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귀촌 성공시대] '흰점박이꽃무지유충'을 아시나요...8년차 '굼벵이 아빠'의 귀농일기

이다온 기자 2023. 8. 10.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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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태호 '눈꽃 굼벵이' 농장 대표. 사진=유태호 대표 제공
유태호 대표가 곤충 체험 농장 '제제와 오렌지 나무'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유태호 대표 제공


◇30대 직장인에서 흰점박이꽃무지유충 농부로 귀농=8년차 곤충 농부 유태호(42) 씨는 흰점박이꽃무지유충을 사육·가공·교육하는 '굼벵이 아빠'다. 당초 기계공학과를 전공한 뒤 원자력발전소와 벤처기업 등에 근무하다 농사를 짓고 싶다는 생각에 2015년 돌연 귀농의 길을 걸었다.

그는 대전과 세종에서 여러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세종에 마련한 농장에서 굼벵이를 생산하고, 대전 동구 삼성동에 위치한 '눈꽃 굼벵이'에서 가공해 식용품을 만든다. 지난해에는 유성구 세동에 '제제와 오렌지 나무'라는 곤충 체험공간도 만들었다. 이렇게 세 곳을 매일 돌아다니며 생산부터 가공, 운영까지 두루 맡는다.

다른 농장과 차별화를 두고 싶었던 유 씨는 단독주택 마당에서 텃밭을 가꿀 때 간혹 보였던 굼벵이를 떠올리고 무작정 굼벵이 생산에 뛰어들었다.

유 씨는 "사무실에서 일을 하던 중 은퇴 후 나의 삶에 대해 고민해봤다"며 "내가 좋아하는 게 뭘까 고민했더니 '농업'이라는 답이 나왔다"고 말했다.

막연하게 꿈 하나로 시작한 굼벵이 농장은 역시나 우여곡절이 많았다. 그는 "기계공학과를 나왔으니 시설 같은 것은 도면을 그려서 직접 지으려 했다"며 "막상 하려고 하니 짓는 법도 모르고 가격도 얼마나 들지 몰라 3개월간 하우스 짓기 아르바이트도 했었다"고 회상했다.

부지와 가격도 문제였다. 당초 수백만 원 가량으로 생각했던 가격이 최소 수천에서 수억까지 이르는 것을 알고 난관에 부딪치기도 했다. 유 씨는 "농사 시작하는 데 기본적으로 억 단위가 든다"며 "운 좋게도 발품을 팔고 중고 시설을 구해서 그보다는 저렴한 4000만-5000만 원으로 하우스를 지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곤충체험과 레드향 수확 체험을 할 수 있는 '제제와 오렌지 나무' 농장에서 유태호 대표가 해먹 그네에 앉아 있다. 사진=유태호 대표 제공
제제와 오렌지 나무 농장 전경. 사진=유태호 대표 제공


◇곤충 체험시설 갖춘 '제제와 오렌지 나무' 농장도 인기=유 씨는 당초 시작했을 때보다 농장 규모를 3분의 1로 줄이고 지난해 유성구 세동에 '제제와 오렌지 나무'라는 체험 공간도 만들었다. 레드향 시설이 조성돼 있던 하우스를 인수했고, 이곳에 봄·가을용 곤충 체험공간과 겨울에 이용할 수 있는 레드향 농장도 꾸몄다.

그는 "사슴벌레나 장수풍뎅이, 흰점박이꽃무지를 만져보고 가공품을 먹어보는 등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체험 농장을 운영하면서 아이들의 웃음소리에 웃는 나를 발견했다"고 미소를 지었다.

유 씨는 이 외에도 다양한 굼벵이 가공품들을 판매하고 있다. 굼벵이 가루부터 액기스, 뻥튀기, 차 종류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8년 전 아무도 대전에서 굼벵이 농장을 운영하지 않았을 때 시행착오 끝에 만들어 낸 산물이다.

눈꽃굼벵이 농장에 와서 굼벵이 만지기 체험을 하고 있는 어린이들과 유태호 대표. 사진=유태호 대표 제공
강소농에 대해 강연을 하고 있는 유태호 대표. 사진=유태호 대표 제공


◇작지만 강한 농부 '강소농' 역할 톡톡·스마트팜 보급 앞장=도시에서 농사를 짓는 사람을 '작지만 강한 농부'라는 뜻의 '강소농'이라고 부른다. 강소농은 흔히 말하는 강한 자만 살아남는 도시를 매일 경험한다. 이들이 살아남으려면 농사만 짓는 1차 산업에 그치는 것이 아닌 체험이나 가공·판매 등 2·3차 산업까지 모두 이뤄지는 농촌융복합산업이 필요하다.

유 씨는 "도시에서 농사를 짓는 것이 쉽지 않다. 우선 땅값이 비싸고 수입을 얻으려면 일정 수준의 땅이 있어야 한다. 다만 광역시는 땅이 비싼 대신 소비자가 많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강소농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유 씨의 의지도 남다르다. 곤충을 주제로 틈틈이 강의도 하고 있는 것은 물론, 농업인 경연대회에 나가 수차례 상을 거머쥐기도 했다. 대전농업기술센터에서 그동안 탄탄히 쌓은 노하우를 경험 삼아 귀농인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협력하는 데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유 씨의 도전은 멈추지 않는다. 최근 충남대학교 농업기계공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스마트 팜'에 도전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 조성한 레드향 농장에 스마트팜 시스템 도입을 완료, 스마트폰 하나로 물을 주고 온도를 살피는 등 농장을 손쉽게 관리하고 있다.

유 씨는 "주변 농업인들에게 스마트팜 보급을 도와주고 있다. 농업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방면에서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항상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다. 그게 지금 인생에서 가장 즐겁다"고 말했다.

◇농업인 필수 거점기지 '대전시농업기술센터'=도시에서 농업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고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도심 속에서 자연과 소통하며 자연이 주는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도시농업'은 현대인의 건강하고 풍요로운 삶을 이끄는 데 기여하고 있다. 대전시농업기술센터는 귀농귀촌인들의 거점기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센터는 '농업인과 시민 모두가 행복한 대전 농업 구현'을 목표로 일반 농부는 물론 도시농업인들의 교육과 기술 지원에 앞장서고 있다.

유성구 교촌동에 위치한 대전농업기술센터는 1957년 2월 '대전시·대덕군 농사교도소'로 출범, 이후 '대전시·대덕군 농사지도소'에서 농업기술센터로 개칭됐다. 그동안 수차례의 조직 개편을 거쳐 현재는 3과 8팀 농업인상담소 7개(동대전·산내·중부·서부·유성·구즉·북부)로 운영 중이다.

센터에 따르면 대전에는 약 3만 2800명의 귀농귀촌 인구가 살고 있다. 이는 시 전체가구의 2.1%인 1만 3491호이고, 농가인구도 시 전체 인구의 2.2%인 3만 2804명이다. 경지면적은 3670㏊(논 1286㏊, 밭 2384㏊)다. 가구당 0.27㏊에 불과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구입 비용 부담이 큰 농기계를 살 수 있는 여력이 많은 농가가 많지 않다.

센터는 지난 2018년부터 농기계를 임대를 무상으로 전환했다. '대전광역시 농업기계 교육 및 임대사업 운영조례'에 따라 임대장비 전 기종을 농가에 무상으로 빌려주고 있다. 연중 사용기간이 짧고 작업능률이 뛰어난 장비를 확보, 농업인의 경영비 절감과 편익을 높이는 게 이 사업의 목적이다. 농가의 이용이 많은 농기계는 확충이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센터는 토양검정과 병해충진단 등을 담당하는 종합검정실과 농산물안전분석실, 미생물배양실, 가공교육실, 농업기계대여은행, 정보화교육실, 원예치료실, 도시농업교육장, 스마트팜교육장 등을 운영하고 있다.

농업 전문 인력을 육성하기 위한 연중 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귀농귀촌 아카데미나 농업인 정보화교육, 농촌여성리더 양성 교육, 유기농업기능사 자격증 취득반 등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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