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단가 최소 4배 높아"···유커 귀환에 K뷰티·면세·여행 '들썩'

신미진 기자 2023. 8. 10.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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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6년만에 단체관광 전면허용
中연휴 10월초에 대거 방한 예상
뷰티업계, 중국어 상담원 전면배치
면세점은 '쇼핑관광' 상품 마련도
"애국소비 열풍·구매력 저하 등
中소비패턴 변화 맞춰야" 의견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 면세 구역이 이용객들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중국이 6년 5개월 만에 한국행 단체관광을 전면 허용하면서 국내 여행 업계 및 면세점을 비롯해 화장품·패션 업계가 일제히 반색하고 있다. 사드 사태 이전 ‘큰손’이던 중국인 단체여행객(유커)이 돌아오면 매출이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다만 중국의 경기 침체로 구매력이 줄어든 데다 애국소비(궈차오) 열풍에 한국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한풀 꺾인 만큼 전략 수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 문화여유부는 10일 한국과 미국·일본 등 세계 78개국에 대한 단체여행을 허가한다고 발표했다. 중국 정부가 자국민에 대한 해외 단체여행을 전면 허용한 것은 팬데믹 이후 약 3년여 만이다. 중국이 사드 사태 직후인 2017년 3월 보복 조치로 한국행 단체비자 발급을 중단한 것을 고려하면 약 6년 5개월 만에 한국 여행에 대한 빗장이 완전히 풀린 셈이다. 중국 정부가 이날 한국을 포함해 자국민의 해외 단체관광 국가를 대거 확대한 것은 소비 확대를 통한 경기 부양 목적이 크다. 중국은 이달 들어 발표된 각종 경제지표가 악화되며 일본식 장기 불황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성장은 둔화되면서 물가는 하락하는 디플레이션 공포까지 커지자 경제 파급효과가 큰 관광·항공 산업을 활성화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반간첩법 시행 등으로 악화된 이미지를 개선하고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국제사회에 우호 정서를 구축하려는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번 조치에 따라 여행사가 상품을 기획하고 인원을 모집하는 데 약 2~3개월이 소요되는 것을 고려하면 중국의 연중 최대 연휴인 중추절과 국경절(9월 29일~10월 6일)을 기점으로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대거 방한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봤다. 롯데관광개발 관계자는 “현재 일부 항공사의 제주공항 왕복 국제노선이 주 100회 정도에서 코로나19 이전 수준인 주 174회로 회복할 것으로 보여 호텔 객실과 레스토랑·카지노 등 전 분야 매출 상승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가장 기대가 큰 곳은 면세점이다. 사드 사태 이전 롯데·신라·신세계 등 국내 면세점 매출에서 중국인이 차지했던 비중은 70% 이상이다. 올해 6월 외국인 방문객 수는 약 53만 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5배가량 늘었지만 매출은 오히려 36% 감소했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의 국적이 다변화됐지만 객단가가 높은 중국 관광 수요가 회복되지 않은 것이 요인으로 꼽힌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2017년 중국 방문객 1인당 평균 객단가는 80만 원대로 동남아시아와 비교했을 때 4배 높은 수준”이라고 했다. 특히 단체관광객이 사라진 틈새를 파고든 중국 보따리상(다이궁) 탓에 악화된 수익성을 제자리로 돌려놓을 수 있다는 데 기대를 걸고 있다. 이에 롯데면세점은 중국 여행사와 면세점 쇼핑이 포함된 관광 패키지를 기획하고 사드 사태 이후 중단했던 해외 관광객 유치 로드쇼를 베이징과 상하이 등에서 여는 등 현지 마케팅을 강화할 계획이다.

올 6월 서울 롯데면세점 명동 본점에서 방문객들이 상품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면세점 회복 신호에 K뷰티·패션 업계의 기대감도 고조되고 있다. ‘설화수’ ‘후’ 등 한방 화장품의 인기에 2017년 이전 국내 뷰티 업체들의 면세점 매출 비중은 20~30%에 달했다. 한국행 단체관광에 빗장이 걸리자 K뷰티 업체들은 북미와 일본 등 수출국 다변화에 나섰지만 아직 실적 회복이 요원한 상황이다. LG생활건강(051900)아모레퍼시픽(090430) 등 국내 뷰티 업체들은 이번 중국인 단체관광 재개에 매장 내 중국어 홍보물을 준비하고 면세점과 제주 등 주요 매장에 중국 단체관광객을 담당할 상담원을 전진 배치한다는 계획이다. 중국 매출 비중이 높은 ‘MLB’와 ‘휠라’ 등 패션 브랜드, KGC인삼공사 등도 국경절에 맞춰 프로모션 행사를 마련하고 있다.

장미란(왼쪽)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현대서울에서 열린 ‘K컬처 팝업’ 개막식에서 김현정 작가의 작품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관광 업계도 손님 맞을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국경절 연휴를 앞두고 유커 방한을 늘리기 위해 다음 달 13일부터 17일까지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에서 ‘K관광 로드쇼’를 진행할 예정이다. 여행 업계 관계자는 “다음 주부터 이들의 입국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고 준비 중”이라며 “다만 지난 6년간 다수의 중국 전문 여행사가 사라지고 인력난에 관광버스가 부족해 보완해야 할 사안이 산적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대형 여행사들은 주요 매출처인 한국인들의 중국 여행 증가에 대한 기대도 내비쳤다. 그동안 중국 정부가 지문 채취 등 한국인을 비롯한 외국인 입국에 까다로운 규제를 했는데 이번에 함께 해소됐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최근 몇 년간 중국의 소비 성향이 달라진 만큼 고도화된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중국 소비재 수준이 과거보다 높아진 데다 현지 뷰티 브랜드가 유럽 브랜드를 제치고 매출 1위를 달성하는 등 애국소비 열풍이 불고 있기 때문이다. 또 하이난을 면세특구로 지정해 내국인 면세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만큼 구매 의향이 낮아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처럼 물량 공세보다는 개인 자유여행객, 단체관광객 등 고객 유형별 맞춤형 전략을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신미진 기자 mjshin@sedaily.com최수문 기자 chsm@sedaily.com베이징=김광수 특파원 br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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