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서쪽으로 근접한 태풍 카눈…우려보다 피해 적은 이유는?
기상청 "상륙 당시 '강'에서 '중'으로…낮은 수온과 지상 마찰 등으로 세력 약화"
지자체와 일선 구·군 "지난해 '힌남노' 악몽에 선제적 대응도 한몫"
부산은 제6호 태풍 '카눈'이 80㎞ 떨어진 지점까지 접근했고 위험 반경인 태풍의 오른쪽에 위치했지만 다행히 우려했던 것보다는 피해가 크지 않았다는 반응이 나온다. 태풍의 위력이 예상보다 약해졌고 관계기관의 대비도 철저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태풍 카눈은 한반도 남쪽에서 북상하던 9일까지 중심 기압 970hPa, 강도는 '강'으로 매우 강한 세력을 유지하고 있었다. 강력한 태풍이 한반도를 남북으로 관통할 거라는 예상이 나오자 전국적인 태풍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특히 매년 태풍으로 큰 피해를 겪은 부산은 20년 전 기록적인 피해를 남긴 매미나 루사의 악몽을 떠올리기도 했다. 게다가 부산 일부 지역은 지난해 해안지역을 할퀸 태풍 '힌남노'의 피해조차 제대로 복구하지 못한 상태였다.
북북서진하던 태풍은 마침내 10일 오전 부산에서 불과 80㎞ 떨어진 경남 거제 일대에 상륙했다. 부산은 일반적으로 태풍의 위험 반경이라고 불리는 오른쪽에 위치해 더욱 큰 피해가 예상됐다.
결국 태풍이 지나간 이날 오후 5시까지 부산에서는 526건의 피해 신고가 들어왔다. 물에 잠긴 도로에 고립된 20대 운전자가 구조되고, 강풍에 넘어진 60대 남성이 머리를 다쳐 병원으로 옮겨지는 등 피해가 이어졌다.
하지만 우려했던 것과 달리 대규모 침수나 붕괴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 월파 피해를 우려하던 해운대 마린시티와 수영구 남천동 일대 호안도로 등에도 눈에 띄는 피해는 없었다. 지난해 힌남노로 막대한 피해를 입은 서구 송도해수욕장 주변 해안가에도 일부 월파가 발생하기는 했지만, 큰 피해는 없었다.
인근 횟집 상인 정인규(60대·남)씨는 "밤사이 혹시나 파도가 가게를 덮칠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계속 지켜봤다"면서 "전날 이삿짐센터까지 불러 1층 짐을 빼는 등 대비했는데, 다행히 지난해에 비해 올해는 큰 피해 없이 지나갔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태풍 내습에도 불행 중 다행으로 재난급 피해가 남지 않은 것은 태풍의 세력이 예상보다 빨리 약화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태풍 카눈은 강한 세력을 유지하며 북상하다가 상대적으로 수온이 낮은 경남 앞바다 지역을 지나며 세력이 조금씩 약해졌다. 실제 경남 거제에 상륙할 당시 최저 기압은 975hPa로, 지난해 부산을 강타한 힌남노의 최저기압 959hPa보다도 약한 상태였다.
여기에 오전 9시 이후 내륙에 완전히 자리를 잡은 뒤에는 태풍의 에너지원인 수증기 유입이 급격히 줄어들었고, 결국 상륙 전보다 한 단계 낮은 '중' 수준의 강도로 북상하기 시작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태풍이 해상이 아닌 지상에 상륙하면서 지면과의 마찰에 의해 태풍 세력이 약해졌고, 연안의 수온이 먼 바다보다 낮아 태풍이 더 이상 발달하기 어려운 여러 조건이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힌남노 악몽을 겪은 부산시와 지자체가 선제적인 태풍 대비도 피해를 줄이는 데 한몫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부산시는 지난 8일 오전 10시 30분을 기해 태풍 예비특보가 내려지자 선제적으로 비상 2단계를 가동했다. 태풍이 상륙하기 전부터 부산지역 7개 해수욕장 출입을 막고 시설물 철거를 지시했다. 또 교육당국과 함께 각급 학교 수업을 원격으로 전환하고 어린이집 휴원 명령을 내리는 등 대비에 나섰다.
일선 지자체도 태풍 북상 소식에 침수붕괴 우려지에 사전 대피를 권고하거나 명령했고 비바람에 현장 점검에 나서 날아갈 수 있는 시설물을 미리 치우는 등 대비에 총력을 기울였다.
부산교통공사 등 도시철도 관리 기관들 역시 강한 바람이 예상되자 선제적으로 위험 지역 운행을 중단하면서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다.
시민들 역시 자신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어느 때보다 각별한 대비에 나섰다. 특히 불과 한 달 전 장마철 집중호우로 큰 피해를 본 만큼 야외활동을 자제하고 자체적인 침수 예방 활동에 나서 피해를 막았다는 풀이가 나온다.
부산소방재난본부 관계자도 "힌남노 태풍과 비교하면 소방 신고 건수는 비슷하지만 배수 활동도 이번 태풍 때는 3번으로, 지난해 38건에 비해 훨씬 줄었다"면서 "선제적 예방으로 대응해 큰 인명피해나 대규모 침수나 붕괴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올해 첫 태풍은 다행히 무사히 넘겼지만, 기후 변화로 인해 이보다 훨씬 강력한 슈퍼 태풍이 발생하거나 기존에 예상하지 못한 경로의 태풍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있는 만큼, 풍수해로부터 안전을 지키기 위한 대비는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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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CBS 김혜민 기자 min@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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