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버리 책임론에 전북도 이어 여가부도 도마…현장방문도 부실(종합)
여가부 전 장관들, 2017∼2022년 새만금 방문 2차례 그쳐
(서울=연합뉴스) 계승현 기자 = 폭염 속 생존 체험 논란을 부른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폐막(12일)이 다가오면서 행사 파행의 책임을 따지는 후속 조치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여권은 1차적 책임은 주관 지자체인 전라북도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애초부터 범정부 차원의 지원 필요성이 꾸준히 거론돼 왔다는 점에서 전라북도뿐 아니라 중앙부처, 특히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 역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잼버리 폐막 앞두고 책임공방 커져
잼버리 폐막을 이틀 앞둔 10일 정치권에서는 행사 파행에 따른 책임공방이 뜨거워지는 분위기다.
여권은 잼버리가 끝난 뒤 철저한 조사와 책임자 문책을 예고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전북도와 부안군은 잼버리 대회를 이유로 거액 예산을 배정받은 다음 해외 출장을 나가 대표적인 관광지를 방문하거나 크루즈 여행도 했다고 한다"고 비난했다.
그는 "국민 혈세를 흥청망청 관광으로 퍼다 쓴 것은 반드시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민찬 상근부대변인도 논평에서 "새만금 잼버리 유치에 적극 나서고 중앙정부의 행정·재정 지원을 받아 잼버리를 주도한 건 전북도"라고 지적했다.
반면 민주당은 국정조사와 대통령 사과를 촉구하고 나섰다.
김민석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잼버리 대회의 진정한 유종의 미는 세계 참가단과 국민을 향한 대통령의 사과"라며 "15개월 전 물러난 전 정부 탓을 하는 역대급 준비 부실과 후안무치, 정부가 친 사고를 국민에게 설거지시키는 책임전가를 사과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직위에 사실상 전 중앙부처 포함…'잼버리 특별법' 근거
행사 파행의 1차적 책임은 주관 지자체인 전라북도에 있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여가부를 비롯한 중앙정부 역시 부실운영의 책임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여가부가 지난 3월 국회에 제출한 잼버리 조직위 위원총회 위원명단에는 조직위에 김현숙 여가부 장관,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한창섭 행정안전부 차관(당시 장관 대행), 김윤덕 더불어민주당 의원, 강태선 한국스카우트연맹 총재 등 공동 조직위원장 5인과 집행위원장인 김관영 전북도지사가 이름을 올렸다.
위촉직으로 최상대 기획재정부 제2차관, 장상윤 교육부 차관, 박윤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 이도훈 외교부 제2차관, 이노공 법무부 차관, 김인중 농림축산식품부 차관, 유제철 환경부 차관 등이 포함돼있다.
정부가 2018년 12월 말 새만금 잼버리에 대한 국가의 행정·재정적 지원을 규정한 세계잼버리 지원 특별법을 제정한 데 따라 배정된 부처별 잼버리 중점지원 과제도 교육부, 외교부, 보건복지부, 경찰청, 행정안전부, 문화체육관광부, 국토교통부, 국방부를 아우르는 전 부처에 배정돼있다.
잼버리 조직위가 지난해 12월 작성한 '세계 잼버리 정부 중점지원과제 추진현황' 자료에서도 '세계잼버리는 대한민국 저력과 위상을 높이고 국책사업인 새만금의 투자유치와 내부개발을 촉진할 수 있는 코로나19 이후 최대 규모의 지구촌 청소년 축제'라며 이를 위해 잼버리에 대한 범부처 지원 필요성, 긴밀한 범부처 협업을 언급했다.
하지만 특별법에 따라 꾸려진 정부지원위원회(위원장 국무총리)는 2021년 11월과 올해 3월 단 두 차례 열리는 데 그쳤고, 김현숙 장관과 이상민 행안부 장관 등 공동조직위원장 5인과 집행위원장인 김관영 전북도지사가 모이는 회의는 대회를 두 달 앞둔 지난 6월 16일 열렸다.
개막 전까지 5인의 공동위원장이 모인 회의는 이날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김현숙, 국감서 "문제없다" 장담 후 4월 말에야 현장 방문
중앙부처 중에서도 청소년 주무부처이자 김현숙 장관과 이기순 차관, 박난숙 청소년가족정책실장이 모두 조직위 당연직 위원을 맡은 여가부는 가장 큰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여가부 홈페이지에 공개된 장관 일정을 보면 김현숙 장관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잼버리 준비 상황에 대해 "문제없다"라고 장담한 이후에도 잼버리가 임박한 4월 말까지 단 한 번도 현장에 가지 않았다.
지난해 5월 취임한 김 장관이 지난 7월까지 소화한 잼버리 관련 일정은 총 11회인데, 이중 새만금 일대 현장 방문은 총 3번에 그쳤다.
이중 첫 방문은 국정감사 직전인 지난해 9월 이뤄졌고, 나머지 두 번은 잼버리가 임박한 4월 말과 5월 중순이었다.
전임 여가부 장관 중에서 새만금 현장을 찾은 사람은 정영애 장관뿐이다.
그는 2021년 5월 13일 잼버리 현장방문을 했고, 이 밖에도 같은 해 6월과 11월 두 차례 관련 일정을 소화했다.
새만금 잼버리 유치 결정이 난 2017년 8월부터 지난해까지 역대 여가부 장관들이 공식 일정으로 새만금 현장을 찾은 건 두 번뿐인 셈이다.
이정옥·진선미 장관이 소화한 잼버리 일정은 없었으며, 정현백 전 장관은 '2023 세계잼버리 유치 결정을 위한 제41차 세계스카우트총회 참석 및 유치 지원'을 위해 아제르바이잔에 해외 출장을 다녀왔다.
아울러 정 전 장관을 비롯해 잼버리 준비를 이유로 해외 출장을 다녀온 여가부 공무원 14명 중 현재 부처 내 세계잼버리 지원단에 속한 사람은 1명도 없다.
정부 국외출장연수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여가부는 2016∼2019년 4년간 가나, 케냐, 미국, 베네수엘라, 수리남, 아제르바이잔 6개국으로 출장을 다녀왔다.
출장자는 강은희·정현백 당시 장관 등 총 14명(통역사 제외)이다.
이중 현재 여가부 잼버리 추진단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여가부 관계자는 "공무원 인사 제도인 순환보직의 특성에 따른 것"이라며 "출장 다녀온 공무원들의 현 잼버리 담당자들에 대한 업무 인수인계는 철저히 이뤄졌다"라고 해명했다.
성범죄엔 "경미", 조기철수엔 "위기대응 역량"…연일 실언
특히 주무부처인 여가부는 그간 준비과정에서의 부실 뿐 아니라 행사 파행 이후 장관의 잇따른 실언 등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김현숙 장관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행사가 제대로 열리겠냐'라는 질의에 "물론이다. 차질 없이 준비하게 될 것이다"라고 자신했었으나 총체적 부실이 드러났다.
그는 지난 6일 브리핑에서도 잼버리 영내 성범죄 의혹에 대해 "경미한 것으로 보고받았다"라고 말해 비판을 받았으며 8일에는 잼버리 '조기 철수 사태'와 관련 "한국의 위기 대응 역량을 전 세계에 보여주는 시점"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이런 논란이 이어지면서 당초 김 장관은 9일 오전 서울 잼버리 임시프레스센터에서 일일 브리핑을 열기로 했다가 취소했다.
여가부는 정부 잼버리 비상대책반 회의가 길어졌다는 이유로 브리핑 시간을 늦췄다가 이후에는 아예 취소됐다고 발표했지만, 일각에서는 연일 이어지는 김 장관의 말실수 때문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ke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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