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가 무고로 아동학대 신고, 법적책임 물어야”

홍다영 기자 2023. 8. 10.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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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교육청이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 한 학부모에게
민·형사상 책임 묻는 소송 제기하게 제도화해야”

학부모가 근거 없이 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신고하거나 고소하면 학교나 교육청이 학부모에게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해 법적 책임을 지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 교육부가 마련한 교권 보호 토론회에서 나왔다. 교사가 정당하게 실시하는 학생 생활지도를 아동학대라며 학부모가 신고·고소하는 사례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또 교육계는 정당한 교육 활동에 대한 무고는 가중 처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교육부와 국가교육위원회는 10일 오전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교권 회복 및 보호를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2년차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고, 양천구 초등학교에서는 6학년 학생이 담임교사를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하는가 하면 유명 웹툰작가가 특수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하는 등 교권이 침해받자 교육부가 관계자 의견을 듣기 위해 마련한 자리다.

10일 오전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교권 회복 및 보호를 위한 교육부-국가교육위원회 공동주최 토론회’에서 서울교육사랑학부모연합 등 단체가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앞은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연합뉴스

◇”美처럼 무고에 학교·교육청이 나서야”

황준성 한국교육개발원 교육현장연구본부장은 이날 주제 발표에서 “아동복지법에 무고죄에 대한 벌칙 조항을 추가하고 정당한 교육 활동에 대한 무고는 가중 처벌하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가 교사 사기를 저하시키고 교원이 교단을 떠나게 해 다른 학생의 학습권 침해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황 본부장은 “학교나 교육청이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를 한 학부모에게 민·형사상 책임을 묻는 소송을 제기하도록 제도화해야 한다”며 “교원 개인이 다툼과 분쟁의 당사자가 되면 안 되고, 국가와 지자체가 직접 나서야 한다”고 했다.

황 본부장에 따르면 미국 메사추세츠주는 교사가 아닌 교원단체에서 가해자에게 형사 소송을 제기하며 미국 루이지애나주는 교사에게 학교 기관의 도움을 받아 소송에 방어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한다. 비슷한 제도를 도입하자는 주장이다.

그는 “교육 활동과 관련해 어느 수준이 아동복지법이 금지하는 아동학대에 해당하는지 모호하다”며 “정당한 교육 활동에 대한 면책 조항을 신설해야 한다”고 했다. 또 “교원지위법을 개정해 교육 활동 침해 행위를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하고 형사 처벌 규정에 해당하는 교육 활동 침해에 대해서는 관할청이 교원의 요청과 무관하게 수사기관에 고발해야 한다”며 “교육기본법에 보호자의 학교·교원 교육 활동 존중, 적극 협력 의무 조항을 신설해야 한다”고 했다.

황 본부장은 “정당한 교육 활동에 대해 네거티브(negative) 입법 방법을 빌려 법에서 금지한다고 명시한 것 외에는 모두 정당한 교육 활동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아동학대 신고만으로 교원이 직위 해제가 되지 않도록 사전에 직위 해제의 적정성을 검토할 절차적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10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교권회복 및 보호를 위한 교육부-국가교육위원회 공동주최 토론회 시작 전 토론회장 앞에서 청소년시민전국행동 교사와 학생들(왼쪽)이 학생인권보장을 촉구하는 손팻말을, 서울교육사랑학부모연합 학부모들(오른쪽)이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촉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뉴스1

◇학생인권조례 개정 주장…”학생도 안다, 교사가 제지할 수 없다는 걸”

학생인권조례를 교육공동체 권리 의무 조례로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덕난 국회입법조사처 연구관(대한교육법학회장)은 발표에서 “학생인권조례가 학생 인권 신장에 기여한 것은 맞지만 조례가 제정된 13년 전과 달리 지금은 교권이 약화했다”며 “일부 학생은 교실에서 어떤 행동을 해도 교사가 함부로 제지하지 못한다는 왜곡된 인식을 갖고 있다”고 했다.

이 연구관은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하는 것은 갈등을 조장하고 오해를 부를 수 있기 때문에 개정이 필요하다”며 “교육공동체 권리 의무 조례로 전부 개정해야 한다”고 했다. 학생, 교사, 학부모 모두의 권리와 의무를 균형있게 규정하자는 취지다. 조례 개정으로 학생과 학부모의 인식 변화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연구관에 따르면 지난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전국 시·도 교육청이 교육 활동 침해를 고발한 건수는 14건이다. 그는 “3년간 중대한 사안이 이 정도라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교육감이 학부모와 학생의 위협적인 행동에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교대·사대는 기존 교직 과목을 줄여서라도 교육법을 필수 과목으로 지정하고, 예비 교사 때부터 교권 침해에 대응하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고 했다.

지산 울산교육청 교권 전담 변호사는 발표에서 “교원지위법을 개정해 교육 활동을 침해한 보호자에게 학교가 특별 교육을 하고 정당한 이유 없이 특별 교육을 이행하지 않으면 과태료를 부과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학교에서 민원 내용, 성격에 따라 처리 담당자를 구분하고 악성 민원 대응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며 “학교 상담 체계도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교육부는 토론회 의견을 수렴해 이달 중 ‘교권 회복 및 보호 종합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생활지도 관련 구체적 기준을 명시한 고시는 신속히 제정해 올해 2학기부터 적용한다. “학생인권조례를 학생의 책임과 의무가 균형 있게 규정되도록 개선하고 학교 현장의 불리한 제도와 관행을 혁신하겠다”며 “교육 3주체(학생·교사·학부모)가 상호 존중하는 모두의 학교를 만들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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