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대구銀···증권계좌 1000개 무단개설
고객 문서 위조해 몰래 계좌 개설
시중은행 전환에도 영향 가능성
경남·국민銀 등 일주일새 사고 3건
순환근무 미준수···모럴해저드 불러
이복현 "법령상 최고 책임 묻겠다"
은행 직원들의 비윤리적 위법·부당 행위가 연일 적발되며 파문이 일고 있다. 지난해 우리은행 직원의 700억 원대 횡령에 이어 올해도 은행 및 금융지주회사의 부실한 내부 통제가 도마에 오르자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은 “법령상 허용 가능한 최고 책임을 묻겠다”며 강력 대응을 경고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금감원은 입출금 통장과 연계한 증권계좌를 고객의 동의 없이 임의로 추가 개설한 정황이 드러난 대구은행에 대한 긴급 검사에 착수했다. 대구은행의 일부 행원들은 증권계좌 개설 실적을 올리기 위해 고객 문서를 위조하거나 고객에게 발송되는 계좌 개설 안내 문자를 차단하는 등의 방식으로 1000건이 넘는 계좌를 몰래 만들었다.
심지어 대구은행은 6월 말께 이 사안을 인지하고 지난달 12일부터 자체 감사에 착수했으나 이후 한 달 가까이 금감원에 문제를 보고하지 않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사안의 심각성을 감안해 즉시 검사를 개시했다”며 “검사 결과 드러난 위법·부당 행위는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은행이 2021년 8월부터 예금 연계 증권계좌 개설 서비스를 시작한 만큼 금감원은 이후 만들어진 관련 계좌를 전수조사할 예정이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납득할 만한 후속 조치를 취하고 유사 사례 발생 방지 대책을 강구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같은 날 시중은행에서는 KB국민은행 증권대행부 소속 직원들이 127억 원 규모의 부당 이득을 취득한 혐의가 드러나기도 했다. 이 은행 증권대행부 직원 상당수는 2021년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약 2년 동안 61개 상장사의 무상증자 업무를 대행하면서 취득한 무상증자 규모·일정 등 미공개 중요 정보를 이용해 이익을 취했다. 이 정보를 타 부서 직원 및 가족 등에게 알리기도 했다. 금감원은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를 훼손할 수 있는 중대 사안”이라며 이 사안을 검찰에 통보했다. 앞서 이달 2일에는 BNK경남은행 투자금융부 직원 1명이 약 6년간 총 562억 원에 달하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자금을 횡령·유용한 사실이 적발되기도 했다. 금감원은 경남은행에 대해서도 긴급 현장 검사에 착수한 상태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각 은행들의 순환근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이 직원의 도덕적 해이를 일으켰다고 지적했다. 적게는 5년, 많게는 십수 년을 한 부서에 근무하면서 결재상 허점, 내부 통제의 사각지대를 손쉽게 파악하고 파고들었다는 것이다. 지난해 역대 최고액인 697억 원대의 회삿돈을 횡령한 우리은행 직원 역시 한 부서에서 8년간 근무했었다. 이번에 횡령 사고가 적발된 경남은행의 경우 문제를 일으킨 직원이 2007년 12월부터 올해까지 15년 동안이나 부동산 PF 업무를 담당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미공개 중요 정보 이용 금지 위반 혐의를 받는 KB국민은행 직원 상당수도 증권대행부에서 오래 근무했거나 타 부서에 갔다가 다시 돌아와 누적 근무 기간이 긴 직원들”이라고 설명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직원들의 선호도가 높은 일부 핵심 부서의 경우 부서에서도 해당 업무를 계속해온 사람을 선호해 정기 인사 때 자리가 잘 비지 않고 신규로 들어가기도 어렵다”고 전했다.
한편 최근 1주일 새 은행에서만 내부 통제 부실로 인한 사고가 3건이나 드러나면서 금융 당국은 강력히 대응해 엄중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 원장은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문제를 일으킨) 본인에 대한 책임은 물론 관리를 제대로 못한 분들에 대한 책임도 묻겠다”며 “법령상 허용 가능한 최고 책임을 물을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 (문제들을) 모두 발본색원해 다 걷어내고 새로운 관행을 설립하는 것도 바람직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태가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원장은 "내부 통제의 완비나 그와 관련된 고객 보호 시스템 등이 향후 (시중은행 전환) 심사 과정에서 여러 가지 점검 요소 중 하나로 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윤진 기자 jo@sedaily.com윤지영 기자 yjy@sedaily.com김우보 기자 ubo@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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