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휩쓴 핵개발 영화, 韓서도 폭발할듯
미국 핵무기 개발 지휘한
오펜하이머의 고뇌 담아
CG 없는 촬영 선호 감독
폭약 폭발시켜 핵장면 연출
개봉 2주만에 5억달러 매출
"금세기 최고 영화" 호평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영화 '오펜하이머'가 오는 15일 개봉한다. 10일 열린 시사회에서 영화를 미리 살펴봤다.
'오펜하이머'는 1940년대 미국 핵개발 프로젝트 '맨해튼 계획'을 총지휘한 인물 로버트 오펜하이머(1904~1967)의 삶을 다룬 전기 영화다. 오펜하이머는 세상의 구원자였고 세상의 파괴자였다. 인류에게 불을 선물한 대가로 영원의 형벌을 받은 프로메테우스처럼, 오펜하이머는 인류에게 핵을 선물해 제2차 세계대전의 종전을 안겨줬지만 이후 핵전쟁 위험을 동시에 가져다준 복합적인 인물이다.
미국에 양자물리학을 처음 전파한 오펜하이머는 정부로부터 로스앨러모스 국립연구소장직을 제안받는다. 양자의 분리가 가능하고, 이때 엄청난 양의 에너지와 폭발력이 발생함을 알게 된 세계 물리학자들은 핵무기 개발에 열을 올린다. 오펜하이머의 경쟁자는 나치. 미국이 나치보다 먼저 핵개발을 완수해야 이 악명 높은 전쟁을 끝마칠 수 있다.
오펜하이머는 허허벌판 황무지 땅에 핵무기 개발을 위한 도시를 만든다. 핵개발을 위한 '맨해튼 계획'이었다. 하지만 오펜하이머는 루이스 스토르스로부터 끊임없이 의심을 받는다. 오펜하이머가 '입당만 하지 않은' 공산주의자였기 때문이다. 당시 미국 내에서도 공산주의는 유행이었다. 미국 정부가 오펜하이머를 책임자로 정한 이유도 이 약점을 이용하기 위해서였다. 오펜하이머와 동료들은 맨해튼 계획 추진 과정에서 고뇌에 빠진다. 핵무기를 만드는 자의 윤리적 모순은 이런 것이다. '미국은 나치와 일본을 이기기 위해 핵을 만들고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만드는 것이 나치보다 더 괴물은 아닌가?'
핵무기 개발을 완료한 뒤 첫 번째 폭발 시험 장면은 말로 설명이 불가능할 정도로 압권이다. 소리를 제거한 스크린엔 빛만으로 핵의 두려움을 장치해 놨다. 핵무기 개발에 성공한 뒤 연구 주도권을 정부에 넘기면서 벌어지는 오펜하이머의 심리적 갈등은 윤리적 질문을 객석에 던진다.
놀런 감독이 농축 우라늄을 통한 핵개발 영화를 만든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세간에는 "설마 놀런 감독이 정말 핵무기를 터뜨린 건 아니겠지"란 웃지 못할 농담이 나돌기도 했다.
놀런 감독은 CG 없는 촬영을 추구해왔다. '다크 나이트'에서 고담종합병원 폭파 장면은 세트장이 아니라 폐공장을 병원으로 꾸민 뒤 실제로 날려버린 것이다. 그는 '인터스텔라' 촬영을 앞두고는 캐나다의 옥수수밭 60만평을 구매해 1년 동안 재배했다. 거대한 모래바람은 CG가 아니라 특수 골판지를 갈아 모래폭풍으로 연출한 것이다. '인셉션'의 호텔 회전 장면도 세트장을 360도 돌리며 찍었다. 다만 '오펜하이머'의 핵폭발 장면은 실제로 핵을 터뜨린 것은 아니고 재래식 폭약을 폭발시켜 찍었다고 전해진다.
주연으로 캐스팅된 킬리언 머피는 놀런 감독의 페르소나로 유명하다. 머피는 놀런 감독의 영화 '다크 나이트'에서 두 얼굴의 악역 스케어크로 연기로 강한 인상을 남겼고, 영화 '인셉션'에서 코브와 아서가 타깃으로 삼는 회장 아들 로버트 피셔 역이기도 했다. 킬리언 머피는 '오펜하이머' 출연으로 내년 오스카 남우주연상이 유력해 보인다.
공교롭게도 영화 개봉일이 8월 15일이다. 1945년 8월 6일(히로시마)과 9일(나가사키) 연합국이 일본제국에 핵탄두 '리틀 보이'와 '팻 맨'을 투하한 뒤 15일 일본제국이 무조건 항복을 선언했다. 즉 이날은 핵으로 인해 인류 역사의 향방이 결정된 날이다.
이 모든 일의 시작에 오펜하이머가 있었다. 오펜하이머는 핵실험이 끝난 뒤 힌두교 경전 '바가바드 기타'를 인용해 "나는 이제 죽음이요, 세상의 파괴자가 되었도다(Now I am become Death, the destroyer of worlds)"라고 말하기도 했다.
핵무기 사용을 총지휘한 군인 레슬리 그로브스는 맷 데이먼, 오펜하이머의 내연녀로 알려진 공산주의자 진 태트록은 플로렌스 퓨, 오펜하이머의 아내 키티는 에밀리 블런트, 해리 트루먼은 게리 올드먼이 열연했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과 오펜하이머가 만나는 장면도 눈여겨볼 만하다. 진 태트록과 오펜하이머의 베드신은 노출 수위가 높다. '오펜하이머'는 7월 19일 첫 개봉하고 2주 만에 세계 총수입이 5억달러를 넘어섰다.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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