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태풍 직격탄 맞은 울산 울주군 서생배 단지…"일년농사 망쳤어요"

김광동 2023. 8. 1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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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 농사를 한 순간에 망쳤습니다. 하늘이 너무 원망스러울 뿐입니다."

10일 오후, 울산 울주군 서생면 일대의 배농가들은 제6호 태풍 '카눈'의 직격탄을 맞고 과수원 바닥에 떨어진 배를 바라보며 이렇게 탄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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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배 주산지 서생면 평균 40% 낙과
"저온, 폭염, 태풍으로 '삼각파도' 맞은셈"
"낙과만 보상하는 재해보험, 현실 안맞아"
제6호 태풍 ‘카눈’이 지나간 10일 오후, 최남식 울산 울주 서생농협 조합장(오른쪽)이 낙과 피해를 본 서생면의 한 배농장을 방문해 농장주 장영배씨와 피해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일년 농사를 한 순간에 망쳤습니다. 하늘이 너무 원망스러울 뿐입니다.”

10일 오후, 울산 울주군 서생면 일대의 배농가들은 제6호 태풍 ‘카눈’의 직격탄을 맞고 과수원 바닥에 떨어진 배를 바라보며 이렇게 탄식했다. 

서생면은 260여 농가가 270㏊에서 배를 재배하는 울산배 주산지다. 농가들은 오전 9시30분경 바람이 갑자기 거세게 불며 배나무 가지가 심하게 흔들리더니 낙과가 생기기 시작했다고 한다. 농가 장영배씨(65)는 “바람이 수그러들길 기다렸다가 과수원에 나와보니 봉지에 싸인 배가 땅바닥을 온통 뒤덮고 있어 가슴이 미어졌다”며 “가지에 달려있던 배 10개중 4개는 떨어졌다”고 말했다. 

이곳 농가들은 9월 중순께부터 수확에 들어가는 ‘신고’를 주로 재배한다. 농가들은 떨어진 배가 아직 맛이 들지 않아 가공용으로도 사용할 수 없다는 점에 더욱 안타까움을 드러내고 있다. 결국 낙과배는 모조리 폐기해야 한다는 얘기다. 

더구나 농가들은 “올봄 개화기 때 저온피해로 온갖 정성을 들여 어렵게 과수를 살려냈고, 초여름부턴 폭염과 힘겹게 싸워가며 배 생장장해를 막기 위해 비지땀을 쏟았는데, 태풍이 덮치는 바람에 모든 게 헛일이 됐다”며 “올해는 호된 ‘삼각파도’를 맞은 셈”이라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농가 한기호씨(79)는 “아무리 정성을 다해 농사를 잘 짓고 싶어도 하늘이 도와주지 않으니 농사지을 맛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하소연했다.

서생농협은 태풍 영향권에서 벗어난 이날 오후 최남식 조합장을 중심으로 농가 현장을 돌며 피해 정도를 조사한 결과 농가별로 20~60%, 평균 40%의 낙과 피해를 본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배농가들은 대부분 농작물재해보험에 가입해 그나마 낙과에 대한 피해 보상을 받을 수 있지만 보상 기준이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최남식 조합장은 “재해보험 보상 대상이 태풍으로 바닥에 떨어진 낙과에 한정하는데, 떨어지지 않고 가지에 그냥 매달린 배도 봉지를 벗겨보면 상처가 나 대부분 썩게 되고, 가지가 바람에 심하게 흔들려 고사할 수도 있다”며 “자연재해에 의한 농가 손실을 정책적으로 보상해주기 위한 제도라면 현실을 보다 세밀히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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