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살며, 느리게 서쪽으로 빠져나가는 ‘카눈’…“이례적”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는 태풍은 대체로 북동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10일 경남 거제에 상륙한 제6호 태풍 카눈은 오히려 북서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반도 상륙 후 태풍의 이동 속도의 경우도 평균 시속이 40㎞ 정돈데, 카눈은 절반에 불과했다. 이로 인해 카눈은 한반도 내륙에서만 10일 오전 9시20분쯤부터 11일 오후 6시쯤까지 33시간가량 머물다 소멸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한반도에 상륙한 태풍의 한반도 체류 시간 중 역대 최장 기록이 될 수도 있다.
이처럼 카눈이 ‘보통’의 태풍이기를 거부할 수 있었던 까닭은 태풍을 이끄는 뚜렷한 바람이 없었다는 점이다. 통상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는 ‘편서풍’을 일으키는 상층 제트 기류는 현재 한반도보다 북쪽에 있어 태풍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다. 카눈이 상륙 이후 북진하다가 서편향하는 경로를 가지게 된 이유다.
상층 제트 기류가 한반도보다 북쪽에 있다는 것은 태풍이 상륙 이후 ‘오래 살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반도 영향 태풍이 가장 많은 8월 말~9월 초쯤의 태풍들은 상층 제트 기류에 ‘머리채를 잡히듯’ 이끌려 북동진하곤 한다. 태풍은 원통 같은 수직 구조를 잘 유지할수록 오래 사는데, 상층의 ‘강한 바람’인 제트 기류는 태풍의 구조를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 내에 흐트러트린다.
또 현재 태풍 우측에는 북태평양고기압, 좌측에는 티베트 고기압이 자리하고 있는데 이런 기압계를 말 안장을 닮았다고 해서 ‘안장부’라고 부른다. 안장부 기압계가 나타나면 양쪽 고기압의 간극이 넓어서, 바람이 약해진다.
근본적으로 ‘카눈’이 한반도까지 올 수 있었던 이유는 기후변화일 수 있다. 카눈은 지난달 28일 발생해, 오는 11일 오전 9시쯤까지도 태풍의 구조를 유지하고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14일 동안 ‘생존’하게 되는 것이다. 예상대로라면 카눈은 1951년부터 지난해까지 한반도에 영향을 미친 태풍 중 3번째로 ‘오래 산’ 태풍이 된다.
태풍은 ‘뜨거운 해수’를 먹이 삼아 큰다. 통상 태풍은 깊은 바다의 차가운 물까지 끌어 올리면서 약화한다. 카눈은 같은 자리에서 맴도는 듯한 경로를 보인 게 두 차례인데, 두 경우 모두 규모가 크게 약화하지 않았다. 차동현 울산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제5호 태풍 독수리의 간접영향으로 카눈의 서쪽 경계가 막혔고, 카눈이 제자리에 머물 때도 높은 수온의 영향으로 오래 살게 됐다”며 “해수온이 태풍의 한반도 영향에 기회를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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