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전북도, 잼버리 기반시설 공사 농어촌공사에 위탁 추진… 도의회에 막혀

이상헌 기자 2023. 8. 10.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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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잼버리 폐회 후 사업 부실 추진 규명해야”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에서 조기 철수하는 대원들이 8일 오전 전북 부안군 잼버리 대회장에서 버스를 타기 위해 이동하던 모습. 기록적인 폭염에 이어 태풍 ‘카눈’이 한반도에 상륙할 것으로 전망되자 세계스카우트연맹은 이날 버스 1000여대를 동원해 156개국 3만6000여명을 수도권으로 철수시켰다. 뉴스1

전라북도가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상하수도와 주차장 등 기반시설 설치 공사 차질을 우려해 한국농어촌공사에 공사를 위탁하려다 “농어촌공사가 전북에 기여한 게 없다. 전북 기업이 피해를 본다”는 전북도의회의 반발에 가로막힌 것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전북도는 지역 건설업체의 새만금 사업 하도급 참여 확대를 건설사에 적극 권장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12일 잼버리가 마무리되면 총 사업비가 크게 늘어났음에도 부실 준비 논란을 빚은 ‘잼버리 파행’ 에 대한 본격적인 실체 규명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권에서 나오고 있다.

●전북도, 설계 완료 3년 지나 시설 공사 ’위탁’ 추진

이는 전북도 기획조정실(잼버리추진단)이 2021년 4월 작성한 ‘잼버리 기반시설 한국농어촌공사 위탁 검토’ 문건을 통해 드러났다. 본보가 입수한 이 문건에 따르면 전북도는 2021년 4월 전북 부안군 하서면 공유수면 일원에 상수도 30㎞, 하수도 31㎞, 소규모 하수처리수 3개소, 주차장 3개소, 그늘(덩굴식물 등) 3.7㎞ 등을 마련하는 기반시설 설치공사를 농어촌공사에 위탁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했다. 총 사업비 205억 원을 책정해 농어촌공사에 공사 비용으로 190억여 원을, 위탁 수수료로 13억~15억여 원을 지급하겠다는 방안이다. 공사계약, 사업관리, 공사감독 전반이 위탁 범위로 거론됐다.

당시 전북도는 ‘기반시설 설치공사’와 농어촌공사가 진행 중인 ‘잼버리 부지매립공사’가 동시 시공될 경우 잼버리 대회 준비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농어촌공사는 2020년 1월부터 잼버리 부지에 대한 매립공사를 실시하고 있었던 상황. 전북도는 문건에서 “기반시설 설치공사를 위탁해 공사 시행주체를 일원화하면 공사진행 차질 및 비산먼지 대응·민원처리, 시공사 간 분쟁발생 우려 등의 문제점 등을 해소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전북도는 2021년 5월 전북도의회 ‘2021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 심사에서 시설비 항목으로 분류된 기반시설 설치공사 예산을 농어촌공사에 위탁할 수 있도록 예산 항목을 변경하는 안을 제출했다. 35억5200만 원의 추가 신규 편성도 요청했다.

●전북도의회 “농어촌공사, 전북에 기여한 것 없다” 반대

그러나 전북도의회는 잼버리 기반시설 설치공사를 농어촌공사에 위탁할 경우 지역 기업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며 반발했다. 2021년 5월 14일 열린 전북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 회의록에는 이같은 상황이 그대로 담겨 있다.

박용근 전북도의원은 당시 회의에서 “김제 스마트(스마트팜 혁신밸리) 관련된 건설업이 있었다”며 “농어촌공사에다 위탁해 가지고 여러 문제점이 생겼다”고 반발했다. 이어 “(당시) 설계업체 지정하는 것에서부터 아주 문제점을 도출해 가지고 우리 전라북도 기업들이 엄청나게 피해를 봤다”고 말했다. 또 “농어촌공사가 우리 전북에 와가지고 기여한 것들이 없다”며 “잼버리 관련돼 가지고, 아예 (위탁을) 안 하는 게 낫다”고 강조했다.

3년 동안 뭐하다 뒤늦게 위탁을 추진하느냐는 질타도 이어졌다. 홍성임 전북도의원은 “지금 와서 갑자기 농어촌공사에 205억원(이나) 되는 기반시설 (공사)을 몽땅 위탁한다는 예산이 올라와 있다”며 “2018년도부터 이런 문제점이 있었다면 철저하게 문제점을 파헤쳐 처음부터 계획을 세우고 설계를 해야 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기반시설 설계가 다 완료된 상황에서 이제 와서 농어촌공사에 위탁을 한다고”라며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2021년이면 (이미) 3년이 흘렀는데, 4년째 되는데 3년 동안에 뭐 했는가”라고 반문했다. 전북도가 새만금 매립 부지 위에 잼버리 기반시설 설치공사를 진행한다는 계획은 2018년부터 수립이 됐는데, 2021년에야 농어촌공사에 위탁을 검토한 점을 지적한 것.

전라북도 기획조정실(잼버리추진단)이 2021년 4월 잼버리 기반시설 설치공사의 한국농어촌공사 위탁을 검토한 문건의 일부 내용.

결국 강승구 당시 전북도 기획조정실장은 5월 21일 열린 전북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잼버리 기반시설 설치공사를 도가 직접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추경예산에 반영한 잼버리 기반시설 설치비를 기존 공기관 대행사업에서 시설비로 예산과목을 변경하여 도에서 직접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박용근 전북도의원은 “세계잼버리 기반시설 설치 증액에 관련돼서 공기관에 자본위탁으로 했는데 다시 시설비로 해서 하는 것은 잘했다고 본다”며 “자체적으로 해서 타 기관에 모범이 될 수 있도록 향후에도 조치를 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잼버리 기반시설 설치공사와 관련한 문제점이 지적됐는데도 지역 기업 배려 등을 이유로 농어촌공사에 사업 위탁이 이뤄지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후 전북도는 잼버리 기반시설 설치공사 지연을 우려해 2021년 11월 직접 시행 계획을 세우고, 관련 공사 입찰 공고를 냈다.

● 전북도 “지역 업체 하도급 참여 확대 적극 권장 요청”

잼버리 부지와 시설 공사가 부실하게 이뤄진 이유로 지역 건설 업체를 우선시한 이유도 작용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2020년 2월 작성한 ‘세계 잼버리부지 조성사업 출장 보고’ 문건에 따르면 전북도는 2020년 3월 새만금 사업단과 건설사 관계자와 가진 면담에서 “잼버리 부지 조성사업에 지역건설 업체의 하도급 참여 확대를 적극적으로 권장한다”고 요청했다.

이에 새만금사업단은 “잼버리 부지 조성공사는 준설 공종이 80% 이상을 차지해 지역업체의 하도급 참여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하도급 제한경쟁 입찰에 다수의 지역 업체 참여를 원도급사에 적극 권장토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면담에 참여한 대림산업은 “준설 공종을 지역 업체와 하도급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라며 “타공종도 사업 추진시 본사에 지역 업체를 적극 추천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다른 건설사는 “준설 공종에 대해 지역 업체와 하도급 계약을 검토했지만 시공능력이 있는 지역 업체가 부족해 힘들 것 같다”며 “다른 하도급 계약시 지역 업체를 본사에 적극 추천하겠다”고 했다.

● 여권 “공사비 등 예산 집행 실태 철저 규명해야”

12일 잼버리 행사가 마무리되면 이번 파행과 기반시설 미미를 둘러싼 전방위적 규명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여권 내부에서는 잼버리에 투입된 예산과 특히 공사비용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들여다 봐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전북도 등 지방자치단체에 전폭적 지원을 했음에도 ‘중앙정부 책임론’이 불거기면서, 여권에서는 “잼버리 행사가 끝난 후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해야 한다”는 기류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 당은 대회가 마무리되면 지원부처로서 미흡했던 여가부의 문제점을 꼼꼼하게 살펴볼 예정”이라며 “그와 동시에 이번 잼버리를 주도한 역대 전북도지사 역시 도대체 그동안 무슨 일을 했는지 여부도 철저히 챙겨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금 당장 인사조치나 문책을 논하는 것보다 잼버리 대회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는 게 최우선 과제”라고 말을 아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정책위의장은 정책조정회의에서 “(잼버리 대회) 진정한 유종의 미는 세계 참가단과 국민을 향한 대통령의 사과”라며 “(파행에 대한) 전 정부 탓이 안 먹히니 전북도 탓으로 선회하는 모습이 치졸하다. 국민 돈으로 막고 희생양을 만들 궁리를 할 게 아니라 사과하고 책임 질 준비를 하시라”라고 비판했다.

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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