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국민 사과까지 했던 SPC 1년도 안 돼 또…‘끼임 사고’ 50대 피해자 숨졌다

김경호 2023. 8. 10.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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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정지 상태로 이송
이틀 만에 사망
반죽 작업 중 동료가 기계 작동해 사고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적용
8일 작업 중이던 근로자가 기계에 끼여 크게 다치는 사고가 발생한 SPC 계열사 경기 성남 샤니 제빵공장의 전 생산 라인이 가동 중단됐다. 사진은 이날 오후 경기도 성남시 샤니 공장 모습.성남=연합뉴스
SPC의 계열사인 샤니 제빵공장에서 발생한 끼임 사고로 심정지 상태에서 병원에 이송됐던 50대 근로자가 결국 숨졌다.

경찰은 기계를 잘못 조작해 이번 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근로자를 형사 입건해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10일 경기 성남중원경찰서와 SPC 등에 따르면 지난 8일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동 소재 샤니 제빵공장에서 반죽 기계에 끼이는 사고를 당한 50대 A씨가 사고 이틀 뒤인 이날 낮 12시 30분께 숨졌다.

당시 A씨는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이송됐다가 호흡과 맥박이 다시 돌아온 상태로 응급수술을 받았으나, 결국 회복하지 못했다. A씨는 2인 1조로 원형 스테인리스 통에 담긴 반죽을 리프트 기계로 올려 다른 반죽 통으로 옮기는 작업을 하던 중 사고를 당했다.

리프트 기계 아래쪽에서 일하던 A씨는 위쪽에 있던 다른 근무자 B씨가 안전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기계를 작동시키면서 사고를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로 인해 B씨는 자책감으로 인해 정신적 충격을 호소해 경찰 조사 이후 병원에서 안정을 취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를 목격한 다른 근로자들도 심리 안정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B씨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형사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아울러 공장 관계자들을 중심으로 다른 안전 수칙 위반이 없었는지 조사 중이다. 사고 이후 SPC 측은 해당 공장의 전 생산 라인의 가동을 중단했다.

SPC는 사고 발생 당시 또 입장문을 내고 “불의의 사고를 당하신 직원과 가족분들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정확한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한 조사에 성실한 자세로 임하겠다”고 밝혔다.

SPC는 지난해 사고 후 회장이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 안전관리 강화를 위해 1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했지만, 계열사 공장에서 잇달아 근로자 끼임 사고가 발생하면서 SPC의 이같은 약속이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SPC 계열사에서 근로자가 근무 중 사고를 당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지난해 10월 15일 SPC 계열사인 평택 SPL 제빵공장에서 20대 여성 근로자 B씨가 소스 교반기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났다. 당시 B씨는 가로·세로·높이가 약 1m, 깊이 50∼60㎝ 정도 되는 오각형 모양의 교반기에 마요네즈와 고추냉이 등 배합물을 넣어 섞는 작업을 하다가 변을 당했다.

이 작업은 내용물이 잘 섞이지 않으면 직접 손을 넣어 내용물을 건져내야 하는 위험 요인이 있어 매뉴얼 상으로 2인 1조로 하게 돼 있다. B씨는 그러나 작업에 홀로 투입됐다가 사고를 당했다. 부검 결과 ‘질식에 의한 사망으로 추정된다’는 구두 소견이 나왔는데, 2인 1조 근무 매뉴얼이 지켜지지 않아 구조가 늦어진 점이 B씨 사망의 한 원인으로 지목됐다.

사고 후 현장에 천을 둘러놓은 채 다른 기계에서 작업을 진행하고, 현장을 목격한 근로자들에게 뒤늦게 휴가를 준 사실, 그리고 사망자의 빈소에 파리바게뜨 빵 두 상자를 두고 간 사실 등이 알려지면서 SPC는 거센 비판을 받았다. 급기야 SPC에 대한 불매 운동까지 이어지자 허영인 SPC 회장은 사고 엿새 만인 같은 달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대국민 사과를 했다.

허 회장은 이 자리에서 “뼈를 깎는 노력으로 안전관리 강화는 물론, 인간적인 존중과 배려의 문화를 정착시켜 신뢰받는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고개숙여 사과한 바 있다.

SPC는 안전 관리 강화를 위해 3년간 총 1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재발 방지 대책도 발표했다. 하지만 허 회장의 사과가 무색하게 바로 이틀 뒤 이번엔 다른 계열사인 샤니 제빵공장에서 근로자가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해 10월 23일 성남 샤니 제빵공장에서 40대 근로자가 기계에 손가락이 끼어 절단되는 사고가 났다. 이어 지난달 12일에도 같은 공장에서 50대 근로자가 기계에 손이 빨려 들어가 손가락이 골절되는 부상을 당했다.

허 회장의 사과 이후 이날 사고까지 합쳐 성남 샤니 제빵공장에서만 총 3번의 근로자 부상 사고가 난 것이다. 사 대표의 대국민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 그리고 안전 관리 강화 등의 구호가 헛된 것이 아니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다.

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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