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상장사 인수 뒤 리딩방서 '매수 추천'…시세조종 일당 기소

사진=뉴시스

코스닥 상장사의 지분을 저가에 인수한 후 주식 리딩방 매수추천과 시세조종을 통해 주가를 불린 일당 4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제1부(부장검사 채희만)은 상장사 인수단 부회장 A씨(55)와 시세 조종에 가담한 B씨(38), 주식 리딩방을 운영에 참여한 유튜버 C씨(28) 등 3명을 자본시장법상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로 구속 기소하고 주식 리딩방 운영 가담 정도가 비교적 가벼운 유튜버 D씨(40)를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10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0년 10월부터 2021년 2월까지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한 회사의 최대 주주 지분을 싼 가격에 인수해 주식 리딩방을 통해 매수 추천한 뒤 시세를 불리고 주식을 매각해 2개월 만에 130억원의 시세 차익을 본 혐의를 받는다.

A씨와 B씨는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해 코스닥 상장사 주식을 담보로 최대주주 지분을 인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대주주 지분 인수자가 인수 후 단기간에 매도한 사실이 공시되면 주가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감안, 대량보유 상황 보고를 피하기 위해 5% 미만의 지분을 인수해 여러 개의 법인과 조합으로 쪼개는 방식으로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와 B씨가 활용한 페이퍼컴퍼니는 실제 주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주식을 인수해 실제 주가를 기준으로 담보를 제공하고 대출 받는 방식으로 인수 자금을 마련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C씨와 D씨가 주식 리딩방에서 해당 회사 주식 매수를 추천해 시세 조종에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종목이 1월에 작업이 끝나면, E사 종목으로 들어온다", "여기 방 물량은 체크해서 사주 측에 얘기하니 걱정말고 담으라"는 식으로 회원들에게 안내했다.

이들의 유튜브 구독자 수는 1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이 운영한 유료 주식 리딩방의 회원 역시 1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페이퍼컴퍼니들은 주식 리딩방 회원들을 일명 '물량받이'로 삼아 시세 차익을 실현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B씨는 1~10주 내외의 단주매수주문을 반복하는 등의 방식으로 가격을 유지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를 통해 B씨는 페이퍼컴퍼니 관련자로부터 약 13억5000만원을 배분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A씨 역시 최대 주주 지분 양수도 관련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2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득한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지난해 10월 C씨의 불공정 거래 행위와 관련해 접수된 패스트트랙 사건을 수사하던 중 다른 이들의 범죄를 밝혀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향후 이들이 취득한 범죄 수익을 전액 추징하고 국세청에 과세 자료를 통보해 세금 탈루 여부 등을 확인할 예정이다.

검찰 관계자는 "앞으로도 주가조작 및 주식 리딩방 관련 불공정거래행위 사건의 관여자들을 끝까지 추적해 엄단하고 범죄수익을 철저히 박탈하겠다"고 밝혔다.

김지은 기자 running7@mt.co.kr 최지은 기자 choiji@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