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의 앙숙 사우디-이스라엘 친구 되나...WSJ “미 중재로 수교에 원칙 동의”
중동의 군사 강국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이 미국 중재로 국교를 수립하는 데 원칙적으로 동의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9일 보도했다. 두 나라는 모두 미국의 긴밀한 군사 동맹이지만,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이래 사우디아라비아가 팔레스타인을 강력하게 지지하며 줄곧 적대 관계였다.
WSJ는 “두 나라가 관계 정상화를 위한 큰 틀의 윤곽에 합의했으며 이르면 9~12개월 내에 세부 사항이 타결될 수 있다”고 했다.
이 같은 보도 뒤 백악관과 국무부는 “합의된 틀은 없으며, 실제보다 많이 앞서나갔다”면서도 적극 부인하지는 않았다.
최근 몇 년 새 국제사회에서는 사우디와 이스라엘이 은밀히 수교를 타진한다는 소식이 끊이지 않았다. 두 나라는 역사·종교적으로는 앙숙이지만, 이란이라는 공통의 적이 있었다. 사우디와 이란은 같은 이슬람 국가지만 각각 수니파와 시아파를 이끄는 종주국이다. 교리상으로 갈라진 두 종파의 갈등은 오랫동안 축적돼 각종 유혈 사태와 분쟁을 초래했다. 이스라엘은 주변 적대국 중에서도 반미 성향이 강하고, 핵 개발을 해온 이란을 최대 위협으로 간주해왔다.
그러나 이런 구도는 조 바이든 행정부 3년 차인 올해 들어 급격하게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사우디와 이란이 지난 3월 중국 베이징에서 극비리에 회담을 갖고 7년간 단절됐던 국교를 전격 복원하겠다고 선언했다.
미국이 특히 뼈아팠던 것은 글로벌 패권을 다투는 중국이 중재자로 나서 중동 내 영향력을 과시했다는 점이다. 이후 바이든 행정부의 발걸음이 바빠졌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5월 이후 이달 초까지 사우디를 세 차례나 방문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사우디·이스라엘 수교에 주력하는 데는 국내 요인도 있다. 내년 대선에서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리턴 매치’가 유력한 바이든 입장에서 외교적 성과를 과시할 수 있는 ‘한 방’이 절실하다. 앞서 트럼프도 2020년 대선을 앞두고 아랍에미리트·바레인·모로코가 이스라엘과 국교를 정상화하는 ‘아브라함 협정’을 주도했다. 바이든이 실제로 사우디와 이스라엘 국교 정상화를 이끌 경우 이를 뛰어넘는 성과로 내세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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