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홀 뚜껑, 시내버스 바닥 뚫어 ‘아찔’… 지하 침수·정전 잇따라 [태풍 ‘카눈’ 강타]
오성택 2023. 8. 10. 18:24
강풍·폭우 피해 속출
속초 400㎜ 물폭탄… 강릉 ‘주민 대피령’
창원선 불어난 물에 고립된 70대 구조
전남 곡성 주택 붕괴… 인명피해 없어
포항·경주 일대 형산강선 홍수주의보
7월 수해 피해 회복 못해 걱정 커
속초 400㎜ 물폭탄… 강릉 ‘주민 대피령’
창원선 불어난 물에 고립된 70대 구조
전남 곡성 주택 붕괴… 인명피해 없어
포항·경주 일대 형산강선 홍수주의보
7월 수해 피해 회복 못해 걱정 커
10일 오전 제6호 태풍 카눈이 강타한 영남 등 남부 지역에서는 피해가 속출했다. 앞서 7월 폭우로 피해가 컸던 경북 지역 등의 주민들은 피해 복구가 한창 진행 중인 상황에서 다시 재난에 노출되자 망연자실한 모습이다. 이번 태풍은 오전 9시20분 경남 거제시 부근으로 육상한 뒤 경상 서부 지역을 따라 내륙을 관통했다. 부산을 비롯한 경남과 전남 남해안, 울산, 포항 등 남부 지방은 피해에 속수무책이었다.
천만다행 경남 창원에서 폭우로 수압을 이기지 못해 솟구친 맨홀 뚜껑이 시내버스 바닥을 뚫고 들어왔다. 맨홀 뚜껑 버스 중앙 부분을 뚫고 나와 인명 피해는 없었다. 창원=연합뉴스 |
뒤이어 강원으로 올라와 속초에는 오후 6시까지 누적 400㎜에 육박하는 장대비를 뿌렸다. 양양·강릉엔 일부 하천이 범람하면서 주민 대피령이 내려졌다. 원주·삼척에서는 많은 비로 토사가 유출되고 돌이 떨어지면서 도로가 통제됐다. 고성에 오후 2시부터 1시간 동안 84㎜의 강수량을 기록해 말 그대로 물바다가 됐다.
부산시 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시간당 40㎜가 넘는 폭우와 함께 초속 30m의 강풍이 불면서 다수의 피해가 발생했다. 태풍이 부산에 근접하면서 전신주와 가로수가 쓰러지고 담벼락 붕괴, 지붕 날아감, 유리창 파손, 간판 낙하, 하수구 역류 등 피해가 발생했다. 이날 오후까지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태풍의 본격적인 상륙을 앞두고 부산 금정구 부곡동에서 펜스가 넘어졌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주요 교량과 시설물에 대한 통제도 이어졌다. 부산항대교와 남항대교, 을숙도대교, 거가대교와 지하차도 7곳을 비롯한 하천변과 낙동강 둔치주차장, 해수욕장, 공원 및 등산로 등 101곳의 주요 시설이 전면 통제됐다. 부산도시철도 1∼4호선 지상구간과 철도 동해선, 부산∼김해경전철이 첫 열차부터 운행을 중단했고, 강서 지역을 운행하는 전체 마을버스가 전면 운행을 중단했다. 전날 밤부터 이날 오전까지 부산에서는 붕괴와 침수 등의 우려로 264세대 433명이 사전 대피했다. 유치원이 휴원하고, 초·중·고교는 원격수업을 진행했다.
도랑에 빠진 전동휠체어 10일 오후 대구 달성군 가창면 상원리에서 전동휠체어를 타던 60대 A씨가 실종됐다는 119 신고가 접수된 가운데 A씨가 탄 것으로 추정되는 전동휠체어가 도랑에서 발견됐다. 대구=연합뉴스 |
인근 경남에선 거센 비바람과 함께 피해가 속출했다. 폭우가 쏟아지면서 맨홀 뚜껑이 솟구쳐 올라 시내버스 바닥을 뚫은 사고가 발생했다. 오전 8시5분 창원시 의창구 대원동 한 아파트 주변을 운행하다가 정차해 있던 101번 시내버스 밑바닥으로 맨홀 뚜껑이 뚫고 올라왔다. 당시 버스에는 운전기사와 승객이 타고 있었으나, 맨홀 뚜껑이 차체 중앙 부분을 뚫으면서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었다.
창원시에서도 피해가 발생했지만, 어려움에 처한 주민들은 대부분 구조됐다. 성산구 대방동 대암고 삼거리에선 급류에 휩쓸린 60대 여성을 경찰관이 구조했다. 마산회원구 내서읍 광려천 인근에서 70대로 추정되는 할머니가 갑자기 불어난 물에 고립돼 30여분 만에 구조됐다. 이 지역 국도 5호선 쌀재터널 내서읍 방향 3㎞ 지점에서 발생한 산사태로 왕복 4차로가 통제됐다.
구사일생 10일 오전 소방대원들이 경북 영천시 고경면 고도리에서 넘친 물 때문에 고립됐던 주민을 구조하고 있다. 경북소방본부 제공 |
울산 동구 방어동의 한 도로에선 바위가 굴러 떨어졌다. 바위는 인근 산에서 굴러온 것으로, 가로 3m 세로 4m에 무게만 5t에 달했다. 다행히 통행 중인 차량이 없어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지하 침수 피해와 정전 신고도 이어졌고, 간판 날림, 건물 철판 흔들림, 베란다 유리 깨짐, 전신주 전선 이탈 등 폭우와 강풍 피해 신고가 이어졌다.
지난해 태풍 ‘힌남노’로 큰 인명 피해가 났던 포항과 경주를 비롯한 경북 동해안 지역도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포항시는 다수의 주민을 임시 주거 시설 등에 대피시켰다. 경주시도 암곡동 암곡소망교회 인근 하천의 둑 유실 우려 등을 반영해 대피 조치를 취했다. 포항과 경주 일대를 지나는 형산강 주변에는 정오 무렵 잇따라 홍수주의보가 발령됐다.
지난달 기록적 폭우로 큰 피해를 입은 경북 북부 지역은 수해 생채기가 채 가시기도 전에 또다시 300㎜ 이상의 폭우가 예보돼 주민들이 불안감에 떨고 있다. 경북 예천군 효자면 백석마을은 지난달 14∼15일 내린 집중호우로 5명이 목숨을 잃은 곳이다. 마을회관에서 만난 70대 김모씨는 “지난달 집중호우 때 물이 집안 여기까지 찼다”며 “태풍으로 홍수가 났던 주변 토사가 다시 마을로 휩쓸려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남 동부권도 피해가 잇따랐다. 카눈이 여수시에 가장 가까이 근접한 오전 9시 매서운 바람 소리와 함께 정차된 차량이 흔들리기도 했다. 이날 여수(간여암) 지역에서 측정된 최고 순간풍속은 초속 29.2m로, 지붕이나 기왓장이 뜯겨 날아갈 정도의 세기를 보였다. 주택이 무너지기도 했다. 전남 곡성군 곡성읍 학정리 한 주택이 붕괴됐다. 당시 거주자가 없어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으나, 주민 1명이 물건과 집기 등을 빼내다 넘어져 팔을 다쳤다.
부산·창원·여수·예천·포항·울산=오성택·강승우·김선덕·배소영·이영균·이보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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