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극우·혐오’ 차기환의 귀환
‘방송계 일베’로 꼽히는 차기환 변호사가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보궐이사로 9일 임명됐다. 방문진 이사장 자리를 꿰차고 MBC 사장 교체에 나설 거라는 관측이 파다하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체제가 등장하면 쏘아질 언론장악 신호탄일 수 있다.
판사 출신으로 극우 성향 ‘뉴라이트’인 그가 공영방송 이사가 된 것은 네 번째다. 그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기인 2009~2015년 국민의힘(한나라당) 추천으로 방문진 이사를 연임하고, 그 후 3년간 KBS 이사를 지내며 논란을 몰고 다녔다. MBC 경영·보도·제작을 정부 입맛에 맞게 주무르고, 독립성을 요구한 파업에는 인사조치로 맞서 공영방송 조직을 ‘사화급’으로 초토화시켰다. KBS 이사 때에는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유용한 사실이 감사원에 적발되기도 했다. ‘X맨’ 역할도 그의 장기다.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비상임위원 시절에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방해하고 유가족들을 비하해 국가공무원법 등 위반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5·18 민주화운동에 대해 때아닌 ‘북한군 침투설’을 유포하고는,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 위원에 이름을 올렸다. 2016년엔 경찰의 물대포 살수로 숨진 백남기 농민의 사인이 따로 있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그는 현실을 좌익·종북세력과의 대결로 본다. 2017년 한 기고에서 그는 “가치를 둘러싼 논쟁에서 좌익이 우익을 압도했다”며 “국민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고 투쟁하고 나아갈 정치인들로 우익정당을 혁신”하자고 주장했다. 윤석열 정부가 온갖 잡음에도 그를 MBC 이사진에 또다시 기용한 것은 입맛대로 공영방송을 흔들고 길들이기에 유용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일 테다.
MBC에 몰아칠 칼바람 앞에 그의 글을 되씹어본다. “정치과잉은 어쩌면 조선 이래 한국인들의 정신문화에 깊이 뿌리내린 악습”이고, “정적들을 죽이고 정권을 찬탈해야 직성이 풀리는 정치풍토”이며,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생존과 영향력 확대를 위해 이런 풍토를 이용하고 있다.” 아이러니한 건, 그가 공영방송 이사로서 벌여온 일들이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숙청하고 탄압하는 반민주적 정치과잉 그 자체였다는 점이다. 완장 차기에 앞서 자기 눈의 들보부터 들여다볼 일이다.
최민영 논설위원 m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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