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손 유커 日에 뺏길라"…유통업계, K관광 마케팅 전쟁 돌입
한·중 여객선 3년7개월만에 재개
정부, 상하이서 K관광 로드쇼
중국이 6년5개월 만에 전격적으로 중국인의 한국 단체관광을 허용하자 국내 관광·유통업계는 깜짝 놀라는 분위기다. 2017년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사태 이후 한한령이 장기화하며 관련 업계에선 “올해도 중국인 단체관광객(유커)의 입국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런 만큼 대다수 기업은 최근까지 유커가 돌아오지 않을 것을 전제로 사업전략을 세우고 실행해왔다.
11일부터는 코로나19 사태로 중단된 한·중 여객선 운항도 3년7개월 만에 재개된다. 100여 명의 승객을 태운 ‘뉴그랜드피스호’가 이날 중국 웨이하이항을 출발해 12일 평택항에 입항한다.
○유커맞이 서두르는 관광·유통업계
국내 관광·유통업계는 10일 중국 문화관광국이 “한국 미국 일본 독일 멕시코 등 세계 78개국에 대한 중국인 단체여행을 허용한다”고 발표하자 곧바로 유커맞이 준비에 들어갔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매출의 90%를 중국인에게 기대는 면세업계다.
롯데면세점은 유커 유치를 위해 여행사, 항공사 등과 손잡고 다양한 관광 상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신라면세점은 중국인의 선호도가 높은 럭셔리 패션, 주류 상품에 특별 프로모션을 적용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항공사들도 일제히 중국 노선 확대를 검토하고 나섰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중국인 여행객 수요를 면밀히 살피며 증편 및 재운항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경기 부진으로 고전 중인 백화점들도 반색했다. 신세계, 현대, 갤러리아 등 백화점은 유커를 포함한 외국인 관광객이 매출 부진을 일부 상쇄해줄 것으로 보고 다양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외국인 전용 데스크를 확대하고 알리페이·위챗페이와 연계한 이벤트를 펼치는 식이다.
일본 언론 등을 통해 중국 당국이 단체관광을 허용할 것이란 얘기가 흘러나온 전날만 하더라도 관련 업계는 “중국 정부의 공식 발표가 나기 전까지는 섣불리 행사를 기획하지 않을 것”이란 반응을 보였다. 그랬던 이들 업계가 서둘러 대응하는 건 한발 앞서 유커 유치에 나선 관광 라이벌 일본에 기선을 제압당할 것을 우려해서다. TV아사히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 여행업계는 중국 정부의 단체관광 허용 정보를 먼저 파악하고 일찌감치 유커맞이 준비에 들어갔다.
선례를 봐도 일본은 중국인들이 한국보다 더 선호하는 여행지다. 일본정부관광국(JNTO)에 따르면 2019년 일본을 방문한 중국인 수는 960만 명이었다. 같은 해 한국 방문객(602만 명)보다 59.5% 많은 수다.
○“가물에 단비”
유커의 귀환은 내수경기 부진이 이어지는 한국 경제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사드 갈등이 본격화되기 직전인 2016년 중국인 관광객은 역대 최다인 806만 명을 기록해 내수시장의 한 축을 담당했다.
씀씀이도 다른 나라 관광객보다 훨씬 크다. 2019년 기준 한국에서 중국인 관광객이 지출한 금액은 1인당 평균 1632.6달러(약 214만원)였다. 베트남(1275.6달러·약 167만원), 필리핀 관광객(807.5달러·약 106만원)에 비해 많았다.
여행·유통업계에선 지난해 22만7000명에 머무른 방한 중국인 관광객이 올해는 300만 명에 육박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유커 입국 재개 효과를 1년 내내 누릴 내년에는 최소 2019년 수준(602만3021명)에 도달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정원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사태 이전 중국인이 일으킨 여행수입은 전체 여행수입의 43%로 압도적이었다”며 “중국인 입국자 수가 회복되면 서비스수지와 경상수지가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발 빠른 대응에 나섰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중국인 단체여행 재개에 발맞춰 다음달 13~17일 베이징, 상하이에서 ‘K-관광로드쇼’를 열고 관광객 유치에 총력전을 펼칠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코로나 사태를 거치면서 중국인의 소비 성향이 바뀌었다는 점을 들어 단체관광이 전면 허용되더라도 2020년 이전만큼 많은 관광객이 찾아오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중국에서 ‘궈차오’(애국소비) 열풍이 부는 데다 중국 내 경기 부진도 심각해 주머니를 쉽사리 열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최설화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1인당 가처분소득 증가세 둔화, 3년간 하늘길이 닫힌 후유증 등의 요인으로 중국에선 국내여행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했다.
이미경/한경제/강미선 기자 capit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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