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수도권 위기설’에 비윤계 성토 러시…“중도층 확장해야”[이런정치]
당 내선 위기설 확산…이준석 “강서구청장 보선서 성적 받자”
안철수 “인물난 생각보다 심각”…윤상현 “지도부 책임 크다”
[헤럴드경제=김진 기자] 내년 총선을 약 8개월 앞두고 국민의힘에 ‘수도권 위기설’이 제기됐다. 위기설에 선을 긋는 당 지도부와 달리, 비윤계이거나 상대적으로 친윤 색채가 옅은 비주류 인사들을 중심으로 성토가 쏟아지고 있다.
부산 해운대구갑의 3선 의원인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10일 오전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 인터뷰에서 국민의힘에 제기된 ‘수도권 위기설’과 관련해 “수도권 위기뿐만 아니라 총선 자체가 위기다. 이번 총선은 사실상 가장 중요한 평가가 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라고 말했다.
하 의원은 “대통령 지지율이 40%를 못 넘어가고, 30% 초반대까지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며 “그러면 수도권은 거의 몰살된다. 특히 30대 중반 이하로 떨어지면 수도권은 굉장히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대로 가다가는 총선에서 과반은 고사하고 120석도 불안한 상황이 된다”며 “그러면 5년 동안 대통령 하고 싶은 거 하나도 못 하는 완전한 ‘식물 정부’로 전락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 의원은 국민의힘이 수도권 인재영입에 난항을 겪고 있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서도 “대통령 지지율이 올라가면 가만히 있어도 좋은 인물 많이 들어온다”며 “지금 이런 상황으로 가다가 무조건 참패인데 좋은 사람이 누가 들어오려고 하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대통령 국정 지지율을 올리면 모든 게 해결된다”며 “중도층까지 확장할 수 있게 지지 기반이 그런 식으로 국정운영 기조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서울과 경기·인천에서 인재영입 및 지지율에 고전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 대선 윤 대통령의 ‘멘토’ 중 한 명으로 알려졌던 신평 변호사가 3일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민의힘이 수도권에서 거의 전멸하고, 전체 의석수도 지금보다 줄어든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고 말하면서 급속도로 확산됐다.
이를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이 ‘가짜뉴스’라고 일축하자 신 변호사는 5일 “여권이 참패하면 어떡하나 하는 조바심에서 그랬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당 내에선 전국에서 가장 많은 의석이 집중된 수도권 선거를 놓고 “이길 것이라 장담할 수 없다”는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수도권 출마를 희망하는 한 인사는 “신평 변호사의 말처럼 ‘참패’까진 아니더라도, 당장 선거를 치른다고 했을 때 이길 것이란 보장이 없는 건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공개적인 발언은 주로 비윤계를 중심으로 나오며 당 지도부에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수도권에서 그렇게 위기가 아니라면 말 복잡하게 할 것 없이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후보 내고 성적을 받아보면 될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어 “수도권 지역에서 인재를 찾기 어렵다고 하던데,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이기면 거꾸로 인재가 몰려들 것이니 본인들의 인식과 판단이 맞다면 무조건 후보를 내고 선거에서 성적표를 받아봐야 된다”며 “안 내는 건 그냥 질까봐 안내는 거 밖에 안된다”고 강조했다.
안철수(경기 성남시분당구갑) 국민의힘 의원은 9일 KBS라디오에서 “각 지역에서 인지도가 있고 국회의원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분들이 작년 지방선거 때 지자체장으로 대거 당선되거나 공공기관장으로 갔다”며 “인물난이 생각보다 심각하다”고 했다. 또 “대부분 (수도권) 국회의원이 민주당이다 보니,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분들이 그들과 대항해 싸우기 대단히 어렵다”고 했다.
상대적으로 친윤 색채가 옅은 윤상현(인천 동구미추홀구을) 국민의힘 의원은 9일 페이스북에서 ‘지도부 책임론’을 제기했다. 그는 “대통령과 장관만 보이고, 우리 당과 당대표는 안 보인다”며 “민생을 해결하고 의제를 발굴하는 여당의 소식 대신, 윤리위 징계 뉴스만 나오니 ‘징계 리더십’이란 오명까지 얻었다”고 말했다. 또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사태를 언급하며 “문재인 정권의 탓으로만 돌리는 것도 실망스럽다”고 했다.
윤 의원은 “이 같은 집권당의 현주소는 당 지도부의 책임이 크다”며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대표 체제가 붕괴하면 우리 당 지도 체제에 대한 변화의 요구가 거세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8개월 남짓한 총선에서 수도권 위기론은 현실”이라며 수도권, 중도층, 2030세대 등 중요 유권자가 지지할 수 있는 혁신을 시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를 놓고 한 당 관계자는 “친윤 핵심 인사들 대부분이 보수세가 강한 영남권에 지역구를 두고 있다”며 “선거를 바라보는 당 내 시각차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당 관계자는 “중도층 표심에 대한 주장은 대통령실발(發), 또는 친윤계 중심 공천에 대한 우려가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soho090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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