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객 계좌 몰래 트고 횡령 연발하는 은행에 돈 맡길 수 있나
증권 업무를 대행하는 KB국민은행 직원들이 고객사 미공개정보를 활용해 127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가 지난 9일 적발돼 검찰에 넘겨졌다. 2021년 1월부터 4월까지 61개 상장사의 증권업무를 대행하며 알게 된 무상증자 규모와 일정을 주식 매수에 이용했다고 한다. 대구은행에서는 일부 지점 직원들이 평가 실적을 올리기 위해 고객 문서를 몰래 위조해 1000여개 계좌를 개설한 사실이 10일 드러나 금융감독원이 긴급 검사에 착수했다. 대구은행은 문제를 인지하고도 금감원에 보고하지 않았다고 한다. 하나같이 은행의 신뢰를 깎아먹는 범죄행위들이다. 이런 은행들을 믿고 어떻게 돈을 맡길 수 있겠나.
은행 범죄·비위 사건이 최근 빈발하고 있다. 이달 초에는 BNK경남은행 부동산투자금융부장이 15년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상환자금 562억원을 횡령·유용한 혐의가 드러났다. 부실화된 PF대출에서 수시 상환된 대출 원리금을 가족명의 계좌로 이체하는 수법 등을 동원했다. 지난해 4월 우리은행 직원이 700억원대 은행돈을 빼돌린 사실이 드러난 이후 금융권과 금융감독원이 내부통제 강화 대책을 내놨음에도 1년여 만에 같은 수법의 범죄 행각이 드러난 것이다. 더구나 이 은행의 내부감사 시스템은 전혀 이상징후를 감지하지 못하다가 검찰의 금융거래 정보조회 요청을 받고서야 횡령사실을 파악했다고 한다. 언제든 직원들이 마음만 먹으면 들키지 않고 거액의 고객 돈을 빼돌릴 수 있을 정도로 은행들의 내부통제가 허술하다는 얘기다.
가뜩이나 손쉬운 이자장사로 억대 연봉을 받으며 세간의 눈총을 받아온 은행들이 윤리의식마저 마비되어가는 현실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11월 내부통제 혁신안을 내놨음에도 툭하면 은행 비리가 터져나오니 감독당국에 대한 신뢰마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은행 직원들의 불법·비리 사건을 막기 위해서는 금융회사 스스로 뼈저린 반성과 노력으로 자정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임직원들이 내부통제 규정을 지키는 것이 기본이다. 하지만 선의에만 기댈 수 없다. 은행들의 내부통제 시스템을 강화하는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 횡령사고 발생 시 은행장 등 경영진도 엄히 처벌할 수 있도록 관련 법규를 고칠 필요가 있다. 횡령범죄의 양형기준도 높여야 한다. 금융에 대한 불신이 더 번지지 않도록 불길을 빨리 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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