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성 없었다면 어디쯤 있었을까" SD팬은 과감히 꼴찌라고 답했다... MVP 후보 압도하는 역대급 존재감
김하성은 10일(한국시간) 미국 시애틀 T-모바일파크에서 열린 시애틀 매리너스와 2023 메이저리그(ML) 원정 경기에 1번 타자 및 2루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1안타 1볼넷 3도루 1득점을 기록했다.
이날 샌디에이고의 유일한 득점은 김하성의 발끝에서 나왔다. 1회초 시애틀 선발 투수 에머슨 핸콕에게 볼넷을 얻어낸 김하성은 이어진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의 타석 때 2구째에 과감히 2루로 파고 들었다. 후안 소토의 타석에서는 초구부터 3루를 훔쳐 이제 막 데뷔한 신인 투수를 혼비백산하게 만들었다. 그 탓에 핸콕은 소토에게 투수 앞 땅볼 타구를 유도했음에도 홈 송구는 시도조차 못했다. 안타 하나 없이 김하성 혼자 만들어낸 귀중한 선취점이었다.
3회초 주자 없는 1사 상황에서는 1B2S의 불리한 볼 카운트에서도 4구째 싱커를 공략해 좌중간 안타로 출루했다. 전날(9일) 끊긴 멀티 출루 행보를 다시 시작하면서 15경기 연속 안타로 2015년 맷 켐프(15경기) 이후 8년 만에 최장 연속 경기 안타 기록을 세웠다. 뒤이은 타티스 주니어의 타석에서 또 한 번 2루를 훔치면서 시즌 27호 도루를 성공시켰다. 도루 부문 내셔널리그 4위에 등극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김하성 외에 활약하는 샌디에이고 타자는 없었다. 산발적인 3안타가 나왔고 샌디에이고는 8회에만 5실점으로 1-6으로 패, 시애틀전 스윕과 동시에 4연패에 빠졌다. 선발 투수 다르빗슈 유 역시 6이닝 6피안타 2볼넷 4탈삼진 1실점(비자책점)을 기록했음에도 승리 투수가 되지 못했다.
신인 투수를 빅리그 데뷔시킨 시애틀에 4안타에 그친 샌디에이고에서 김하성만이 홀로 찬사를 받았다. 미국 샌디에이고 지역 팟캐스트 디바인 스포츠 고스펠은 좌절하는 TV 쇼 연예인의 사진을 올리면서 "김하성이 샌디에이고의 모든 타석을 가져갈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라는 문구를 함께 올렸다. 답답한 타선에 절망하는 샌디에이고 팬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게시글이었다.
이어 "올해 샌디에이고 경기를 대부분 본 사람이라면 이 팀의 MVP는 김하성이라는 사실을 알 것이다. 타티스 주니어, 매니 마차도, 소토, 잰더 보가츠가 더 스타 선수들이지만, 김하성은 그들 모두보다도 좋은 해를 보내고 있다"면서 "샌디에이고의 올 시즌은 롤러코스터로 표현할 수 있지만, 김하성의 등장은 역대 최고였다. 그는 미래의 영원한 올스타가 될 것"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실제로 김하성은 이날 경기로 110경기 타율 0.288, 15홈런 41타점 63득점 27도루, 출루율 0.384 장타율 0.451, OPS 0.835를 기록하면서 bWAR 5.9를 기록했다. bWAR은 미국 야구 통계 매체 베이스볼 레퍼런스 기준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로 김하성의 5.9는 9.0의 오타니 쇼헤이(29·LA 에인절스) 다음 가는 수치다. 내셔널리그에서는 MVP 후보 0순위로 꼽히는 로널드 아쿠냐 주니어(26·애틀랜타 브레이브스)만이 동수를 이루고 있다. 샌디에이고 내 bWAR 2위는 4.3의 소토로 김하성은 타티스 주니어, 마차도 등 팀 내 MVP 후보들도 압도하는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이 선수가 팀 승리에 얼마만큼 기여했는가를 측정한 값'이라는 WAR의 정의에 따르면 김하성은 실제로 샌디에이고를 꼴찌권 팀에서 와일드카드 경쟁을 시켜주는 팀으로 만들어준 선수다. 현재 샌디에이고는 55승 60패로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4위인데 김하성이 승리를 기여한 5.9승을 빼면 50승에도 못 미친다. 여전히 실제 서부지구 꼴찌 콜로라도 로키스보단 4승 앞선 수치.
하지만 다른 내셔널리그 지구팀 꼴찌팀들이 50승 65패(워싱턴 내셔널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를 기록하고 있다는 것을 본다면 샌디에이고 팬들의 자조 섞인 답변도 괜한 것은 아니다. "김하성이 없었다면 샌디에이고의 순위는 어디쯤 있었을까"라는 디바인 스포츠 고스펠의 물음에 한 팬은 "꼴찌(Last place)"라고 딱 잘라 답했다.
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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