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성폭력 피해자, 회사에 소송…2심 "배상하라"

휴가중이던 상사, 부하직원 성폭행 시도
대한항공 "휴가중 범행, 업무 관련 아냐"
法 "상급자에 대한 감독 미비…배상해야"

[서울=뉴시스] 대한항공 보잉787-9.(사진=대한항공) 2023.8.1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신귀혜 기자 = 대한항공에서 근무 중 상사로부터 성폭력 피해를 입은 여성 직원이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내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승소했다. 법원은 회사가 실효성 있는 예방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책임이 있다고 보고 가해자와 연대해 배상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10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10-2부(부장판사 김동현·이상아·송영환)는 대한항공 직원 A씨가 회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1심과 같이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대한항공이 A씨에게 1심에서 인정한 1500만원보다 많은 18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A씨는 대한항공에서 근무하던 중 업무상 문제를 해결하려는 과정에서 휴가중이던 상사 B씨와 연락을 주고받았다.

B씨는 휴가가 계속 중이던 날 저녁 A씨에게 '자신의 집에서 문제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자'는 취지로 연락했다. B씨의 반복되는 연락에 A씨는 B씨의 집으로 이동했다.

그런데 B씨는 업무 관련 이야기를 하던 A씨에게 성폭행을 시도했다. A씨의 저항으로 성폭행은 미수에 그쳤다. A씨는 회사에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했고, B씨는 사직서를 냈다.

이후 A씨는 "성폭행 미수 사건은 B씨의 사무집행과 관련해 이뤄진 불법행위이므로 회사도 함께 배상책임을 져야 한다"며 대한항공을 상대로 1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대한항공 측은 사건 당시 B씨가 휴가 중이었고 휴가 중에는 업무에서 모두 배제돼 있었으므로, 성폭행 시도는 업무상 문제가 아닌 사적 문제라며 배상책임이 없다고 맞섰다.

지난해 7월 1심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대한항공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것이다.

1심 재판부는 '문제 행위가 사무집행 자체는 아니더라도, 다른 근로자에 대한 고용조건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 이가 업무 수행과의 근접성이 인정되는 상황에서 성추행을 저지르는 등의 상황에서도 사용자 책임이 성립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들었다.

그러면서 B씨가 A씨의 상급자로서 지휘·감독을 해 왔고 휴가 이후 A씨의 업무에 일정한 관여를 할 것으로 예상됐던 점, B씨가 애초 A씨를 자신의 집으로 부른 명목은 업무 관련 논의였던 점을 지적했다.

1심은 "B씨에 대해 단순 성희롱 방지 교육을 넘어 실효성 있는 위험 발생 방지 조치를 제대로 하지 못한 감독상의 미비가 있다"며 대한항공이 B씨와 연대해 A씨가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이날 항소심 재판부는 1심의 판단에 대체로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B씨가 대한항공을 퇴사하는 과정에서 회사 측이 B씨를 징계절차에 회부하기 보다는 사직 처리하는 방향으로 유도한 점이 일부 인정된다고 봤다. 그러면서 1심에서 인정한 1500만원에 더해 대한항공이 300만원을 추가로 배상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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