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의원제 무력화’로 개딸 투표권 강화… 비명계 반발 거셀 듯

김승환 2023. 8. 10.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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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혁신위, 혁신안 발표… 활동 마무리
전대 당대표·최고위원 선출 권한
30% 달하던 대의원 반영비율 빼
권리당원 70% 여론조사 30%로
공천 현역 감점 강화·윤리기준 신설
전·현 다선 의원 용퇴도 공개 촉구
“혁신위, 친명 해결사 노릇 후 내빼”
의총 등 논의 과정 계파갈등 예고
더불어민주당 김은경 혁신위원회가 10일 전당대회 대의원 투표 배제를 골자로 하는 혁신안을 내놨다. 사실상 대의원제를 무력화하고 ‘개딸’(개혁의딸) 등 강성 지지층의 당내 영향력을 키우는 안이란 평가가 나오면서 비명(비이재명)계가 거세게 반발했다. 공천 룰 관련 혁신안도 내놨다. 공천 시 현역 의원 평가에 ‘공직윤리’ 기준을 추가하고 하위 평가자 감점을 강화하는 게 골자다. 다선 의원 용퇴도 촉구했다. 잇따른 설화로 조기 퇴장한 혁신위가 친명(친이재명)의 “해결사 노릇”을 하고 떠났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조기 퇴장하는 김은경 “부족한 말로 불편 드린 점 사과” 더불어민주당 김은경 혁신위원장(가운데)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공천 규칙 등을 담은 혁신안을 발표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혁신안 발표 뒤 혁신위 활동 기간 동안 자신의 발언 등으로 논란이 이어졌던 것과 관련해 “그간 부족한 말로 불편함을 드린 점에 대해 정중히 사과드린다”고 고개 숙여 사과했다. 서상배 선임기자
혁신위는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민주당은 250만 권리당원이 있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가장 큰 정당이다. 그에 맞는 당 조직과 문화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며 “최고 대의기구인 당대표와 최고위원은 권리당원 1인1표 투표 70%와 국민여론조사 30%로 선출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현행 민주당 당헌·당규의 전당대회 투표 반영 비율은 권리당원 40%·대의원 30%·여론조사 25%·일반당원 5%다. 사실상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가치가 60대 1 수준이라 조정이 필요하단 주장이 있었는데, 혁신위가 아예 대의원을 투표에서 배제하기로 한 것이다.

서복경 혁신위원은 “대의원이 폐지될 순 없다”며 “전당대회 투표권 행사 문제와 실제 대의기구에서 활동하는 대의원 기능을 분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혁신위는 공천 룰과 관련해선 “선출직 공직자 상대평가 하위자에게도 과거보다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수 있어야 한다”며 하위 평가자 감점 강화안을 내놨다. 하위 10%까지는 경선 득표 40%를, 하위 10∼20%는 30%, 하위 20∼30%는 20% 감산하는 식이다. 현행 규정은 하위 20%에게 20% 감산하도록 하고 있다. 탈당이나 경선 불복자 감산은 현행 25%에서 50%까지 상향하도록 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은경 혁신위원장이 10일 국회 당 대표실에서 혁신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역 의원 평가 기준에 공직윤리 항목 신설도 제안했다. 혁신위는 “공직자윤리법, 이해충돌방지법, 부정청탁금지법 등이 정한 공직윤리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의원은 과감히 공천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 혁신위원은 이 기준과 관련해 “(현역 의원 중) 누가 잘리는 건지는 모른다”며 “21대 국회 들어 의원이 공직윤리에 어긋나는 행위를 하거나 비리 의혹이 제기되고 탈당하는 사례들이 생겼기 때문에 의원도 더 이상 공직윤리 규정 평가 예외라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혁신위는 사실상 다선 의원 용퇴도 촉구했다. 김은경 혁신위원장은 “수차례 의원직을 역임하시고 의회직과 당직을 두루 맡으시면서 정치 발전에 헌신하신 분들 중에서 이제 후진을 위해 용퇴를 결단하실 분들은 과감히 나서 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다만 그 대상을 분명히 하진 않았다. 서 혁신위원은 ‘최근 출마를 준비 중인 박지원 전 국정원장,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 등이 용퇴해야 한다는 것이냐’는 질문에 사견을 전제로 “저는 그분들이 용퇴해 주시면 좋겠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0일 국회 당 사무실에서 민생연석회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혁신위는 이날 혁신안 발표를 마지막으로 활동을 마무리했다. 애초 9월 초중순까지 활동할 예정이었으나 최근 김 위원장의 ‘노인 폄하’ 설화 등으로 당 안팎의 비판에 직면하면서 조기 퇴장 수순을 밟은 것이다. 김 위원장은 “그동안 부족한 말로 불편함을 드린 점에 정중히 사과드린다”며 “저의 여러 일로 (혁신안이) 가려질까 가장 두렵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조만간 의원총회, 워크숍 등에서 이들 혁신안을 논의할 예정이지만 그 수용까지는 진통이 예상된다. 친명·비명 간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리면서다.

비명계는 혁신안 발표 직후 비판을 쏟아냈다. 이원욱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혁신 대상은 당 안에서 가장 기득권을 많이 가진 사람이어야 한다”며 “그런데 혁신 대상은 (혁신안을) 피해 갔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이 ‘혁신 대상’이라 지목한 건 바로 이재명 대표다. 이 의원은 혁신위의 다선 의원 용퇴 촉구 발언을 인용하며 이 대표를 향해 “용퇴를 결단하시겠냐. 당의 미래를 위해 과감히 나서 주시겠냐”고 꼬집었다.

다른 비명계인 윤영찬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대의원제 문제는 전당대회에서 논의돼야 할 사안”이라며 “지금은 총선을 앞두고 하나가 돼야 할 시점이다. 갈등의 싹을 도려내도 부족할 지금, 왜 물을 주며 평지풍파를 일으키는지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 재선 의원은 통화에서 “혁신위가 사고만 치더니 결국 마지막 가서 특정 집단의 해결사 노릇을 하고 내뺀 것 아니냐”고 말했다.

반면 친명계인 양이원영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혁신위 발표를 들으면서 우리 당에 그래도 희망을 가지고 마지막까지 뭐라도 해 보려고 애쓴 흔적이 보여 감사했다”며 “부디 기회를 살려 희망을 만드는 정치가 되는 데 저도 힘을 쏟겠다”고 했다.

김승환·김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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