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으로 몰려가는 韓 블록체인…왜?
일본 정부, 웹3 사업 환경 정비 적극적
기시다 총리, 공식 석상에서 웹3 지지 발언
한국은 김남국 코인 사태 이후 웹3 침체
일본 NFT 시장서 성과 기대
[이데일리 임유경 기자] 일본 정부가 친(親) 웹3 기조를 천명하자 한국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일제히 일본으로 몰려가고 있다. 국내 웹3 산업이 ‘정치권 로비 의혹’ 이후 크게 침체된 가운데, 가까운 일본에서 활로를 찾기 시작한 것이다. 일본 웹3 산업은 정부 육성 정책에 힘입어 세계에서 가장 활기를 띠고 있다고 평가된다.
10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마브렉스, 네오핀, 위믹스, 엑스플라 등 다수의 한국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일본 시장 진출에 나섰다.
가장 빠르게 일본 시장 문을 두드려 성과를 낸 건 넷마블의 블록체인 전문 자회사 마브렉스다. 마브렉스는 올해 1월 일본 블록체인 게임 커뮤니티 YGG재팬에 투자하면서 일본 웹3 유저들과 접점을 만들었다. 이어 지난달에는 자체 코인 MBX를 화이트리스트에 등재시키는 데 성공하고, 오는 10월 현지 거래소 자이프에 상장을 앞두고 있다. 일본은 가상자산거래소협회(JVCEA)의 심사를 거쳐 화이트리스트에 등재된 코인만 거래 가능하다.
네오위즈홀딩스의 네오핀은 일본 대형 금융지주 SBI홀딩스의 웹3 부문 자회사 SBINFT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고, 컴투스의 블록체인 사업부문 엑스플라는 오아시스, 크로스체인 프로토콜 악셀라 등 현지기업과 협력하며 일본 웹3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위메이드도 자체 블록체인 프로젝트 위믹스의 화이트리스트 등재를 추진하고, 일본 법인은 블록체인 사업을 위한 조직으로 개편하며 일본 시장 진출에 기반을 닦고 있다.
정부 웹3 육성에 활기 띠는 일본 웹3 산업
일본은 글로벌 웹3 시장에 다크호스로 부상 중이다. 한국, 미국, 중국이 가상자산 규제 강화를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 정부는 빠르게 웹3 육성으로 정책 기조를 전환하면서 산업이 활기를 띠고 있다.
분위기가 바뀐 건 지난해 7월 경제산업성이 산하에 웹3 전담 사무처를 신설하면서부터다. 일본은 마운트곡스, 코인체크, 두 가상자산 거래소의 대형 해킹 사건을 겪으면서 다른 국가보다 높은 수준의 이용자 보호 규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지나친 규제로 두바이 등 해외로 웹3 기업과 인재가 유출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웹3 육성으로 정책 방향을 스위치했다.
이후 ‘웹3 시대를 맞은 일본의 NFT 전략 백서’, ‘웹3 백서’를 연달아 발간하며 본격적으로 웹3 사업 환경을 정비했다. 특히 올해 공개된 웹3 백서는 과세, 토큰심사·발행·유통, 스테이블코인, 탈중앙자율조직(DAO), 대체불가토큰(NFT) 등 다양한 영역에서 웹3 사업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필요한 제언을 담았다.
백서에서 제언된 정책은 실제 법개정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일본 국세청은 가상자산을 발행한 기업의 미실현 이익에 대해선 법인세를 징수하지 않기로 법을 개정했다. 지금까지는 30%의 법인세를 부과하던 것에서 기업 부담을 크게 완화해 준 것이다. 또 자금결제법을 개정해 올 6월부터는 일본 은행, 신탁회사, 자금이체 사업자 등의 스테이블 코인 발행도 가능해졌다.
한국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은 일본과 한국의 웹3 산업 분위기가 크게 차이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일본은 정책 변화에 이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까지 공식 석상에서 웹3 산업의 중요성을 역설하면서 웹3 산업 분위기가 한층 고무돼 있다. 기시다 총리는 올해 두 번의 웹3 컨퍼런스에서 “웹3는 자본주의의 새로운 형태이며, 전통적인 인터넷 환경을 변화시키고 사회변혁을 이끌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하며, “일본 정부는 웹3 도래에 맞춰 환경정비에 힘쓸 것”이라는 의지를 드러냈다.
반면, 국내에선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돈버는게임(P2E) 허용을 위한 불법로비를 펼쳤다는 의혹이 일며 웹3 산업이 크게 침체됐다. 업계 관계자는 “상반기 김남국 의원 코인 논란 이후 국내에서 웹3 업체들이 겪는 어려움은 표면적으로 드러난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며 “웹3 업체에 투자하겠다는 벤처캐피탈(VC)은 전혀 없는 상태고 많은 웹3 기업들이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자의반 타의반 활기를 띠는 일본 시장으로 발길을 돌리는 건 생존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업체들은 특히 대체불가능토큰(NFT) 영역에서 성과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일본 소비자들은 콘텐츠 구매력이 높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일본 NFT 시장규모는 2028년 1142억엔(약 1조 400억원)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비트투자자보호센터는 최근 보고서에서 “일본은 만화, 게임, 애니메이션 등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IP를 보유하고 있고, 이들과 결합을 통해 일본 NFT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예상했다.
또, NFT 소장 문화가 형성돼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은 NFT를 민팅(발행된 NFT를 최초 구매하는 행위)한 후 2차 거래로 수익을 내는 것보다, 해당 NFT를 계속 보유하고 로열티를 지키는 경향이 강하다”며 “프로젝트 입장에선 NFT 커뮤니티를 키울 수 있는 매우 좋은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임유경 (yklim0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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