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현대디자인센터장이 신형 싼타페 소개하며 'DAD' 티셔츠 입은 까닭은 [CarTalk]
이상엽 "가족 위한 차라는 점 강조하고 싶었다"
테일게이트·그랩핸들 눈길 모아…가격 미공개
쇼룸에 있는 새 차보다 5~10년 돌아다니며 먼지 앉은 차가 비로소 특별한 의미를 가집니다. 어떤 사람의 삶이 반영됐기 때문입니다.
이상엽 현대디자인센터장(부사장)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미국 남서부 뉴멕시코주 샌타페이에서 열린 신형 싼타페 글로벌 미디어 언베일링 행사에 'DAD(아빠)'라고 쓰인 검정색 티를 입고 나타난 이상엽 현대디자인센터장(부사장)은 자신을 "두 딸의 아버지"라고 소개하며 "(신형 싼타페가) 가족적인 차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어 이 옷을 입었다"고 말했다.
인천국제공항을 떠난 지 약 20시간 만에 도착한 앨버커키공항에서 다시 한 시간 정도를 달려 이 차의 고향에 도착했다. 해발 2,134m의 작은 도시 주변으로 먹구름이 짙게 깔렸고 구름 사이로 뻗은 빛줄기가 커튼처럼 하늘거렸다. '세계에서 석양이 가장 아름다운 도시'로 꼽히는 이곳 언덕에 디 올 뉴 싼타페가 서 있었다.
글로벌 미디어를 대상으로 한 공식 행사 시작 전 이 센터장은 국내 취재진을 만났다. 이 차 곳곳에 숨겨진 비밀을 알려주고 싶어서다. 스물세 살 싼타페의 5세대 신형 모델에서 가장 눈에 띄는 두 가지는 ①트렁크 문이 90도로 열리게 만든 테일게이트, ②지붕에 쉽게 오를 수 있도록 만든 그랩핸들과 루프랙이다.
차량 공개 전 온라인에서 관심이 높았던 테일게이트는 '차박(자동차 캠핑)'이 가능하도록 상위 차종보다 공간을 넓혔다. 세단의 트렁크와 달리 SUV의 테일게이트는 짐을 싣거나 차박을 할 때 매트리스를 손쉽게 펼 수 있어야 한다는 판단이다. 테일게이트를 열었을 때 적재 공간을 최대화하기 위해 후면 가장자리를 좁히고 또 좁혔다. 이 센터장은 트렁크를 연 뒤 움푹 들어간 가장자리를 가리키며 "비가 올 때 물이 흘러나가는 채널인 그레이존 각도를 가능한 한 타이트하게 맞춰 실내 공간을 넓혔다"며 "(위로는) 테일게이트가 기역(ㄱ)자로 열리게 했다"고 설명했다.
그랩핸들과 루프랙은 한눈에 그 쓰임새를 알 수 있었다. 차량 옆면에 버튼처럼 생긴 네모 모양을 누르면 위아래가 수평으로 움직이며 손잡이로 바뀌었다. 그는 "올라가서 차박할 때 편하고 안전하게 하는 디자인"이라며 "제가 몇백 번을 올라갔다 내려왔는데 눈 감고도 올라갈 정도"라고 설명했다. 실제 차의 뒷문을 연 뒤 오른손으로 그랩핸들을 잡고 왼손으로 지붕 위 루프랙을 잡자 안정적으로 지붕 위를 둘러볼 수 있었다.
인·아웃도어 모두 소화하는 모델로 미국시장 공략
사실 '차박'은 한국만의 트렌드가 아니다. 디자이너들이 디자인 계획을 하고 콘셉트를 잡을 때 빅데이터를 참고하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부터 아웃도어 라이프스타일이 세계 곳곳에서 감지됐다고 한다. 존 랍 현대차미국기술연구소(HATCI) 소장도 현장에서 뚜렷한 발음으로 '차박'을 여러 차례 말했다. 그는 "전 세계에 차박 트렌드가 있다"며 "차에서도 집처럼 편안하게 느낄 수 있는 도심형 SUV"라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은 픽업트럭과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점유율이 높은 미국 시장을 겨냥해 온·오프로드를 모두 아우르는 모델을 내놨다고 강조했다. 존 랍 소장은 "오프로드 고객이 주요 고객층이지만 출퇴근용 차량 삼아 온로드로 일하러 가는 운전자들도 함께 잡겠다"며 미국 시장 공략법을 설명했다. 실제 이날부터 이틀 동안 뉴멕시코주 곳곳을 다니며 도로를 살폈더니 픽업 모델과 SUV가 대부분이었다.
정의선 회장이 5세대 싼타페 보고 한 말은
유용한 기능보다 관심이 쏠린 건 이 차량의 첫인상. 실제로 보니 겉모습은 고급 럭셔리카를 떠올리게 했다. 신형 싼타페 디자인이 알려지기 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마주한 '유출 버전'과는 딴판이었다. 앞쪽엔 높은 후드와 현대차의 이니셜인 알파벳 H를 딴 'H라이트'가, 아래쪽 전면 가니시엔 커다란 H자가 보였다. 실내 대시보드와 송풍구에도 H자형 디자인을 적용해 개방감을 높이는 한편 통일감과 특별한 감성을 연출했다. 함께 현장에서 취재한 국내 기자들은 "실물이 훨씬 멋지다"는 반응이었고 외신 기자들도 "겉모습이 멋진 만큼 가격이 비쌀 것 같다"고 했다. 이 차의 가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반응은 어땠을까. 더 이상 패스트 팔로어가 아니라 다른 브랜드에 도전을 안겨주는 '퍼스트 무버'가 됐다고 평가했다고 한다. 글로벌 3위가 된 현대차가 다른 완성차업체의 디자인을 따라하는 게 아니라 과제를 던져주는 자리에 올랐다는 얘기다.
샌타페이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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