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태풍 '카눈' 극한 호우 퍼부은 강원 고성…온통 물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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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도 무심하시지. 아무리 퍼내도 물이 끝없이 밀려들어요."
제6호 태풍 카눈의 영향으로 강원 동해안에 극한 호우가 쏟아진 10일 고성군 일원은 말 그대로 물바다가 됐다.
특히 우체국이 자리한 거진 10리 일대는 어른 무릎 높이 가까이 물이 차올라 차량 이동이 통제됐다.
작은 점포에서 냉면 그릇을 들고 물을 퍼내던 상인 박길자(79)씨는 "오후 3시부터 비가 쏟아지더니 금세 가게 안으로 물이 들어왔다"며 "3시간째 퍼내고 있지만, 끝이 안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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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진읍 전역 대피령…체육관·경로당 등 18곳에 주민 136명 대피
(강원 고성=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 "하늘도 무심하시지. 아무리 퍼내도 물이 끝없이 밀려들어요."
제6호 태풍 카눈의 영향으로 강원 동해안에 극한 호우가 쏟아진 10일 고성군 일원은 말 그대로 물바다가 됐다.
특히 지난 6∼7일 342㎜의 호우가 쏟아진 고성에 이날 오후 2시부터 3시까지 1시간 동안 84㎜의 강수량을 기록하며 다시 400㎜에 육박하는 장대비가 내리면서 주민들은 그저 원망 섞인 눈빛으로 하늘을 바라봐야만 했다.
이날 오후 7번 국도를 타고 속초에서 고성으로 향할수록 점차 굵어지는 빗줄기는 강풍을 타고 차창을 때렸다.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호우에 비상등을 켠 차량은 거북이 운행을 했고, 큰 도로에서 마을로 빠지는 진입로 곳곳은 통제선이 차량 출입을 막아서고 있었다.
마을 어귀의 논은 물이 가득 차 농민들을 근심하게 했다.
도로 곳곳에 토사가 흘러내려 일부 차선이 통제됐고, 중장비는 분주히 이를 치우고 있었다.
이날 가장 큰 침수 피해가 발생한 지역은 거진읍 일원이었다.
특히 우체국이 자리한 거진 10리 일대는 어른 무릎 높이 가까이 물이 차올라 차량 이동이 통제됐다.
경찰은 소방차 등을 제외한 차량 진입을 막았고 대부분 가게는 문을 닫았다.
굳게 닫힌 셔터 앞으로는 모래주머니가 잔뜩 쌓여 있었다.
차마 가게를 떠나지 못한 상인들은 그릇과 양동이를 이용해 계속 실내로 들이치는 물을 퍼내느라 땀방울을 흘렸다.
하지만 가게 문턱보다 높은 수위에 물은 줄어들기는커녕 더 늘어나는 모양새였다.
작은 점포에서 냉면 그릇을 들고 물을 퍼내던 상인 박길자(79)씨는 "오후 3시부터 비가 쏟아지더니 금세 가게 안으로 물이 들어왔다"며 "3시간째 퍼내고 있지만, 끝이 안 보인다"고 말했다.
군청 공무원들은 모래주머니를 실은 트럭을 몰고 피해 지역을 돌았다.
박씨는 이들을 보자 가게 앞으로 좀 더 쌓아달라고 부탁했다.
이곳을 취재하던 기자들도 가게 주인의 애쓰는 모습을 보고서는 함께 팔을 걷어붙이고 물을 퍼냈다.
해가 져도 문을 닫은 상점들이 간판 불을 켜지 않는 까닭에 거리는 더 어두운 모습이었다.
고성에서는 하천 범람, 도로 침수, 산사태 위험이 잇따르자 군청에서 거진읍 거진 1∼10리 주민 대피령을 시작으로 현내면 대진리, 간성읍 금수리, 죽왕면 오호리·삼포리 등 주민대피령을 쏟아내다시피 발령했다.
고성군은 오후 5시까지 학교, 체육관, 경로당 등 18곳에 주민 136명이 대피한 것으로 집계했다.
대피 마을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어 대피 인원 역시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가족과 함께 대피소를 찾은 A씨는 "간단한 옷가지만 챙겨 급하게 빠져나왔다"며 "비가 더 온다는데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yangd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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