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 트인 바다 보면서 일 한다… 어촌으로 떠나는 ‘워케이션’ [농어촌이 미래다-그린라이프]

채명준 2023. 8. 10. 19:2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충남 보령시 섬마을 ‘삽시도’ 체험기
섬 안내센터 등 공유오피스로 운영
아늑한 해수욕장에 먹거리도 다양
퇴근 후 해안도로서 보는 석양 ‘일품’
전국 125곳 어촌체험휴양마을 운영
갯벌·낚시체험에 수상레포츠 풍성
2022년 워케이션 참가자 대부분 만족
‘커피를 홀짝이며 기사를 검색하다 문득 고개를 들어보니 새파란 바다 위를 미끄러지듯 흘러가는 고깃배 한 척이 보인다. 네모 반듯하고 투명한 유리창에 비친 파란 바다와 푸른 하늘의 그라데이션 사이에 떠 있는 배 한 척은 마치 한 폭의 유화를 연상시킨다. 이곳에는 시야를 가리는 콘크리트 빌딩도, 시끄러운 오토바이 엔진 소리도, 재채기를 유발하는 매연도 없다. 다만 바다 한가운데에서 노트북을 두들기는 나와, 배 한 척 그리고 커피 향만이 존재한다. 도시에서는 느껴보지 못했던 해방감과 신선함이 내 몸을 감싼다. 일을 하고 있지만 휴가에 온 듯한 착각에 빠진다. ‘이것이 말로만 듣던 워케이션(일과 휴가의 합성어)이구나.’
.배 위에서 바라본 삽시도 전경. 채명준 기자
지난 3일 대천항에서 배를 타고 50여분 달리니 어느덧 눈앞에 삽시도가 가득 찼다. 선착장 근처에서 여유롭게 낚시를 하는 사람, 햇살 아래 해수욕장을 노니는 아이들까지 섬에 발을 딛기 전부터 따스한 여유로움이 느껴졌다.
삽시도는 하늘에서 바라보면 화살을 꽂아놓은 활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이곳은 충청남도 보령시에 속하며 인구 460명 정도에 불과한 서해의 작은 섬이다.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섬마을인 만큼 대부분의 마을 주민은 농·어업에 종사한다.
삽시도는 2016년 해양수산부로부터 ‘어촌체험휴양마을’로 지정되면서 휴양지로서 빠르게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어촌체험휴양마을이란 어촌의 생태, 자연, 문화 자원을 활용해 도시민에게 생태교육, 체험관광, 해양레저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휴양공간을 의미한다. 2018년 221명에 불과했던 체험객은 지난해 3773명으로 17배 이상 증가했다.
싱싱한 생선회, 소라, 전복 등 다양한 먹거리는 물론 5곳에 달하는 깨끗하고 아늑한 해수욕장은 가족이나 연인들이 추억을 만들기에도 안성맞춤이다. 특히 삽시도의 3개의 보물로 알려진 면삽지, 물망터, 황금곰솔 등 삽시도 명소는 관광객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특히 올해 8월부터는 도시 속 일상에 지친 직장인들을 위한 워케이션 서비스도 운영한다. 푸른 바다를 창문 한가득 담고 있는 삽시도 안내센터 등이 공유오피스로 활용된다. 시원한 실내에서 업무를 보다 지칠 때 조금만 고개를 들면 마주하는 탁 트인 바다가 피로를 씻어간다. 안내센터 내 카페에서 파는 시원한 아이스커피까지 곁들이면 지친 몸은 금세 재충전된다.
퇴근 후 자전거를 타고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며 바라보는 석양도 일품이다. 바람을 맞으며 석양으로 붉게 물든 바다와 하늘을 보는 것은 바닷가 워케이션에서만 느낄 수 있는 자연의 사치다. 자전거는 어촌체험휴양마을 지정 숙소에서 손쉽게 빌릴 수 있으며, 조만간 민간기업과 협업해 자전거 대여사업을 진행할 예정이어서 더 많은 관광객이 더 좋은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삽시도 도민과 해양수산부가 함께 마련한 다양한 체험들이 있다. 썰물 시간에 맞춰 펄에 나가 바지락을 캐고 낙지를 잡는 ‘갯벌체험’, 배를 타고 짜릿한 손맛을 즐기는 ‘낚시체험’ 등 어업체험을 즐길 수 있다. 아울러 새하얀 조개껍데기를 알록달록하게 색칠하는 공예체험 등 소소한 재미도 준비돼 있다.
삽시도 외에도 해수부는 현재 총 125곳의 어촌체험휴양마을을 운영 중이다. 모두 빼어난 자연환경을 기반으로 바다산책로, 해안드라이브 등 멋진 볼거리를 선사하며 청정해역을 품고 있어 사시사철 제철수산물을 맛볼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갯벌체험, 어업체험, 수상레포츠, 공예체험 등 총 278개 이상의 체험프로그램이 운영 중이다.
워케이션 참가자들이 바다가 보이는 공유오피스에서 업무에 집중하고 있다. 해양수산부 제공
이 가운데 인천 중구 포내마을, 전남 함평 돌머리마을, 경남 남해 지족마을, 경북 포항 창바우마을, 제주 하도마을, 제주 사계마을 등 6곳에서는 이미 지난해부터 워케이션을 운영했다. 지금까지 서울 소재 중소기업 64개사 총 255명의 근로자가 워케이션에 참가했고 대부분 만족스러운 경험이었다고 평가했다. 한 참여자는 “바다가 보이는 깔끔한 공유 오피스에서 작업을 하니 더욱 기분이 색다르고 일의 능률도 오르게 됐다. 덕분에 제안서 작업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고 후기를 남기기도 했다.

김원중 해수부 어촌어항과장은 “어촌이야말로 업무 여건만 제대로 갖춰진다면 최고의 워케이션 장소”라며 “앞으로도 더 쾌적한 워케이션 환경 조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만들어 어촌 활성화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삽시도(보령)=채명준 기자 MIJustice@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