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입수"가 부른 '채 상병 사고'… 이래서 공개 못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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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집중호우 피해자 수색작전 중 순직한 고(故) 채수근 해병대 상병 사고의 배경엔 해병대 지휘부의 총체적인 지휘 책임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임성근 해병대 제1사단장이 '실종자 수색'이란 점을 뒤늦게 알려 채 상병이 소속된 부대가 구명조끼 등 안전장구를 못챙기고, 임 사단장의 지적에 지휘부담을 느낀 현장 지휘관이 무리한 입수를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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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장, '실종자 수색' 뒤늦게 알려 안전장구 없이 투입"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해병대 수사단이 지난달 집중호우 피해자 수색작전 중 순직한 고(故) 채수근 상병 사고에 대해 당시 해병대 지휘부의 총체적인 지휘 책임에서 비롯된 사건이란 결론을 내렸던 것으로 파악됐다.
임성근 해병대 제1사단장이 '실종자 수색'에 투입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려 채 상병 소속 부대가 구명조끼 등 안전장구를 미처 챙기지 못했고, 복장 문제 등을 포함한 임 사단장의 각종 지적사항에 지휘 부담을 느꼈던 현장 지휘관들이 부대원들의 안전대책을 제대로 강구하지 않은 무리한 입수를 지시했다는 게 핵심이다.
10일 해병대 등에 따르면 박정훈 전 수사단장(대령)이 지난달 31일 언론 브리핑을 위해 준비한 '고 상병 채수근 익사사고 수사경과 및 사건처리 관련 설명' 자료에 이 같은 내용이 적시돼 있다. 이 설명 자료는 해병대 수사단의 채 상병 사고 조사결과 보고서에서 대외 공개가 가능하다고 판단한 내용만 발췌해 정리한 것이다.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내용을 보면 해병대 1사단 포병여단 제7포병대대 소속이던 채 상병(당시 일병)은 지난달 19일 오전 7시55분쯤부터 경북 예천군 내성천에서 구명조끼 착용 없이 실종자 수색을 하던 중 오전 8시10분쯤 급류에 휩쓸렸다.
당시 급류에 휩쓸린 병사는 채 상병을 포함해 모두 5명이었고, 이 가운데 2명은 자력으로 헤엄쳐 육지로 나왔고 다른 2명은 현장에 있던 부사관이 구조했다. 이 부사관은 채 상병에게도 접근하려 했지만 끝내 구조엔 실패했다.
채 상병은 같은 날 오후 11시7분쯤 실종 지점으로부터 하류 방향으로 6.5㎞ 떨어진 곳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해병대 수사단 조사 결과, 임 사단장은 채 상병 사고 발생 나흘 전인 지난달 15일 오전 7시20분쯤 경북 재난상황실로부터 예천 실종자 수색 등 재난지원 요청을 받았으나, 부대가 예천에 전개한 17일 오전 10시10분쯤 B포병여단장에게 "피해복구 작전의 중점은 실종자 수색"이라고 뒤늦게 알렸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 A여단장은 수사단 조사에서 "(당초) 실종자 수색방법은 수변 지역에서 정찰하며 육안으로 확인하는 방식으로 병력의 입수 계획이 없었다"며 "구명의 등 안전장구 구비를 고려하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돼 있다.
A여단장은 이후 18일 오후 8시30분쯤 수색작전 회의 땐 "수변 수색활동이 원칙이고 입수는 금지하나, 의심지역 수색이 필요한 땐 장화 착용 (물)높이까지 들어갈 수 있다"고 지시했으나, 현장에 있었던 B대대장이 자의적 판단으로 C·D대대장 및 예하 중대장들에게 "A여단장 승인 사항이니 허리 아래(높이)까지 물에 들어갈 수 있다"고 전파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수사단은 이 같은 조사 결과를 토대로 "임 사단장의 작전 중 복장, 경례태도, 브리핑 상태 등에 대한 지적사항 등 때문에 B대대장 등 예하 지휘관이 지휘 부담을 느껴 무리하게 허리 아래 입수를 지시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아울러 수사단의 설명 자료엔 "제대별 지휘관이 업무상 주의 의무를 소홀히 한 과실로 익사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임) 사단장과 A여단장, B·C대대장, C대대 D중대장 및 현장 통제간부 3명 등 총 8명을 '군사법원법' 제2조(신분적 재판권) 제2항에 의거해 관할 경북경찰청에 이첩 예정"이란 내용이 담겼다.
박 대령은 특히 "해병대 수사단은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함에 있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정하게 수사했다"고 적기도 했다.
이와 관련 수사단이 최초 작성한 보고서에선 임 사단장 등 8명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적시돼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해병대 수사단의 브리핑용 자료는 당초 계획과 달리 지난달 31일 언론에 공개되지 못했다. 박 대령은 언론 브리핑을 하루 앞둔 지난달 30일 오전 김계환 해병대사령관과 이종호 해군참모총장에게 채 상병 사고 조사결과 보고서를 보고한 뒤 같은 날 오후엔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도 대면 결재를 받았지만, 이튿날인 지난달 31일 오전 이 장관이 '채 상병 사고 조사결과 공개와 경찰 이첩을 미룰 것'을 해병대 측에 지시했기 때문이다.
국방부에 따르면 당시 이 장관은 '해병대 수사단의 경찰 이첩 자료에 군 관계자들의 혐의가 적시되면 향후 경찰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사실관계만 넣는 게 타당하다'는 법무관리관실의 검토 의견을 수용해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 해병대 수사단은 채 상병 사고 조사 결과에 대한 언론 설명이 '취소'된 지난달 31일 임 사단장을 혐의 대상에서 제외할 경우 예상되는 문제점을 정리한 문건을 별도로 작성해 김 사령관에게 제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단은 해당 문건에서 △수사과정에서 관계자를 변경할 경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에 해당하고, △유족의 여론 악화가 우려되며, △경찰 수사과정에서 혐의자가 변경될 수 있기 때문에 해병대 수사단 차원에서 혐의 대상 변경은 실익이 없다는 점을 들어 '임 사단장을 혐의 대상에서 제외해선 안 된다'는 의견을 제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박 대령은 이달 2일 오전 채 상병 사고 관련 보고서를 경북경찰청에 이첩토록 했고, 군 당국은 박 대령의 이 같은 행위가 이 장관·김 사령관의 '정당한' 지시를 따르지 않은 것으로 판단, 직무정지 및 보직해임 조치를 취했다.
그리고 박 대령은 현재 '집단항명 수괴' 등의 혐의로 국방부 검찰단의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국방부 검찰단은 박 대령이 수사단 관계자를 통해 경찰에 넘겼던 채 상병 사고 관련 보고서도 회수했다.
아울러 이 장관은 9일 채 상병 사고 조사를 해병대 수사단에서 국방부 조사본부로 이관해 '재검토'하도록 지시했다.
pej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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