월 섭씨 30도가 넘는 대만에서 기자가 “덥지 않으냐”고 물었더니 그는 “난 항상 쿨해요(I’m always cool)”라고 답했다. 그의 가죽 재킷은 엔비디아의 진취적, 도전적 이미지를 상징하는 아이콘이다. 젠슨 황의 엔비디아가 내년에 차세대 AI 칩인 그레이스 호퍼 200을 생산한다고 발표했다. 또 하나의 혁신이다.

▶엔비디아는 1993년 실리콘밸리에 있는 식당 체인 ‘데니스’에서 시작됐다. 대만에서 9세 때 미국으로 이민 간 황은 스탠퍼드대에서 전기공학을 공부했다. 그는 다른 엔지니어 2명과 커피만 4~5잔 시켜 마시며 데니스 식당 구석에서 사업 계획을 짰다. ‘넥스트 버전(NV)’에 라틴어로 부러움이라는 뜻의 인비디아를 합쳐 회사명을 지었다. 컴퓨터 게임을 좋아하던 황은 게임 그래픽을 개선하는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주력 제품으로 삼았다. 그 GPU가 다량의 연산이 필요한 인공지능(AI) 학습에 활용되며 엔비디아의 수직 성장을 이끌고 있다. 엔비디아는 최근 1년 사이 시가총액이 3배가 됐다.

▶엔비디아는 반도체 세계의 대만 파워를 보여준다. 세계 파운드리 업체 1위 TSMC을 세운 모리스 창은 젠슨 황의 우상이다. 황은 창에게 “당신은 나의 영웅”이라고 했다. 엔비디아는 삼성 파운드리에도 일부 주문을 하지만 최고급 제품은 최우선으로 TSMC에 맡긴다. 비즈니스 파트너 관계 이상이다. 황은 다른 미국 반도체 업체인 AMD의 리사 수 CEO와도 5촌 친척 관계로 알려졌다.

▶최근 바이두, 텐센트, 알리바바 같은 중국 IT 기업이 엔비디아의 GPU A800을 6조6000억원어치 선주문했다. 미국이 엔비디아의 최고 사양 제품인 A100 수출을 통제하자 그보다 성능이 떨어지는 A800에 일단 돈부터 낸 것이다. 바이두 측은 “엔비디아 반도체 없이는 AI 개발을 할 수 없다”고 했다. 엔비디아 GPU는 전 세계 시장 점유율 90%를 차지한다. 엔비디아가 그 이름처럼 선망의 대상이 됐다.

▶엔비디아도 고민이 크다. 황은 최근 “중국 시장은 대체 불가능하다”며 “중국이 미국으로부터 반도체를 살 수 없다면 그들은 스스로 만들 것”이라고 했다. 격화하는 미·중 갈등이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업을 어디로 몰아갈지 궁금하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