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발투혼’ 여자 유도 국대, 파도 휩쓸린 70대 구하고 조용히 자리 떴다
여자 유도 국가대표 출신 양서우(27‧순천시청) 선수가 물에 빠진 70대 남성 피서객을 구조했다.
10일 순천시 등에 따르면, 지난 5일 오후 4시30분쯤 가족과 함께 태안 만리포해수욕장을 찾은 A(78)씨가 파도에 휩쓸렸다. A씨는 튜브를 끼고 해변 근처에서 가족들과 물놀이를 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다 이안류에 휩쓸리면서 발이 닿지 않는 곳까지 떠내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안류는 파도가 해안에서 바다 쪽으로 빠르게 빠져나가는 현상이다.
119에 신고한 가족은 바다를 향해 “아빠 괜찮아” “가만히 있어”라고 외치며 애타게 구조를 기다리고 있었다. 마침 해녀인 어머니를 만나기 위해 해수욕장을 찾았던 양 선수가 이 장면을 목격했다. 그는 가족들에게 “못 나오고 계신건가요”라고 묻더니 곧장 가슴에 물을 적시고 바다에 뛰어들었다. 양 선수는 A씨와 함께 물 밖에 빠져나온 뒤 구조대원에게 인계되는 것을 확인하고 조용히 자리를 떴다.
양 선수의 이 같은 선행은 이틀 뒤 A씨의 자녀가 순천시청 홈페이지 ‘칭찬합시다’ 게시판에 “아버지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면서 알려지게 됐다. A씨의 자녀들은 구조자를 수소문했고, 순천시청 소속의 양 선수임을 알게됐다고 한다.
작성자는 “아버지가 저 멀리 바다쪽으로 밀려들어가 손을 쓸 수 없고 구조대는 오지 않는 상황에서 아버지를 잃는건 아닌지 불안했는데 갑자기 나타난 양서우 선수가 한참을 바다로 들어가 아버지를 구조했다”며 “생명을 구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적었다.
양 선수는 조선닷컴에 “구조대원과 경찰이 아직 도착하지 않은 상태였고 수영을 할 줄 아는 사람도 없어보였다. 더 있으면 할아버지도 위험해질 것 같아 뛰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양 선수에 따르면, A씨는 튜브를 겨우 붙잡고 부표 인근에 둥둥 떠있었다. 수영에 자신 있었던 양 선수는 A씨가 있는 곳까지 헤엄쳐 도착했다. 키 156㎝인 그의 발이 닿지 않을 정도의 수심이었다고 한다.
양 선수는 한 손으로는 A씨가 매달린 튜브를 끌고 다른 한 손으로는 헤엄치며 해변으로 향해 갔다. 파도가 계속 밀려들었고 중간쯤부터 힘이 빠져 호흡도 가빠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자 A씨도 발차기를 하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왔고, 무사히 바다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고 한다.
학창 시절을 여수 초도에서 보낸 양 선수는 아버지에게 바다수영을 배워 생존수영에 능하다고 한다. 그는 “(A씨가) 튜브도 있었고 이 정도 거리면 헤엄쳐서 모시고 나올 수 있겠다 싶어서 뛰어들었다”며 “제가 아니었어도 수영할 수 있는 누구든 들어갔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양 선수는 2021년 여자 유도 48㎏급 국가대표로 도쿄올림픽에 출전했다. 당시 경기를 앞두고 계체 통과를 위해 삭발 투혼을 보이기도 했다. 오는 11월 국가대표 선발전과 내년 파리올림픽 도전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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