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미국 중재로 1년 내 이스라엘과 '정식 수교' 가능성 솔솔... 미국 노림수는?

정승임 2023. 8. 10.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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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의 오랜 앙숙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이 1년 내에 정식 수교를 맺을 수도 있다는 낙관론을 미국 관리들이 조심스럽게 펴고 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우디는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 대가로 미국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수준의 고강도 안보협정 체결 △미국의 무기 금수조치 해제 △민수용 핵프로그램 개발 허용 등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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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미국-사우디 논의, 큰 틀서 진전"
세부 사항 협의 중... 미국 관리들 '낙관'
중국·이란 견제 목적... 걸림돌도 여전
지난해 7월 15일 사우디아라비아 해변 도시 제다를 방문한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이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주먹 인사를 나누고 있다. 제다=AFP 연합뉴스

중동의 오랜 앙숙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이 1년 내에 정식 수교를 맺을 수도 있다는 낙관론을 미국 관리들이 조심스럽게 펴고 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의 중재 노력이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는 의미다.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사우디와 그 반대편에 있는 이스라엘은 상대방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WSJ에 따르면, 미국과 사우디는 향후 9~12개월 안에 사우디-이스라엘 관계를 정상화하기로 큰 틀에서 합의했으며 현재 세부 사항을 조율하고 있다. 한동안 정체됐던 이 논의는 지난달 27일 사우디에서 열린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사우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의 회담을 계기로 속도가 붙은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사우디-이스라엘 '화해' 중재한 이유는?

조 바이든(맨 왼쪽) 미국 대통령이 9일 미 뉴멕시코주 벨렌의 아코사 윈드타워에서 경제 관련 연설을 마친 뒤 지지자들과 셀피를 찍고 있다. 벨렌=AP 뉴시스

미국이 사우디와 이스라엘 간 ‘화해’에 공을 들이는 건 우선 대(對)중국 견제 목적이 가장 크다. 중국이 올해 3월 중동의 또 다른 숙적 관계인 사우디와 이란 간 국교 정상화 합의를 중재했던 게 결정적 자극이 됐다. 잠시 한눈을 파는 사이, 중동 내 영향력을 중국에 빼앗길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발동했다는 얘기다.

미국에 적대적인 이란을 더 강하게 봉쇄하려는 의도도 담겨 있다. 상대국에 거침없는 독설을 퍼부어 왔던 사우디와 이스라엘도 이란만큼은 ‘공동의 적’으로 본다. 중국의 중재로 관계를 트긴 했지만, 이슬람 수니파의 종주국인 사우디 입장에서 이란(시아파의 맹주)은 여전히 종교적·지정학적 경쟁국이다. 미국이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화해를 이끌어낸다면, 미국으로선 매우 강력한 이란 포위망을 역내에 구축하게 된다.

이스라엘도 이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사우디와의 관계 정상화는 경제적으로 쌍방에 이득이고 이란의 공격적 행동을 억제할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실제 이스라엘은 2020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행정부 중재하에 아랍에미리트(UAE)와 바레인, 모로코 등과 ‘아브라함 협약’을 맺고 아랍권 국가들과의 관계 정상화를 추진해 왔다. 이제는 사우디에도 손을 내밀면서 이 협약을 확장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사우디, '팔레스타인 독립국' 수립 요구... 난항 예고?

베냐민 네타냐후(가운데)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달 30일 예루살렘 총리실에서 주례 각료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예루살렘=AFP 연합뉴스

문제는 사우디다. 언제나 그렇듯, 장밋빛 구상은 공짜가 아니다. 사우디는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 대가로 미국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수준의 고강도 안보협정 체결 △미국의 무기 금수조치 해제 △민수용 핵프로그램 개발 허용 등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이란 핵개발로 골머리를 썩는 미국으로선 핵무기 개발로 이어질 수 있는 우라늄 농축을 눈감아 주기 힘들다.

반대급부도 만만치 않다. 미국은 사우디를 향해 △중국의 ‘군사기지 건설 불허’ 확약 △중국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 진출 제한 △원유 판매 대금의 위안화 결제 중단 등을 압박하고 있다.

최대 난관은 역시 팔레스타인 문제다. WSJ는 “사우디가 요구하는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수립 문제가 협상 타결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전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최근 블룸버그통신 인터뷰에서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을 위협하는 어떤 권한도 가져선 안 된다”며 “팔레스타인 문제가 오히려 사우디와의 대화를 방해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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