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 싼타페, 테일게이트 자신 있다…동급 최강의 공간"[인터뷰]
"정의선 회장, 퍼스트 무버 강조…차기 팰리세이드 디자인 끝내"
(샌타페이=뉴스1) 이동희 기자 = "신형 싼타페는 현대자동차가 잘하는 것을 굉장히 강조한 디자인으로 테일게이트와 그 공간은 동급 최강입니다."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미국 뉴멕시코주 샌타페이(Santa Fe)에서 만난 이상엽 현대디자인센터장(부사장)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가득했다.
현대차(005380)는 지난달 26~27일 미국 샌타페이 현지에서 5세대 신형 싼타페 프리뷰 행사를 개최했다. 이날 두 시간 가까이 이뤄진 이 부사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신형 싼타페를 포함한 현대차 디자인 방향성을 들을 수 있었다.
◇실용성 높인 디테일 곳곳에…"300번 오르고 내려"
이상엽 부사장은 2018년 말부터 시작한 신형 싼타페 프로젝트 디자인을 진두지휘했다. 먼저 그는 "신형 싼타페는 변화하는 트렌드에 맞춰 도전하기 위해 굉장히 박시한 스타일로 조금 더 SUV(스포츠유틸리티차) 같고 당당한 캐릭터를 강조했다"고 소개했다.
이 같은 디자인 방향성은 빅데이터가 바탕이 됐다. 당시 '차박' 문화가 부상하면서 싼타페 디자인에 영향을 끼쳤다는 얘기다.
이 부사장은 "디자인 당시 미드 사이즈 SUV 중에는 싼타페와 같은 차가 없었다"며 "디자인이 끝나고 디펜더와 같은 차들이 나와 내부적으로 너무 리스크를 많이 감수하는 거 아니냐는 말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 부사장과 함께 둘러본 신형 싼타페는 실용성이 높은 디테일이 곳곳에 있었다. 대표적인 부분이 루프랙을 오르고 내릴 때 돕는 '그랩 핸들'이다. C필러에 있는 이 핸들과 2열 좌석 측면에 발 디디는 곳을 평평하게 만들어 보다 편의성을 높였다.
이 부사장은 "300번을 오르고 내렸다. 전 세계 어떤 SUV보다 오르고 내리는 것을 편하게 할 수 있는 기능을 갖췄다"면서 "자동차 디자인은 고객이 편하고 안전하게 쓸 수 있도록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SUV 뒷문을 의미하는 테일게이트에 대한 자신감은 넘쳤다. 그는 "싼타페 디자인을 개발하면서 포기할 수 없었던 부분이 테일게이트 기능 설계"라면서 "테일게이트가 굉장히 넓고 차에 짐을 싣는 것 뿐 아니라 차박할 때 매트리스도 쉽게 넣을 수 있다"고 말했다.
◇"테일램프 낮춰 테일게이트 공간 극대화…가격 인상폭, 합리적 수준일 것"
이날 인터뷰에서 이 부사장은 디자인 공개 이후 호불호가 엇갈린 후면 디자인과 테일램프 위치 등에 대해서도 꼼꼼하게 설명했다.
그는 "국내에서 차를 볼 때 보통 램프 등 디테일을 보시는데 자동차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비례와 전체적인 밸런스"라며 "신형 싼타페는 정말 비례에 충실한 차량이고 바디와 루프 등 모든 밸런스가 잘 맞춰져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테일램프를 올리면) 문제는 (테일게이트) 스트럿(받침대) 사이에 들어가 그레이존이 넓어져 공간이 줄어든다"며 "요즘에는 낯설어 보일 수 있는데 과거 1970~1980년대는 SUV가 다 로우 테일램프였다"고 설명했다.
이 부사장은 또 "신형 싼타페는 테일게이트 경첩을 앞으로 보내서 이게 열렸을 때 'ㄱ' 자로 열리도록 했다"며 "이러면 (테일게이트가) 열리다가 벽을 안 건드리고 다른 SUV에 비해 열리는 거리가 짧다"고 말했다.
신형 싼타페가 랜드로버의 디펜더와 닮았다는 얘기와 관련, 그는 "보통 고객들은 본인의 경험을 통해 많은 얘기를 하는데 아무래도 각진 SUV는 랜드로버가 대표적이다. 포르쉐와 랜드로버는 전통을 끝까지 지키면서 챌린지를 해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브랜드다"고 말했다.
이 부사장은 "100% 만족하는 디자인은 평범해서 밸류가 굉장히 빨리 떨어진다"면서 "싼타페는 아웃도어와 인도어를 모두 즐기는 고객을 대상으로 디자인했고, 여기서 시작해 확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가격과 관련해서는 영업 부문이 결정할 것이라면서도 "중산층이 타는 차기 때문에 합리적인 범위 안에서 (가격 인상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이 부사장은 신형 싼타페의 맞춤형 부품도 출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를 보여주는 게 바로 신형 싼타페의 XRT 모델이다. XRT는 현대차가 미국서만 선보이는 오프로드 모델이다. 현대차는 이번 행사장에 후면부 사다리를 장착한 신형 싼타페 XRT 모델도 전시했다.
◇"퍼스트 무버 강조한 정의선 회장…팰리세이드 차기작, 싼타페와 달리 소프트"
이 부사장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첫 반응도 전했다. 그는 "회장님은 얘기를 하기보다 듣는 사람"이라며 "회장님은 현대차가 챌린저가 되길 원한다. 평소 정말 좋은 제품으로 '퍼스트 무버'가 되라는 말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이 부사장은 현대차의 디자인 통일성을 '고객 중심'(Customer Centric)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대차 디자인은 고객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춘 것으로 체스 게임에서 킹, 퀸, 비숍, 나이트 등 (각 차량의) 역할은 다르지만 하나로 뭉쳐서 팀이 된다. 각 차는 고객 중심적인 디자인이다"고 말했다.
또 현대차의 이른바 '일자눈썹' 심리스 호라이즌은 'H' 형태로 발전했으며 향후 기술 개발에 따라 새로운 디자인을 계속 선보이겠다고 했다. 현재 한 줄이지만 기술에 따라 다섯 줄 등으로 바뀌는 등 유연하게 바뀔 수 있다는 얘기다.
현대차의 플래그십 SUV 팰리세이드 차기작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그는 "팰리세이드 디자인은 이미 끝냈다. 디테일은 말하기 어렵지만, 싼타페보다는 훨씬 소프트하다"고 전했다.
◇"중국 포기할 수 없는 시장…꾸준하게 세일즈해야"
이 부사장은 중국 시장에 대한 고민도 털어놨다. 그는 "올해 상하이 모터쇼를 갔는데, 다 중국 전기차로 도배가 돼 있었다. 여기서 어떻게 브랜드를 세일즈 해야 할지 난감했다. 절대 단기에 불가능하고 꾸준히 조금씩 하는 방법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인 중국을 포기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이 부사장은 포니 외에 복원 프로젝트는 현재까진 없다고 했다. 그는 "스텔라, 엘란트라, 스쿠프, 1세대 싼타페 등 재미있는 스토리가 많다"면서도 "아이콘은 하나여야 하고 그것은 포니다. (다른 모델 복원 작업도) 시도는 했지만 일단 포니로 레거시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2016년 현대차에 합류한 이상엽 부사장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디자인 경영을 위해 영입한 대표적인 인물 중 한 명이다. GM(제너럴모터스), 폭스바겐, 벤틀리 등을 거친 그는 영입 당시 유일한 해외파 출신 한국인 디자이너로 관심을 받았다.
그는 루크 동커볼케 사장과 함께 현대차와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 디자인 철학을 정립했다는 평가를 받아 현대차의 차기 디자인 사령탑으로 꼽힌다. 지난 2월 월드카 어워즈(WCA)가 선정한 2023년 세계 올해의 자동차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yagoojo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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