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열정·도전·실력 그리고 호흡… 최상의 무대 위한 `네박자`

2023. 8. 10.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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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새로운 지휘자·수석진으로 구성
수준 높은 조합… 관객들 감탄 이끌고
전문가 지휘아래 학생·청년 경험쌓아
젊은 신예음악가 '발굴의 산실'되기도
베르비에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에 참여한 젊은 연주자들 (c) 베르비에 페스티벌 공식 유튜브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이 열리는 리하르트 바그너 페스티벌 하우스
홍콩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지난 6월, 내한 공연을 가진 루체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미하엘 잔덜링과 협연자 임윤찬. (c) 롯데문화재단
2012년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

월간객석과 함께하는 문화마당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오늘날 전 세계 곳곳에서 여러 음악제가 열린다. 장르와 시기, 지역과 참가자까지 천차만별의 다양한 특성을 내세운 음악제들은 애호가들을 유혹하고 있다. 하지만 음악제에서 관현악단과 같은 대규모 인원이 한 무대에 등장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비용이 많이 필요하고, 실력 있는 연주자를 한데 모으기가 쉽지 않으며, 그들이 이동하고 숙박할 인프라도 요구된다. 짧은 시간에 충분한 수준의 하모니를 만드는 것도 '미션 임파서블'에 가깝다. 관객을 유치하는 것도 풀기 힘든 난제다.

이러한 문제들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지만, 근대에 와서 해법이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부의 증가로 후원받기가 유리해졌고, 교통수단의 발달로 연주자와 관객들이 매우 빠르고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된 환경에서, '드림팀'은 점차 현실로 다가왔다.

◇'엘리트' 연주자들의 집합소

1876년에 시작된 바그너의 바이로이트 음악제에서 페스티벌 오케스트라가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환경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처음에는 바이에른의 루트비히 2세가 거느리던 뮌헨 궁정 관현악단이 연주했으나, 1886년에 섭외된 타지역 최고의 연주자들로 '바이로이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가 출범했다. 이 관현악단이 최초의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인지는 확인하기 어렵지만, 이렇게 여러 지역의 최고의 연주자들을 모아 임시로 만든 엘리트 오케스트라는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전형이 되었다.

'루체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도 그중 하나였다. 지휘자 아르투로 토스카니니(1867~1957)는 내로라하는 독주자들과 여러 오케스트라 및 앙상블에서 활동하는 최고의 음악가들을 한데 모아 1938년 8월 25일 루체른 근교의 바그너 저택 정원에서 갈라 콘서트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이것이 루체른 음악제의 시작으로, 페스티벌 오케스트라가 먼저 구성된 후에 음악제가 만들어진 드문 예이다.

루체른 음악제는 통영국제음악제(Tongyeong International Music Festival)의 모델이 되기도 했다. 2002년 설립 초기부터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에 대한 논의가 있었지만, 비용 등 제반 문제로 실내악 규모의 'TIMF앙상블'이 그 역할을 대신했다. 그러다 10주년을 맞은 2012년에 당시 예술감독인 알렉산더 리브라이히가 이끄는 뮌헨 체임버 오케스트라의 멤버들과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 입상자들로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가 조직되었다. 이후에도 앙상블 경험이 풍부한 외국 악단의 멤버와 국내 연주자들의 조합으로 구성되어 안정된 향연을 들려주고 있다.

◇올해는 누가 모일까?-모험과 호기심 사이의 줄타기

이러한 엘리트 오케스트라는 자존심을 건 모험이다. 매번 최고의 멤버를 구성하기 위해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최고의 연주자를 섭외했다고 해도 매해 음향이 달라지는 문제를 피할 수 없다. 그런데 이것이 곧 상설 오케스트라와 다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장점이자 매력이기도 하다! 매해 새로운 지휘자와 수석진으로 기대감을 끌어올릴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작년과 다른 올해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음악제의 정체성과 개성적인 프로그램, 그리고 새로운 구성원일지라도 단기간에 음악적 수준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최상의 지휘자와 수석진 등의 조화가 핵심에 있어야 한다.

2009년에 시작된 서울국제음악제(Seoul International Music Festival)의 'SIMF 오케스트라'는 그 성공적인 예이다. 고정 단원으로 구성된 '앙상블 오푸스'를 구심점으로 두고, 당해 초청된 국내외 정상급 연주자들이 참여하여 질적 수준을 확보했다. 그리고 매해 시의성 있는 주제를 선정하고 류재준 예술감독의 신작을 함께 연주한다. 이전과의 연결 및 올해만의 새로움이 이중적인 기대감을 주고, 사회적 산물이자 현재 진행형으로서의 예술을 실현하고 있다.

2022년에 시작된 '고잉홈프로젝트'의 오케스트라도 엘리트 오케스트라의 모습이다. 이들은 지휘자 없이 연주하는 등 새로운 형태의 연주를 시도하고, 낯선 작품을 선보이며 다양한 시도로 큰 주목을 받는 데 성공했다.

◇For Young People

음악제는 음악회를 통해 관객과 호흡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교육 또한 이에 못지않은 목적이자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이러한 음악제의 경우에는 마스터클래스 등에 참여하는 학생으로 관현악단을 구성하는 경우가 많다. 관현악단 또한 중요한 교육 과정이기 때문이다.

여름마다 홍콩의 여러 장소에서 음악회를 개최하는 '홍콩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는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청소년 오케스트라 중 하나이다. 2009년에 설립된 이 관현악단은 합창단도 포함되어 있으며, 총인원이 무려 300명에 이른다. 현재는 이곳 출신이 전문연주자가 되어 돌아와 음악제에 협력하면서 성공적인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홍콩 페스티벌 오케스트라'가 홍콩 출신만으로 구성되는 반면, 1994년에 설립된 베르비에 음악제는 국제적으로 열려있다. 그리고 '베르비에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베르비에 페스티벌 체임버 오케스트라' '베르비에 페스티벌 주니어 오케스트라' 등 무려 세 개의 청소년 오케스트라를 구성하여 다양한 경험을 제공한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루체른 음악제에도 음악학도들이 현대음악을 즐겁게 연주할 수 있도록 지도하기 위한 '루체른 페스티벌 아카데미'가 있다. 여기서 교육받은 이들은 '루체른 페스티벌 아카데미 오케스트라'의 멤버가 되어 루체른 음악제에 참여한다.

국내에서는 평창대관령음악제의 '평창페스티벌오케스트라'가 대표적이다. 평창대관령음악제는 설립 초기부터 마스터클래스 등 음악 교육에 큰 비중을 두고 있으며,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도 그 일환으로 운영되고 있다. 음악제는 아니지만 국립심포니가 여름에 진행하는 국제아카데미의 오케스트라도 비슷하다.

이러한 교육 중심의 음악제는 참여하는 학생들의 수준이 중요하기 때문에, 교사의 라인업과 교육 과정, 새로운 경험 등 우수한 학생들이 많이 지원하고 싶은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프로그램은 교육이라는 분명한 목적에 따라 잘 알려진 고전이나 현대적인 작품으로 구성되는 경우가 많다.

◇젊은 연주자에게도 기회가 필요하다

그런데 이미 인정받고 있는 연주자와 학생 사이, 소위 '젊은 연주자'들은 어디로 가야 할까? 국내에서는 이러한 '젊은 연주자'들을 위한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들이 눈에 띈다. 이들이 장착한 젊음과 열정은 크고 효과적인 무기이다. 하지만 자칫 자신이 그 무기에 베일 수 있다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래서 젊은 열정과 전문가의 경험을 적절하게 배합하는 리더십이 지극히 중요하다.

포함음악제의 '포항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는 젊은 전문 연주자들로 구성되어 남다른 에너지를 지녔다. 2022년 첫 무대에서 입석 배치로 음악의 역동적인 움직임을 시각적으로도 표현하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2009년부터 2014년까지 6년간 성남아트센터에서 열렸던 '앱솔루트 클래식'의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도 젊은 전문 연주자들의 오디션으로 구성된 예다. 오늘날 지휘자 장한나를 있게 한 음악제로도 기억되고 있다. 젊은 지휘자의 산실이 될 수 있었을 텐데 공연이 중지되어 아쉬움이 남는다.

더욱 강력한 응집력을 만들기 위해 유수한 관현악단의 중견 연주자들이 수석을 맡고 젊은 연주자들이 단원으로서 참여하는 절충안도 찾아볼 수 있다. 2009년에 설립된 린덴바움 음악제의 '린덴바움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는 첫 회부터 지휘자 샤를 뒤투아를 비롯하여 세계 정상급 연주자들이 대거 참여하고, 젊은 연주자를 선발하여 큰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이듬해까지 열린 후, 세계를 무대로 사회적 활동에 집중하면서 국내 무대에서는 보기 어렵게 되었다.

2021년에 시작된 '예술의전당 여름음악축제'의 개막과 폐막을 장식하는 'SAC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도 그 예이다. 특히 지휘자도 공모를 통해 선정하는 것이 독특하다. 이제 3회를 준비하고 있는 이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참신한 변화가 매우 기대된다.

송주호(음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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