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보복소비 꺾이자 맥 못춘 백화점…하반기엔 볕드나

전성훈 2023. 8. 10.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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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기저·물가상승 여파에 영업이익 큰폭 하락
3∼4분기 숨통 전망…'돌아온 유커' 특수도 기대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 지난해 코로나19 보복 소비에 힘입어 '역대급' 호실적을 기록한 백화점 업계가 올해는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역기저'에 금리 인상으로 인한 소비 침체와 인플레이션이라는 악재까지 겹친 탓이다.

고금리·물가상승 겹악재에 실적 '뒷걸음질'

10일 신세계·롯데·현대 등 백화점 3사의 2분기 실적을 종합해 보면 1분기와 비교해 일단 매출 성장세가 주춤했다.

지난해 동기 대비 매출 증가율은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6.1%(1분기)→0.8%(2분기), 현대백화점의 경우 5.4%→0.9%로 각각 내려앉았다. 1분기 가장 높은 매출 증가율(7%)을 기록한 롯데백화점은 오히려 0.8% 줄었다.

고금리로 소비 심리가 위축된 영향이 컸다.

엔데믹(endemic·풍토병화된 감염병)을 맞아 해외여행 수요가 급증하면서 소비처가 분산된 것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상반기에는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여의찮아 백화점에서 돈을 쓸 여지가 컸으나, 올해는 너도나도 해외로 나가면서 상대적으로 백화점에서의 소비 여력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신세계 강남점 [신세계그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는 당장 명품 매출에서 확인된다.

올해 1∼6월 기준 각 사 명품 매출 신장률을 보면 현대 6.4%, 롯데 5.0%, 신세계 3.5%에 그쳤다. 신장률이 20∼40%대에 달했던 2021∼2022년에 비해 성장세가 크게 꺾인 것이다.

제품 단가가 높은 리빙(가전·가구 등) 부문 판매가 크게 저조했던 것도 매출 성장세를 끌어내린 요인으로 지목된다.

이러한 매출 부진은 그대로 영업이익 악화로 이어졌다.

2분기 신세계와 현대의 영업이익은 각각 23.9%, 27.8% 빠졌다. 1분기(각각 9.2%↓, 7.4%↓)보다 감소 폭이 크게 확대된 것이다. 롯데는 1분기 21% 증가에서 2분기에는 36.9% 감소로 급격한 반전 양상을 보였다.

백화점은 다른 유통 부문과 마찬가지로 판매·마케팅비와 인건비 등 고정 비용이 많이 들어 매출이 늘어야 영업이익도 불어나는 구조다.

결국 매출이 정체된 가운데 최근의 가파른 물가 상승으로 고정비가 급증하면서 영업이익 악화를 피하지 못한 셈이다.

롯데백화점 잠실점 [롯데쇼핑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하반기엔 실적 숨통 전망…'유커 귀환' 특수 기대감

다만 하반기에는 업황에 다소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전통적으로 3∼4분기는 백화점업계의 최대 성수기로 꼽힌다. 대목인 추석 명절이 끼어있는 데다, 제품 단가가 높은 겨울철 패션 매출이 눈에 띄게 증가하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4분기에는 이태원 참사 여파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급감한 터라 이에 대한 '기저 효과'도 기대할만하다.

중국이 자국민의 한국 단체관광을 전격 허용한 것 역시 긍정적인 요소다. '유커'(遊客)의 귀환이 엔데믹 이후 증가 추세에 있는 외국인 매출에 날개를 달아줄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업체별로도 하반기 실적을 낙관할 만한 요인들이 있다.

신세계는 주요 점포별로 진행 중인 전문관 재단장(리뉴얼)의 효과가 하반기에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한다.

주력 점포인 강남점은 2분기 남성 전문관 리뉴얼에 이어 하반기에는 신흥 소비층으로 떠오른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자)를 겨냥한 영패션 전문관을 새롭게 단장하고 신규 고객을 끌어모을 예정이다.

부산 센텀시티점의 영패션 전문관과 경기점 생활전문관도 하반기 리뉴얼을 계획 중이다.

고급 선물 수요를 파고들며 양호한 실적을 기록 중인 온라인 선물하기 콘텐츠를 강화하는 것도 전략 목표 가운데 하나다.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 [현대백화점 제공]

롯데는 인천·수원점 등 수도권 주요 점포의 리뉴얼이 본격화하는 하반기에 실적 반등을 노리고 있다.

2분기 외국인 매출이 코로나19 전인 2019년 대비 80%까지 회복된 서울 소공동 본점은 다시 한번 유커 특수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여기에 베트남 최대 규모의 쇼핑몰인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가 9월 정규 오픈하면 3분기 해외 사업 부문 실적도 크게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9월 화재로 문을 닫았다가 9개월 만인 올해 6월 영업을 재개한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 실적이 3분기부터 편입되면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상승 흐름을 탈 것으로 예상한다.

아울러 MZ의 '쇼핑 성지'로 주목받는 더현대서울과 판교점에 루이비통, 디올 등의 명품 브랜드 신규 입점이 예정돼 안정적인 매출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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