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속초 시간당 90㎜ 물폭탄…초중고 663곳 원격수업·휴업
도로·집 잠기고 전기 끊기고…
침수·강풍 피해에 1만명 대피
시간당 60㎜ 기습폭우 창원
맨홀뚜껑 솟구쳐 버스바닥 '뻥'
대구선 물 휩쓸린 60대 사망
금요일까지 수도권 많은 비
◆ 태풍 카눈 강타 ◆
제6호 태풍 '카눈'이 한반도를 북서쪽 방향으로 느리게 관통하면서 시간당 80㎜가 넘는 '극한호우'를 쏟아내 전국 곳곳에서 침수, 시설물 붕괴, 고립, 도로 통제 등 다양한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10일 카눈의 영향으로 고성 속초 삼척 등 강원 영동지역에 시간당 80㎜가 넘는 집중호우가 쏟아졌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9일부터 이날 오후 5시까지 속초에 389.1㎜, 삼척 궁촌에 387㎜, 양산 상북에 350㎜, 강릉에 343.2㎜의 폭우가 내렸다. 특히 이날 고성 대진에서는 오후 2시부터 3시까지 84㎜, 속초에서는 자동기상관측장비(AWS) 기록상 오후 2시 5분부터 1시간 동안 91.3㎜의 집중호우가 쏟아졌다. 이날 속초에서 기록한 시간당 91.3㎜라는 수치는 1959년 이후 국내에 영향을 준 태풍의 시간당 강수량 가운데 7번째로 많은 수준이다. 또 기상자료개방포털 자료에 따르면 1시간 강수량이 91.3㎜를 넘은 사례는 1973년 이후 26차례에 불과하다. 이외에도 강원 영동 곳곳에서는 시간당 70~80㎜의 강한 비가 내렸다.
물폭탄 여파로 강원 영동지역에서는 주택이 침수되며 주민이 대피하거나 도로에 토사 유실, 낙석 등 각종 피해가 잇따랐다. 강원소방본부에는 이날 오전에만 주택·도로 침수 등 105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시간당 80㎜의 폭우가 쏟아진 고성 거진읍 거진리·대진리·금수리·오호리·삼포리 등에는 주민 대피령이 발효됐다.
집중호우가 내린 대구 군위군 효령면 병천교 아래에서는 물에 휩쓸린 60대 남성 1명이 숨졌다. 이 남성은 다른 신고를 받고 출동하던 119구조대원들에게 발견됐다. 이날 오후 대구 달성군 가창면에서도 전동휠체어를 타고 가던 사람이 도랑에 빠져 실종돼 당국이 수색하고 있다.
이날 시간당 60㎜의 기습폭우가 내린 경남 창원에서는 수압을 이기지 못한 도로 맨홀 뚜껑이 정차 중인 버스를 뚫고 나오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시내버스에는 기사와 승객 등 5∼6명이 탑승하고 있었으며 다친 사람은 없었다. 부산에서는 이틀간 270건이 넘는 피해 신고가 접수됐고 침수와 붕괴 우려 등으로 274가구 452명이 친척집이나 숙박시설 등 안전한 곳으로 대피했다. 같은 날 구미시 선산읍 독동리에서는 400년 된 반송(천연기념물 357호) 일부가 쓰러져 소방대원들이 안전 조치를 취했다.
폭우로 인한 고립 사고도 일어났다. 경북 경주시 현곡면 금장리 나원 지하차도에서는 차량 1대가 물에 잠기며 1명이 고립됐다. 소방당국은 운전자를 구조한 뒤 지하차도 통행을 통제했다. 경산 남천면 산전리 한 지하차로에서도 자동차 1대가 침수로 고립돼 경찰이 70대 여성 운전자 1명을 구조했다.
태풍이 한반도 전역에 많은 피해를 줄 것으로 예상되면서 전국 학교·유치원 중 절반이 학사운영 일정을 조정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학교 3333곳(유치원 포함) 중 1579곳(47.4%)이 이날 학사운영 일정을 변경했다. 유치원은 2337곳 가운데 911곳, 초등학교는 119곳 중 71곳이 일정을 조정했다. 중학교는 225곳 가운데 184곳이 원격수업(89곳) 단축수업(64곳) 휴업(27곳) 등을 단행했다. 고등학교는 612곳 중 408곳이 원격수업(199곳) 휴업(123곳) 등을 결정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태풍 카눈에 대비해 이날 오후 6시 기준 1만487가구 주민 1만4153명이 집을 나와 마을회관 등으로 대피했다고 밝혔다. 도로와 산책로 등 사전통제 구간이 늘어 전국 도로 620곳과 둔치 주차장 284곳, 하천변 598곳, 해안가 198곳의 통행이 통제됐다. 지리산 등 21개 국립공원의 611개 탐방로와 숲길 전 구간도 진입이 금지됐다.
항공기도 결항됐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기준 당초 운항 계획이 있던 1857편 중 386편이 취소됐다. 다만 태풍이 이동함에 따라 이날 오전 제주공항을 시작으로 오후부터는 남부지역 공항도 점진적으로 운항이 재개될 예정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일제히 비상근무에 돌입했다. 국방부는 재난대책본부 2단계를 운용해 피해 예상 지역 29개 부대를 대피시켰다. 소방청은 중앙긴급구조통제단을 구성하고 16개 시도에 현장상황관리관 40명을 파견해 긴급 상황에 대피하도록 했다. 산림청은 산사태에 대비한 긴급점검에 나섰다.
[박나은 기자 / 박동민 기자 / 권오균 기자 / 문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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