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美 "中 반도체·AI·양자컴 투자도 제한"… 한국에 불똥 튈까?
中 투자땐 美 정부에 사전신고
사실상 첨단 기술 돈줄 차단
중국 "무역기술 무기화" 비판
한국에 동참압박 가능성 커져
미국 연방정부가 9일(현지시간) 중국 첨단 기술 분야에 대한 미국 자본의 투자를 통제키로 결정했다. 미중간 경제 전쟁의 전선이 무역과 기술에 이어 투자 부문으로 확대된 것이다. 저조한 성장과 무역 급감, 실업률 급등 등 경제가 좀체 되살아나지 않는 중국을 향해 미국이 다시 카운터 펀치를 날린 셈이다. 이는 교역과 투자, 노동이동의 자유를 규정한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의 공식 종언을 알리는 것과 다름 없다는 분석이다. 인플레이션으로 고전 중인 세계 각국과 달리 물가하락 속 경기침체인 디플레이션 양상마저 보이는 중국이 점점 더 코너에 몰리는 양상이다.
◇미, AI·반도체·양자컴퓨팅 등 대중 투자 제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사모펀드(PEF)와 벤처캐피탈 등 미국의 자본이 중국의 첨단 반도체와 양자 컴퓨팅, 인공지능(AI) 등 3개 분야에 대해 투자하는 것을 규제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인수합병(M&A), 법인신설(그린필드), 합작투자 방식 등의 투자에 적용된다. 다만 상장지수펀드(ETF)나 공모증권 등은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에 따라 이들 3개 분야에서 해당 사업 매출 비중이 50% 이상인 중국 기업에 투자하려는 미국 기업들은 사전에 투자 계획을 의무적으로 신고해야 하며, 투자 금지를 포함한 규제권은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가지게 된다.
미국은 구체적으로 어떤 수준의 첨단기술 투자를 제한할지는 45일간의 의견수렴 기간을 거쳐 세부시행세칙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행정명령은 신규 투자에만 적용되며, 실제로 시행되기까지 1년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의회에 보낸 서한에서 "군사 및 정보 관련 핵심 기술에 있어 국가 위기 상황을 선언한다"며 "일부 미국 자본의 투자가 이 같은 위험을 한층 키우고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미국은 그간 중국에 대한 규제에 대해 국가 안보를 지키기 위한 차원에서 한정적으로 표적을 좁혀 이뤄지는 조치일 뿐이라는 입장으로 일관해왔다. 이번 조치 역시 경제적 차원이 아니라 안보 차원의 결정이며, 중국과 '탈동조화(decoupling)'가 아닌 '탈위험(derisking)' 차원의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중, "무역기술을 정치·무기화"
중국은 "미국이 시장경제 원칙을 위배했다"며 실망감과 우려를 표시했다. 류펑위 주미 중국 대사관 대변인은 이날 성명에서 미국의 결정에 매우 실망했다면서 자국 이익을 보호하겠다고 밝혔다고 로이터·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다. 류 대변인은 "중국은 미국이 무역과 과학기술 이슈를 정치화·무기화하려 국가안보를 남용하고 정상적인 경제·무역 교류와 기술 협력에 의도적으로 장애물을 만드는 데 반대한다"고 말했다.
중국 상무부 대변인도 "미국이 시종일관 제창해온 시장·공정경쟁의 원칙을 위배하고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 의사결정에 영향을 줬다"며 "국제 경제·무역 질서를 파괴하고, 글로벌 생산·공급망의 안전을 심각하게 교란했다"고 했다.
◇국내 산업계 불똥 우려
이번 투자 제한 조치는 앞으로 이뤄질 투자에 적용되고, 적용 범위가 전 세계의 미국인 또는 미국 법인으로 한정돼 당장 국내 업계에 대한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게 대체적 관측이다.
그러나 중국 견제 조치에 동맹의 동참을 압박하는 미국 정부의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 한국에도 어떤 형태로든 동참 압박이 제기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이 한국 등 동맹국에도 중국 투자 제한 조치를 요구할 경우 중국향 첨단 반도체 투자가 어려워지는 점은 우려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앞서 지난해 10월 중국에 대한 첨단 반도체 장비 수출을 사실상 금지하는 통제조치를 취한 바 있다. 이어 네덜란드와 일본이 이에 동참하며 서방의 첨단 반도체 장비가 중국으로 들어가는 길은 원천 봉쇄되다시피 했다.
중국이 또다시 보복 조치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중국은 미국에 맞서 지난 1일 차세대 반도체 원료로 주목받는 희귀금속인 갈륨과 게르마늄의 수출을 통제하는 조치를 취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를 더 강화한다든지 하는 조치가 나올지 걱정"이라고 전했다.
정부는 이날 산업통상자원부, 기획재정부, 외교부 공동명의로 된 보도참고자료에서 "국내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며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분석하고 그 내용에 따라 필요할 경우 정부 및 업계 의견을 미 정부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이번 기회에 평택과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추진을 가속화해 국내에 반도체 생태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조상현 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대중 첨단기술 제한으로 우리 기업의 현지생산 차질 우려도 있지만 한미 간의 첨단기술 협업은 대중 기술격차 유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은희기자 ehpark@dt.co.kr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블박 끄고 다리 만져줘요" 60대 택시기사 성추행한 20대女…결국 입건
- 튀어오른 맨홀 뚜껑, 버스 바닥 뚫었다…태풍 `카눈` 피해 속출
- "판사 앞에서 울면 그만"... 만취 여중생, 빨래방 건조기 들어가
- 하늘서 툭 떨어진 독사, 美 여성 공격…매가 살렸다
- "담임이 원서 안내 수능 못봤다" 거짓글 올린 학부모 벌금 600만원
- [트럼프 2기 시동] `행정부 충성파로 신속 구성한다"
- 온누리상품권 부정유통 13곳 적발… 중기부 "매월 현장조사"
- 공수 뒤바뀐 여야… 국힘, 1심 선고 앞두고 `이재명 때리기` 집중
- `이사회 2.0` 도입 제시… 최태원 "사후성·평가로 역할 확대"
- 몬스테라 분갈이 네이버에 검색하니 요약에 출처까지… "`AI 브리핑` 검색 길잡이 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